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산업 연계한 모빌리티‧그린에너지 분야 인재양성
영국 THE 세계대학랭킹 등 글로벌 평가기관에서 비수도권 종합대 1위 평가

화학과 하지원 교수 연구팀이 미래융합관 104호 공동기기실에서 광학현미경을 이용해 쿠커비투릴 분자가 붙은 금나노입자로부터 흡착 분자로 핫전자가 이동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사진 = 울산대)
화학과 하지원 교수 연구팀이 미래융합관 104호 공동기기실에서 광학현미경을 이용해 쿠커비투릴 분자가 붙은 금나노입자로부터 흡착 분자로 핫전자가 이동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사진 = 울산대)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울산대(총장 오연천)가 세계 유수의 대학평가에서 국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연구중심 대학으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계 발전을 이바지하는 기초과학 연구부터 울산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연구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매장량 풍부한 순철 기반 영구자석 디자인 = 울산대가 희토류 원소를 대신할 비희토류 영구자석 소재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한국연구재단이 대학중점연구소로 선정한 물리학과 에너지하베스트-스토리지연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홍순철 교수는 제자인 엇후 도르지 인천대 물리학과 교수가 참여한 연구에서 지구상에 매장량이 풍부한 순철을 기반으로 한 영구자석 소재 개발 방향을 이론적으로 제시해냈다.

기존에 사용하는 희토류는 열과 전기가 잘 통하기 때문에 휴대폰 등 전기‧전자‧정보통신기기‧전기자동차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 필수 재료다. 하지만 매장량이 극히 적어 값이 비쌀 뿐만 아니라 세계 소비량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중국이 수출량을 줄이면서 국제 자원 분쟁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홍 교수팀은 매장량이 풍부한 비희토류인 순철을 재료로 해 희토류 네오디뮴(Nd) 영구자석에 못지않은 고성능 영구자석 소재를 제시해냈다. 연구가 완성되면 희소성에 따른 원재료 확보의 어려움과 높은 가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연구 결과는 야금학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인 ≪악타 머티어리얼리아(Acta Materialia, IF: 7.656)≫ 온라인 판에 게재됐으며 국내외 특허 출원도 준비하고 있다. 또한 해당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초일류 소재강국 실현을 위해 추진한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 과제로 선정돼 진행됐다.

■‘핫전자’ 조절법으로 고성능 에너지원 개발 가속화 = 울산대 화학과 하지원 교수 연구팀이 속이 빈 호박 모양의 화합물인 쿠커비투릴(Cucurbituril)에 기반한 주인-손님 초분자 상호작용을 이용해 금나노 입자에서 발생하는 ‘핫전자(Hot electron)’의 계면 전달을 가역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하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금나노 입자 표면에 쿠커비투릴 분자를 단단히 결합시킨 후 주인-손님 상호작용을 통해 복합체를 형성했다. 이를 통해 흡착분자의 화학적 본성 및 전자 구조 변화를 유도했으며 금나노 입자에서 발생한 핫전자가 계면에서 흡착분자로 전달되는 정도를 조절했다.

또한 손님 분자들의 쿠커비투릴 내부로의 결합 및 방출을 가역적으로 조절하는 것으로 흡착분자로의 가역적 전자 전달 방법을 제시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쿠커비투릴이 흡착된 금나노 입자가 계면 전자 전달 연구에서 새로운 재사용 연구 플랫폼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생분해되는 친환경 투명필름 개발 = 울산대의 연구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진정호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목재 펄프로부터 얻어진 천연고분자 셀룰로스를 이용해 물에 잘 젖지 않으면서도 생분해가 가능한 식품포장용 투명필름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천연소재인 셀룰로스 나노섬유를 사용해 식품 선도 유지에 필수적인 산소 차단성을 높였다. 이로써 합성플라스틱 필름으로 만드는 라면 봉지 등의 식품포장재를 대체할 수 있게 돼 학계의 커다란 주목을 끌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라면 포장재는 외부 산소나 수분의 침투에 의한 식품의 산패를 방지하기 위해 PET, OPP 등 합성플라스틱 필름에 알루미늄 금속박막을 덧씌운다. 이로 인해 재활용이 불가하고 소각 과정에서 미세먼지, 유독가스 등 다량의 유해 물질이 발생하고 있다.

진 교수팀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중대향충돌 방식으로 나노셀룰로스를 대량 제조해 나노셀룰로스 투명필름을 제작했다. 가정용 프라이팬 표면에 적용된 것과 유사한 발수‧발유 코팅박막으로 셀룰로스 특유의 물에 약한 성질을 보완하고 생분해되도록 했다.

 (사진 =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진정호 교수 연구팀이 물에 잘 젖지 않고 생분해되는 투명필름을 개발했다. 그림은 나노셀룰로스 분산액, 나노셀룰로스 투명필름, 목재 펄프 분산액을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 = 울산대)

앞서 나열한 매장량이 극소인 희토류를 대체하는 순철 기반 영구자석 디자인, 고성능 촉매 개발,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합성플라스틱 식품포장재를 대체하는 투명필름 개발은 울산대가 최근 내놓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다.

울산대는 대학 차원에서 교육부가 지원하는 △사회맞춤형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 △지역선도대학 육성사업 △대학혁신지원사업 △두뇌한국(BK)21사업 등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기초연구실(BRL, Basic Research Laboratory)지원사업 △다부처 공동사업 등을 수행 중이다.

기초연구실 지원사업에는 ‘수소 모빌리티 산업기반 확충을 위한 한계 요소기술’, ‘유비퀴틴 조절을 통한 폐암제어’, ‘항암 면역 기능이 소진된 T세포 재활성화 유도’, ‘항염증 색소조절 국소약물 발굴 및 의약화학적 최적화’ 등 4개 사업이 선정돼 2023년 2월까지 해마다 5억 원씩 지원받아 연구한다.

이와 함께 올해는 경남지역 대학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교육부가 지원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도 신청했다. ‘미래 모빌리티’와 ‘저탄소 그린에너지’ 사업에 선정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울산대 관계자는 “해당 지역혁신사업에 선정되면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소재한 ‘제1의 수소도시 울산’에서 미래 핵심 산업이 될 모빌리티와 그린에너지 분야 연구를 선도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구교남 울산대 기획처장은 “울산대는 국내 최대 산업도시에 소재한 지리적 이점을 교육 및 연구에 활용하고 올해 AI융합전공을 신설하는 등 급변하는 사회의 요구에 선제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울산대는 이와 같은 노력으로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의 2020년도와 2021년도 세계대학평가에서 수도권을 제외하고 국‧공립대를 포함한 종합대학 중 1위로 독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영국 THE(Times Higher Education)의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12위, 영국 QS(Quacquarelli Symonds)의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16위, 미국 US News의 세계최고대학평가에서 국내 14위,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의 세계대학 연구력평가(Leiden Ranking)에서 국내 5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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