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일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 발표
교육계 주장한 원인-진단과 엇박자 낸 교육부 혁신 방안
대학 재정난에 경상비부터 줄인다… 안정적 대학 운영비 지원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도입 한목소리

교육부는 20일 대학 재정난 등으로 폐교 위기가 심각해질 것을 우려하며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했지만 충분한 대학 위기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더해진다. 사진은 최근 폐교된 서해대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교육부는 20일 대학 재정난 등으로 폐교 위기가 심각해질 것을 우려하며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했지만 충분한 대학 위기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더해진다. 사진은 최근 폐교된 서해대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교육부가 대학의 재정난으로 인한 대학 교육의 위기에 대응해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 필요성을 주장해 온 안정적 재정 지원 방식은 외면한 채 그동안 반복해온 ‘재정 확충’ 계획만 언급됐다.

대학 위기의 해결 방안으로 일반재정 지원을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도입 주장이 교육계를 넘어 정계에서도 논의돼 왔지만 교육부가 ‘재정 확충 추진’의 이름으로 이를 묵살한 것이다. 실효성은 결여된 반쪽짜리 ‘혁신 지원 방안’에 그친 모양새다.

교육부가 20일 발표한 방안의 바탕에는 대학 재정난 심화와 그로 인한 대학 교육위 위기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 교육부는 “학생 미충원으로 인해 재정적 한계에 직면하는 대학이 증가하고 교육의 질이 저하되거나 폐교 위기 대학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면서 “지방대의 질 저하 및 폐교는 지역 경제 위축 및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지역 위기 및 지역 내 다른 대학의 경쟁력 악화로 연결”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학의 재정난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등록금 수입 감소에 영향을 받았고 대학의 재정난은 곧 대학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음을 교육부가 인정한 것이다. 또한 지방 대학 교육의 질이 저하되면 그 파급력이 지역 경제 위축으로 이어짐은 물론 인근 대학의 경쟁력까지 악화할 것이라 예측하며 대학 재정난 타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육부는 또한 고등교육 재정을 늘리도록 추진하기 위해 대학(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을 확대하고 국립대 재정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대학 세제 감면과 규제 완화는 국회, 관계부처와 협의해 추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우선 ‘재정 확충’ 약속은 기존 교육부 방침에서도 언급돼 왔지만 대학 재정난을 해결하진 못했다. 교육부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4년에 걸쳐 고등교육 지원 예산을 2조 원 가량 늘렸다. 그러나 대학들의 재정난 호소는 계속됐다. 김인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지난 3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남은 임기동안 반드시 추진돼야 할 고등교육 정책으로 ‘대학의 재정 여건 개선’을 꼽았다.

재정난 타개의 핵심 방안으로 꾸준히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언급해온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번 방안에서 언급한 것처럼 단순히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액을 늘리는 불안정한 방식은 대학의 안정적인 발전을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대학에서는 지속적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해 왔다. 재원 규모를 법제화 해 안정적으로 고등교육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와 목적형 사업비가 아닌 일반재정으로 지원해 대학이 이를 인건비나 운영비 등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미”라며 “등록금을 규제하면서 대학이 알아서 재정을 충당하라고만 하면 사립대는 결국 쓰러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충북대 교수는 “대학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에 대학에 대한 지원 규정을 명시적으로 마련하고 고등교육 재정지원 법률안 제정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영인 한국교육개발원 고등교육제도연구실장은 지난 1월 열린 제1차 고등교육정책포럼에서 “고등교육 재정 확보의 법적 근거가 미흡해 재정지원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고등교육 재정 지원의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학 재정 지원에 있어서는 ‘경상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도입 주장을 뒷받침한다. 현재까지 정부 재정지원은 주로 사업 선정을 통해 이뤄져왔는데 사업비 명목으로 대학에 지원된 국고의 사용처는 엄격히 제한돼왔다. 대학의 지출 비율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지만 대부분 사업비를 인건비로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대학 교비회계 중 운영지출은 평균 78.9%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이 중 인건비 비중은 평균 50.2%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경상비는 반복적으로 지출되는 일정 종류의 지출로 인건비는 물론 학교 운영비와 학생지도비 등이다.

나원희 한국재정정보원 재정통계분석부 부연구위원은 “대학의 재정상황은 인건비와 건설비의 비중은 증가한 반면 대부분의 학교 운영비 항목은 감소 추세였다”며 “특히 교육여건과 관련 있는 교육기자재와 시설 확충비 감소는 고등교육 재정난과 함께 학생들의 교육환경이 심각한 수준으로 열악해짐을 입증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감소 추세로 지목된 운영비 항목에는 복리후생비, 학교운영비, 교육‧연구‧학생지도비 등이 포함된다. 다시 말해 경상비를 줄여야만 하는 현재 한국 대학의 재정난 상황은 곧 대학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경상비를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유력한 해결방안으로 검토돼 온 것이다.

사업 선정 방식의 대학 재정 지원 방식 자체가 오히려 대학의 비용 지출을 늘린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동철 호서대 기획처장은 “대학 평가 등으로 인해 증가한 고정 비용 지출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제도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충분한 독립 재원 확보를 통해 인건비 등의 경상비용을 지원하여 교육 혁신 및 교육의 질 제고에 대학 재정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만큼 정계에서도 오랜 기간 법 제정을 시도하며 지지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4월 본지 주최 ‘2021 전문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에 참석해 “2012년 민주당의 총선 1호 공약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었다. 2004년 이후 열 차례 가까이 발의된 바 있는 교육계의 오랜 염원을 공약에 포함시켰다”며 “지금은 ‘고등직업교육을 국가가 확실하게 책임지라’는 한 가지 목소리를 내야할 때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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