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고등교육 예산 삭감 혹은 동결에 무게
등록금 자율화 어려워 재정 확충에 집중… 특별회계법으로 우회
수도권 정원 조정에 한 발… 대학 평가 변화도 염두
민주당 내 고등교육위기극복 TF팀 신설로 당 차원 접근

유기홍 교육위 위원장은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1년도 대학 신입생 등록률' 자료를 공개했다. (사진= 이지희 기자)
유기홍 교육위 위원장은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1년도 대학 신입생 등록률' 자료를 공개했다. (사진= 이지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신입생 충원율이 최대 10%p 하락하면서 대학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경기·인천 지역 대학 모집율은 100%에 육박해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는 심화하는 양상이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1년도 대학 신입생 등록률’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경남이 85%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경북(88.1%), 강원(89.2%), 전북(89.3%), 제주(89.4%), 전남(89.6%) 등 충원율 90%를 넘지 못했다.

일반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두 90% 이상의 충원율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최대 10.4%p까지 하락했다. 학생 수 감소의 여파로 전체 대학의 충원율이 감소하면서 일반대 전국 평균 충원율은 지난해 98.8%에서 올해 94.9%로 3.9%p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0.1%p), 경기(0.6%p), 인천(1.2%p), 세종(0.1%p) 등과 비교할 때 수도권과 지방의 편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국공립대 역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북과 전남의 신입생 충원율은 각각 14.8%p, 9.7%p 하락해 80%대의 충원율을 보였다.

전문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전문대 신입생 충원율은 84%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대학이 90% 수준을 넘지 못했다. 그 중 대전(71.8%), 충북(72.6%), 부산(75.1%), 충남(76.1%), 제주(78.9%) 등이 70%대에 그쳤다. 최저치를 기록한 대전은 지난해와 비교해 18.3%p 하락했고 7곳의 지역이 10%p 이상 큰 폭으로 감소했다.

유 위원장은 “2021년도 신입생 미등록 인원이 4만 명에 이르고 지방대와 전문대에 집중돼 있다”며 “반대로 수도권 일반대의 입학생 비중은 2010년 34.8%에서 2021년 40.4%로 증가해 수도권 집중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가장 시급한 문제 고등교육 ‘재정확충’… 교부금 대신 특별회계법 추진 계획= 그동안 계속 지적돼 온 문제는 고등교육 재정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고 대학 자체의 수익사업이 어려운데다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재정은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 위원장 역시 “13년째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는 상황에서 대학 재정이 전체적으로 어렵고 등록금 의존율 역시 굉장히 크다”면서 “알만한 지역의 사립대가 작년에 비해 25% 학생이 줄었는데 이는 대학 등록금 수입도 25% 줄어든다는 의미로 엄청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등록금 자율화에 대한 즉답은 피했다. 유 위원장은 “여·야 모두 등록금 자율화 정책을 채택하기는 어렵다”면서 “현재도 법적으로 물가인상분만큼은 등록금 상향이 가능하지만 인상 하게 되면 학생들이 국가장학금 혜택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록금 인상 역시 일부 주요 사립대에게만 수혜가 돌아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충원율이 떨어지는 지방대에서 등록금을 올리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신 고등교육 재정 확충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안은 고등교육특별회계 법안(특별회계법)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같은 형태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입법을 추진해 왔지만 그동안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교부금법)은 11차례 발의에도 불구하고 법안 통과에 실패했다. 기획재정부의 설득과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우회로로 선택한 법안이 특별회계법이다.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법을 벤치마킹해 특별회계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민주당 측에서는 구체적으로 법안을 준비 중이다.

교부금법의 대안이라고는 하나 특별회계법의 통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유 위원장도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노력하고 설득하는 방법 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기재부의 고등교육 재정 투자에 대한 보수적인 입장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유 위원장에 따르면 기재부가 내년 예산 편성에서 고등교육 예산을 동결 혹은 삭감 지침을 교육부에 내려 협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고등교육 전반의 재구조화 필요한 시점”= 그 밖에도 수도권 입학정원 규제, 대학구조개혁 평가 문제 등 지방대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문제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유 위원장은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 규제와 관련해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수도권 대학도 전체적인 구조개혁 과정에서 대학 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쉽게 말해 연세대와 고려대의 정원을 줄이자는 얘기가 될 있는데 설득과 노력,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 전체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지방대의 정량평가 형평성과 관련해서는 “올해 평가기준은 바꿀 수 없다”면서도 개선은 필요하다고 봤다. 유 위원장은 “교육부에서도 평가 기준에 이의제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3년 후 다시 평가를 하게 되는데 그때는 여러 가지 종합적 여건 차이를 고려한 평가가 도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정책의 실책에 대한 뼈아픈 비판도 이어졌다. 학령인구 감소가 오래전부터 예견돼 온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인위적인 감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유 위원장은 “디테일한 대안을 만들어 대처하면 좋았겠지만 대응이 늦은 것도 충분히 준비를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변명의 여지는 없다”면서도 “(정원 감축이) 강제로 할 일은 아니고 입학정원을 줄인다고 할 때 구성원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과감한 구조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은 지금 정부도 이전 정부도 책임이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고등교육 전반의 종합적인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2년제와 4년제로 고정돼 있는 학사 구조를 지목하면서 대학 전반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대학을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성인학습자나 재직자의 유입, 직업교육의 세분화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대학 위기 국가적 위기에 공감… “살릴 대학은 살려야”= 고등교육 위기 확산으로 국회도 위기 극복에 속력을 내는 모양새다. 6일 국회 교육위원회 공청회에 이어 후속 논의를 위해 유 위원장은 대교협을 비롯한 고등교육 단체 7곳의 대표를 만났다. 이들은 고등교육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 지원 확대와 제도 개선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유 위원장과 7개 고등교육 단체 대표는 △고등교육의 위기에 대한 공감대 형성 △대학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과 규제 개혁 △고등교육 재정의 획기적인 확충 방안 마련 △대학의 자체적인 혁신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노력 등에 동참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부에 고등교육위기극복 TF팀을 만들어 고등교육 위기에 대응할 방침이다. 당 차원의 고등교육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TF팀에서는 재정지원 뿐 아니라 규제개혁 등 고등교육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유기홍 위원장은 “한계사학, 비리대학 때문에 책임이 없는 대학들과 지금까지 어렵게 버틴 대학들은 최소한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번 대학 충원율 문제는 단지 인구구조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간 누적된 대학의 어려움이 표출된 것으로 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대학의 개선 노력, 제도의 개선, 대학의 재구조화를 이뤄나갈 것”이라며 “대학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데 모두가 공감하는 상황에서 살릴 대학은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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