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원 숭실대 기획평가팀장

오세원 숭실대학교 기획평가팀장
오세원 숭실대학교 기획평가팀장

D-24.

2021년 1학기, 대학가는 봄을 만끽할 여유도 없이 절반을 훌쩍 넘기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이제는 무뎌질 법도 하지만 ‘확산’과 ‘위축’을 반복하며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확진자가 게릴라성으로 발생하는 상황은 긴장감을 더욱 끌어 올린다. 그러는 사이 캠퍼스의 봄은 화려한 꽃과 함께 끝났고 이제 낮이면 제법 더운 기운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2021년 봄, 대학마다 기획(평가)부서는 그 어느 때보다 편하지 않은 봄을 보내고 있다.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을 준비하며, 적절한 단어 하나가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기도 하고 한 문장 때문에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벌써 1주기 대학 구조개혁평가와 2주기 기본역량진단 등 두 차례나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증빙자료를 찾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 기본역량진단 ‘A4 1장의 값어치가 명동 땅값보다 비싸다’는 우스갯소리가 농담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대학이 재정지원제한대학 ‘미지정’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했다고 해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지근거리에 있는 대학과 권역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많았던 ‘공유’와 ‘확산’ 정신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0.001점으로 승부가 갈리는 상대평가의 룰(rule)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권역을 벗어난 대학에서 보고서 작성 노하우를 공유하자는 제안도 심심찮게 들여온다.

“우리 대학과는 권역이 달라 경쟁을 하지 않으니, 보고서 작성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상생하면 어떨까요!”

말은 그럴듯하나 “너한테만 줄게”라는 동료 의식이 작동하다 보면 디지털 파일은 빠른 전파속도를 타고 벌써 권역 경쟁 대학의 손에 들어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막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의 한 장면이다.

이제 24일 남짓이면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 보고서 제출일이다. 길게는 2년, 짧아도 1년 이상의 준비과정 동안 대학의 운영 실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요약하고 증빙을 갖춰 평가를 받는다. 모든 대학이 준비과정의 고통을 잊을 만큼 좋은 결과를 얻기를 기대해 본다.

따뜻한 햇볕, 맑은 물, 공기가 있다고 모든 식물이 꽃을 틔우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보내야만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데 이것을 ‘춘화현상(春化現象)’이라고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촉발된 작금의 대학의 위기, 끝이 보이지 않는 평가의 늪. 이 모든 고난을 극복한 뒤 더 빛나는 결심을 맺는 각 대학의 ‘춘화현상’을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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