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원-조인원 전현직 총장측 다툼

경희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경희학원의 개방형 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형제간인 전·현직 총장 사이에 갈등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23일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조정원 전 경희대 총장(현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등 경희학원 이사 3명은 이사회에서 선임이 의결된 개방형 이사 3명의 승인을 허락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서를 최근 교과부에 제출했다.

조정원 전 총장은 조인원 현 총장의 형으로 이 두사람은 경희대 설립자 조영식 박사의 아들이다.

양측의 다툼은 경희학원 이사회가 이사 정원(12명)의 4분의 1을 개방형 이사로 뽑아야 한다는 개정 사립학교법에 따라 7월 하순 개방형 이사 3명을 선임하면서 시작됐다.

조정원 전 총장 등은 교과부에 보낸 의견서에서 "경희학원 이사 정수가 12명이므로 7명이 찬성을 해야 개방형 이사 선임이 가능한데 당시 찬성한 기존 이사는 5명에 불과했으므로 선임 절차가 위법해 무효"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러나 재단과 조인원 현 총장 측은 개방 이사 선임건으로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인덕학원의 사례 등을 들며 이사 선임 결의에 아무런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개방이사 선임 당시 경희학원 이사진은 정원 12명 중 4명이 공석인 상태였던 만큼 아직 선출되지 않은 이사들까지 계산에 넣어 이사 정수를 따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조정원 전 총장 측은 또 "김용철 이사장측이 날짜 조정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달 초 이사회 소집을 일방적으로 강행해 이사회를 파행 운영하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의견서에서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단측은 "모든 이사의 의견을 물었고 이의가 없다고 해서 이사회를 소집했던 것이며 개방형 이사 선임의 효력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에는 교수의회 의장인 홍 모 교수가 학내 교수의회 홈페이지에 이사회 파행 사태의 책임을 지라며 김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올려 파장이 일기도 했다.

당시 홍 의장은 성명서에 개방이사 추천위원회 위원장, 교수의회 의장, 대학평의원회 의장 등 3개 직함을 기재했다.

그러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독단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는 논란이 일자 그는 19-20일 열린 교수의회와 평의원회에서 "개인 자격으로 성명서를 낸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회의에 참석한 교수들이 전했다. 이 성명은 이후 교수의회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앞서 재단은 17일 학교측에 "성명서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여 적절한 조치를 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으며 이에 따라 홍 의장에 대한 인사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경희대 내외에서는 "형제간인 전·현직 총장측이 재단의 주도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희대의 한 관계자는 "학내에서는 '조정원 전 총장이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임기가 내년에 끝나면 경희학원 이사장에 앉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고 전했다. 현 김용철 이사장의 임기는 오는 2011년에 만료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조정원 전 총장 측인 경희대 모 교수는 "어떻게 해서든지 형제간에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조정원 전 총장의 뜻"이라며 "홍 의장이 이사장 퇴진 주장을 편 것은 조 전 총장의 뜻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과부는 아직 개방형 이사 3명에 대한 승인 혹은 불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일단 양측을 따로 만나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라며 "당사자들끼리 타협점을 찾아서 스스로 조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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