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의대생 사망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대중의 관심이 크다보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초경찰서는 7개팀 전부를 투입시킬 만큼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 하지만 연일 터져나오는 ‘방구석 코난’에 경찰들의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방구석 코난’은 방에 앉아 인터넷을 뒤지며 올라오는 글을 보고 마치 사실인냥 퍼뜨리는 것을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에 빗댄 말이다.

이렇듯 남의 일에 특별히 흥미를 가지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호사가다. 그들은 흥미를 좋아해 쫓아다니지만 흥미를 만들어 내기도 해서 조그마한 것도 부풀리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명확한 사실보다는 ‘과장’이라는 양념을 섞어내기 일쑤다. 옛날로 치면 복덕방 ‘아저씨’가 그랬고 미용실 ‘아줌마’가 단연 호사가였다.

한강 의대생 사망사건은 친구와 단둘이 있다가 한 명이 사망했으니 여러 가지 의혹이 쏟아질만 하다. 친구가 죽은 뒤에 다른 친구의 석연치 않은 행동들이 있었음은 누구라도 얘기할 수 있다. 다만 친구와 아버지가 10시간 가량의 경찰 조사를 받은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우선이다. 경찰은 또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을 지라도 정황상 증거로 내릴 수 있는 판단이 있다면 조속하게 해줘야 한다. 그 시간을 미룰수록 호사가들의 이야기는 더욱 부풀려지기 때문이다.

사망한 대학생의 아버지는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다. 당시는 머리 뒤쪽에 난 상처였기 때문이었고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라는 판단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아버지는 부검으로 처참한 얼굴을 한 아들을 바라보는 것은 어쩌면 죽음이 더 나을지 모른다고 호소했다. 부검이라는 것이 그렇다. 그것은 ‘두 번 죽이는 일이다’고 하지 않던가. 2000년대 초반 국립과학수사연구소(당시 행정자치부 산하, 2010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승격)에 간 일이 있어 부검을 직접 본 적이 있다. 글로 표현하고 있는 지금도 그 상황을 생각하면 얼굴이 절로 찡그려지고 속이 울렁거린다.

어지간해서는, 그러니까 사인에 대한 원인을 밝혀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죽어도 부검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다녔다. 하루 아침에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은 누가 헤아릴까. 1차 부검으로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 아버지는 그럼에도 정밀 부검에 동의했다. 아들을 먼저 보낸 것도 참혹한 고통일진대 오죽하면 그랬을까.

호사가들이 내놓는 것은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이것저것 끼워 맞추는 퍼즐 의혹이다보니 일견 맞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나오는 의혹마다 사람들은 쫓아다니게 되고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더욱 그렇다. 정밀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혹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익사라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이 물에 빠져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살아있는 상태에서 물이 사망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보면 누군가 죽여 물에 빠뜨린 것이라는 ‘방구석 소설’은 참으로 황당하다.

호사가들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내놓으면서 웃음을 유발한다면 그것은 코미디다. 풍자와 해학이 될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표정이 일그러지는 의혹을 유발하고 선동을 하는 행위라면 그것은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부검이다.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호사가들의 종착지는 거의 음모론이기 때문이다. 여느 굵직한 사건마다 이상한 음모론이 생겨난 것을 보면 그렇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 것처럼 호사가들의 많은 부정적인 행위는 대부분 방치돼 누군가에게는 극단적인 사고를 불러 일으키기 마련이다.

특히 언론들이 앞다퉈 호사가들의 입을 자처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한강 의대생 사망사건과 관련해 목격자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일일이 전달하는 것은 호사가보다 더한 나쁜 일이다. 언론의 공신력을 생각한다면 부디 유의미한 것이 아니거든 전달을 자제하고 지켜보며 팩트만을 확인하는 것이 신뢰를 쌓는 일이다. 국민적 관심사에 알권리를 위해서 언론이 나서는 일은 아주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이 호사가나 하는 일이 돼 신뢰가 무너진다면 돌이킬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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