“10년 내 10대 대학에 진입하겠다.”

지난 3월 취임해 이제 8개월째를 맞는 이성우 국민대 총장이 가진 비전이다. 이런 비전은 법인의 안정적인 지원과 대학 내부 역량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된다.

이 총장은 “수도권 대학 중 재단 전입금 규모가 10위권에 오를 만큼 재정상태가 안정적이고, 디자인·자동차 분야 외에도 첨단기술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자동차 분야 외 다른 분야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저평가 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민대는 첨단기술분야에서 660억원이 넘는 규모의 정부 핵심연구센터를 유치했고, 200억원이 넘는 연구과제를 수주했다.

 

이 총장은 국민대의 첫 이공계 출신 총장이다. 개교 이래 61년만이다. 그런 만큼 “해외 우수 대학원생을 대거 유치해 이공계 분야 연구력을 끌어 올리겠다”며 “발효융합 분야와 바이오메디컬 분야를 육성해 수익원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학과(부) 단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취업률·연구실적 등을 평가해 예산을 차등 배정하는 혁신안도 구상중이다.

 

 

- 국민대는 디자인 분야에서 전통적인 강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외에도 국민대가 갖고 있는 특성화 분야나 우수한 분야에는 어떤 것이 있나.

“디자인분야는 30여년 전 조형대학을 설립하면서 오랫동안 특성화 했기 때문에 국내 최고 임을 자부한다. BK21사업 지원으로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을 설립하고, 187억원의 디자인 분야 정부과제를 수주한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자동차 분야도 국내 정상이다. 2007년 세계 대학생 자작차 대회에서 140개 대학 중 13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2위다. 자동차 분야도 BK21 사업지원으로 ‘자동차전문대학원’을 설립하고, 기업체로부터 50억 규모의 연구 과제를 수주했다. IT·BT 등 첨단기술 분야도 강점을 갖고 있다. △자기조립 소재공정 연구센터(ERC, 133억원) △나노공정 장비기술사업단(136억원) △지능형 홈 산업화 지원센터(67억원) △해수담수화 플랜트 연구센터(212억원) △바이오 신소재 산업화 지원센터(118억원) 등 660억원이 넘는 규모의 정부 핵심연구센터를 유치했다. IT·건설신소재·나노원천기술 등 208억원에 달하는 연구과제를 수주한 것도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의 국민대의 강점을 나타내주는 증거다.”

 

 

- 새로운 발전계획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에 담길 핵심 내용은.

“내년 상반기 확정을 목표로 ‘KMU 1010’ 계획을 세우고 있다. KMU 1010엔 ‘10년 내 10대 대학 진입’이란 비전이 담길 것이다. 핵심 추진분야는 인프라 강화·재정 확충·특성화 추진·수월성 확보 등이다. 재정확충을 위해선 발효융합기술 같은 신성장동력을 육성하고, 이를 사업화시켜 수익을 창출할 생각이다. 수월성 확보를 위해선 학과(부) 단위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계공학과라면 학내 다른 학과와의 경쟁이 중요한 게 아니라 타 대학 기계공학과와의 경쟁이 중요하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학과(부) 단위별로 경쟁력을 평가해 예산을 차등 지원할 생각이다. 평가항목은 취업률·입학성적·연구실적 등이 될 것이다.”

 

 

- 2000년대 들어 재학생 2만3000명이 넘는 대형대학으로 성장했다. 90년대 초 7000명 수준에서 세배 이상 늘어나면서 공간문제 해결이 난제로 지적되는데.

“캠퍼스 뒤로는 북한산이 있고, 앞으로는 도로가 나 있어 더 이상 확장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파주캠퍼스 건립을 추진했지만 땅 소유주의 반대, 지가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현 북악캠퍼스 부지활용을 극대화하고, 종로구 평창동의 신규 매입 부지를 활용할 생각이다. 평창동 부지엔 건물면적 3만3000m²(1만평) 규모의 교육시설을 신축할 수 있다. 아울러 인근 지자체의 종합예술공연장 일부를 교육시설로 활용하고, 교육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는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필요한 교육공간을 확보하고, 대신 대학원 일부를 개방해 지자체와 함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서로가 ‘윈-윈’ 할 수 있을 것이다.”

 

 

- 우리나라 사립대학 대부분이 재정문제를 안고 있다. 국민대 학교법인의 지원상황은 어떠하며, 향후 재정확충 방안은.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재적생 1700명의 소규모 대학이었던 우리학교가 35년 후인 현재는 2만3000명 규모로 발전했다. 아마 현 재단의 지속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이 같은 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통계에 의하면, 4년제 사학법인 중 44%의 전입금 비율이 전체 운영수입 대비 1% 미만이었다. 사실상 법인이 대학운영 지원에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대는 2007년 기준으로 수도권 사립대 중 법인전입금 규모가 10위권에 오를 만큼 안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매년 70~80억원의 전입금이 들어오고, 부채도 없다. 견실한 재정 상태에서 대학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여기에 더해 대학이 연구개발(R&D)한 결과물을 산업화 해 재정을 확충해 나갈 생각이다. 발효융합기술과 바이오메디컬 분야를 육성해 대학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

 

 


- 향후 국민대의 성장동력이 될 발효융합기술과 바이오메디컬 분야 육성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우리대학이 가진 과학기술을 융합해 우리나라 전통 발효음식을 식품으로 개발, 세계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발효기술만이 아니라 생명·냉장·보관·디자인·역사·의학 등 인문·자연과학 전 분야의 융합이 요구된다. 미국의 UC Davis,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최근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도 이 때문이다. UC Davis는 발효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발효융합분야를 육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생명공학연구원과의 교류협정도 우리 대학이 축적한 발효분야 연구실적과 생명연이 보유한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시켜 시너지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생명의료공학 분야의 시장 전망도 밝다. 첨단기술의 도움 없이는 의학 분야가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진단·치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바이오메디컬 분야다. 이 분야는 현재 수도권의 공과대학에는 거의 설치돼 있지 않은 틈새영역이다. 얼마 전 아산병원과 협정을 체결한 것도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아산병원과의 협정체결로 우리가 개발한 발효식품을 임상에서 테스트할 기반도 갖춘 셈이다.”

 

 

- 국제화 계획으로는 ‘북미 대학과의 교류강화’와 ‘베트남 등 동남아 대학원생 유치’를 제시했는데.

“지난 3월 취임 이후 교류관계를 맺은 대표적인 대학으로는 미국의 명문 UC Davis가 있다. 내년부터 이 대학과 학생·교수 교류를 시작한다. 특히 실시간 쌍방향 화상교육을 통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교육 분야에서 교류가 가능해졌다. 우리 학생들이 쌍방향 화상교육을 통해 UC Davis 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게 함으로써 원어민 수준의 외국어 실력을 갖추도록 하겠다. 베트남 등 동남아 대학원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은 대학의 연구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것이다. 우리대학의 외부 연구비 수주액 중 90%를 이공계가 차지하지만, 연구 인력은 부족한 상태다. 현재 베트남 최고 명문인 하노이 공대, 베트남 건설대와 교류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수 대학원생을 대거 유치하겠다.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이들을 데려와 현재 진행중인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시켜 대학의 연구력을 끌어올리겠다.”

 

 

- 현 정부 출범 이후 대학자율화가 화두다. 대학자율화의 핵심이랄 수 있는 학생선발권에 대한 생각은.

“새정부 출범 후 대학자율화를 추진하면서 여러가지 규제를 완화한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학 마음대로 학생을 선발할 수 없다. 선발권을 모두 대학에 넘겨 대학입시를 완전 자율화해야 한다. 해당 대학이 어떤 학생을 유치할 것인가, 어떤 전형과 장학제도로 우수학생을 뽑을 것인가에 대해선 더 이상 간섭하지 말고 대학끼리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대입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담 : 이인원 회장 · 정리 : 신하영 기자 · 사진 : 한명섭 기자>



이성우 총장은...

1952년 경북 출신. 경북고와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까지 두산건설 해외토목부 토목과장으로 일했고, 이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대학원에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국민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해 오고 있으며 구조안전연구소장과 공과대학장을 거쳐 2008년 3월 국민대 9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토목공학 관련 특허를 52건이나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연구업적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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