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20일 2021학년도 대학(전문대 포함) 신입생 미달 인원 결과를 발표했다. 2021년 전체 대학 충원율은 91.4%로 모두 4만 586명(8.6%)이 미충원됐다.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 일반대보다는 전문대에 미충원이 집중됐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자원 부족은 이미 예고된 바다. 그러나 정부와 대학은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다. 대학은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인한 재정난에 시달려 학생정원 조정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정부는 2015년부터 대학 구조개혁 정책을 추진했다. 일면 성과도 있었다. 1주기 구조개혁에서는 정원감축 인원 목표 4만 명을 넘어 4만 4000여 명이 감축됐다. 원래 정부는 2주기(2017~2019년) 5만 명, 3주기(2020~2022년) 7만 명의 정원감축을 포함해 총 16만 명 감축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성사되지 않았다.

대학 구조개혁평가를 대학 기본역량진단으로 바꾸면서 구조조정 정책 동력이 상실됐다. ‘평가’가 ‘진단’으로 바뀌면서 정원감축이 자율로 바뀌었다. 정원감축 대학도 대폭 축소됐다. 2주기 정원감축은 원래 목표치 5만 명을 훨씬 밑도는 2만여 명 남짓에 머물렀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대학가는 구조조정의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게 됐다.

정부는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이날 함께 발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대학의 자율 혁신에 기반한 적정 규모화 △부실 대학의 과감한 구조개혁과 퇴출 △수도권-비수도권 대학·일반대-전문대의 개방·공유·협력을 통한 동반 성장이다.

문제는 이른바 ‘3진 아웃제’다. 한계대학에 대해서는 상태에 따라 ‘개선권고 → 개선요구 → 개선명령’ 3단계를 거쳐 개선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회생 불가능한 경우 폐교 조치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교육부가 결코 해서는 안 될 최악의 정책이다.

입학자원 감소는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대학이 자력갱생하도록 가능한 많은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이 나왔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런 주장들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미충원 결과가 나옴과 동시에 느닷없이 강제 폐교 운운하는 것은 대학에 그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라 볼 수밖에 없다.

이 시기에 정부가 빼든 구조조정의 칼을 보며 섬뜩함보다는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진다. 정책 실패를 가리기에 여념이 없는 관리들이 모든 책임을 대학에 씌어놓고 속죄양을 만들면 된다는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대학이 이렇게 어려워지게 된 것은 학령인구 감소라는 큰 외적 요인도 있지만 규제일변도의 정부 정책 실패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최소한의 생존도 어렵게 하는 13년간의 등록금 동결 정책은 대학들의 지속가능성을 여지없이 망가뜨렸다.

우리는 그동안 대학을 얽어매고 있는 규제 철폐를 목놓아 외쳐왔다. 최소한의 교육을 위한 재정확보와 인프라 구축 필요성에 대해서도 설파해왔다. K-컬처가 세계무대를 주름잡으며 ‘코리아(Korea)’의 성가를 드높임에 K-에듀의 가능성에 대해 누누이 설명해왔다. 이제 대학을 경쟁력 있게 육성하려면 규제의 철망과 오만의 굴레에서 대학을 놓아줘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오직 통제와 관리만이 지상 최고의 수단인냥 대학을 기준선에 맞춰 정렬하는 데 온 정신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가 대학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대학의 활력을 저하하며 무기력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여전히 산업사회의 유물이 교육정책에 버젓이 재현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것이 슬픈 일이다. 오호통재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3진 아웃제’와 같은 터무니 없는 정책은 과거의 유물로 남길 바란다.

지금까지 대학을 내돌리는 정부 정책으로 대학인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뭉개졌다. 더 이상 대학을 벼랑 끝으로 몰지 말라. 오히려 대학이 소생할 수 있도록 물을 주고 거름을 주어라. 이것이 성과 있는 결과를 가져올 역발상이다. 교육부가 지금까지 행해온 규제와 통제의 옷을 벗어버리고 이 시간 절실한 규제 철폐와 재정 인프라 지원에 나선다면 대학은 분명히 자생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대학이 창출하는 사회경제적 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모든 정책은 대학이 가지고 있는 유·무형적 가치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입안되고 집행돼야 한다. 고등교육 인프라에 대한 국가적 활용 가치와 인재 양성에 대한 국가 책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정책 실패를 인정치 않고 호도하는 교육부의 오만한 정책이 계속된다면 대학의 자생적 발전은 요원하다. 다시 교육부 폐지론이 드세지기 전에 대학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을 요구한다.

OECD 선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정부지원금을 받으며 인재 양성에 헌신하는 대학인들의 노력에 조금이라도 화답하려면 지금의 대학 홀대 정책을 대학 우대정책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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