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KT가 지상파 실시간 방송을 포함한 IP(Internet Protocol Television)TV 상용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실시하면서 본격적인 IPTV 시대가 열렸다. 메가 TV의 실시간 IPTV ‘메가 TV 라이브’는 KBS·MBC·SBS·EBS 등 공중파방송과 온미디어 등 국내외 주요 콘텐츠 사업자의 33개 채널을 실시간으로 서비스한다. 또한 8만 5000편의 VOD서비스, IPTV만의 양방향 서비스 등 시청자의 참여 기회가 강화된 신개념 방송서비스를 제공한다.

‘방송시장의 신성장동력’, ‘미디어업계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는 IPTV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해 동영상 콘텐츠와 방송, 정보를 텔레비전으로 제공하는 뉴미디어다. 시청자가 자신이 편리한 시간에 보고 싶은 프로그램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케이블이나 공중파방송과 다르며, 인터넷과 텔레비전의 융합이라는 점에서 디지털 컨버전스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텔레비전 수상기를 이용하고 마우스 대신 리모컨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인터넷TV와도 다르다. 텔레비전 수상기, 셋톱박스, 인터넷회선만 연결되어 있으면 리모컨을 이용해 인터넷 검색은 물론 영화감상, 홈쇼핑, 홈뱅킹, 온라인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와 부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와 시장기반을 확보해 IPTV 활성화를 위한 최적의 여건을 갖췄다. 하지만 방송통신사업자들의 이해관계와 관계부처 간 대립, 규제기구의 구조개편 논의와 맞물리면서 제도적 장비 미비로 상용화가 지연돼 왔다.

최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과 시행령이 마련되고 관련 고시가 제정되는 등 IPTV 상용화 및 활성화의 제도적 여건이 마련됐다. 2008년 9월 KT, SK브로드밴드, LG텔레콤이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자 사업허가를 취득했으며, KT가 가장 먼저 상용서비스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IPTV는 다채널,양방향성, 고품질,저비용, 편리한 서비스(리모콘, UI), 문화적 우월감(Issue, Trend) 등의 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기대돼 왔다.

융합,퓨전, 통섭, 컨버전스는 시대적 흐름이자 트렌드이며, 따라서 기술발전의 총아인 IPTV가 경쟁력을 갖는 뉴미디어임에는 틀림없다. 일부 분석가와 언론은 IPTV가 엄청난 경제적 효과와 고용을 창출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술적 우위나 편의성이 언제나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뉴미디어가 장기적으로 매스미디어를 대체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가령 전자문서는 보관성, 편의성 면에서 우월함에도 불구하고 종이문서를 대체하지는 못했고, e-Book 역시 종이서적 앞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위성방송이나 이동형 멀티미디어방송(DMB) 등 뉴미디어들은 매번 새로 도입될 때마다 장밋빛 전망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위성방송, 위성DMB, 지상파DMB는 총 9000억원대 누적적자를 기록하며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IPTV 역시 이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IPTV가 여러 강점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콘텐츠를 직접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공중파나 케이블TV의 콘텐츠를 편리하게 수급하는 미디어에 불과하므로 결국 시청자에게 중복 콘텐츠를 제공할 뿐이라는 점은 큰 약점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어떠하든 언론은 언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고 방송은 방송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언론이나 방송의 역할은 기술적 우위나 편의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콘텐츠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 비춰볼 때, IPTV가 방송미디어 콘텐츠의 질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IPTV는 공중파, 케이블방송, 지상파DMB, 위성DMB와 시장을 두고 다투는 경쟁자일 뿐 새로운 수요나 시장을 창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IPTV는 미디어의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시장 경쟁을 무한경쟁으로 치닫게 하는 레드오션의 새로운 강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것이 IPTV의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근거 없는 낙관론에만 빠져 있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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