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흠 영남신학대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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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대학교의 의뢰로 대학 규정 컨설팅을 했다. 대학교 규정에서 내규상 최상위 규정은 정관이라 할 수 있다. 정관은 ‘사립학교법’ 등을 준수해야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규정 컨설팅 과정에서 이 같은 정관의 특성을 고려해 규정의 정오표를 만들었다. 정관의 법령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데 교육부 지침을 참고했다. 2020년 교육부의 정관 업무 안내에 의하면 정관 변경 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사항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먼저 정관 변경안 작성 시 사립학교법 등 상위 법령 규정에 적합한지를 항상 검토해야 한다. 상위 법령에 어긋난 정관은 그 자체로 효력이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정관에 규정할 사항을 하위 규정에 포괄적으로 위임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른바 포괄위임 금지 원칙에 의한 것이다. 법은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하위 규정에 상세한 내용을 포괄적으로 위임하면 이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학교법인 이사장의 직무는 규칙으로 정한다’는 규정은 포괄위임 금지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반면 ‘이사장은 법인을 대표하고 법인의 사무를 총괄한다’는 가능하다.

법령에서 정관으로 위임한 사항을 규칙 등에 재위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학교 사무직원의 정원은 규칙으로 정한다’는 불허된다. 그러나 ‘법인 및 고등학교에 두는 일반직원의 정원은 각각 별표1 및 별표2와 같다’는 허용된다. 또한 법령의 규정에 의거 정관에서 정해야 하는 사항은 명확하게 정관에 규정해야 한다. 예컨대 ‘법인에 7인 내지 9인의 이사를 둔다’와 같이 이사의 정수를 불확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정관의 조·항의 번호가 변경됐을 경우, 변경된 정관의 내용을 반영해 변경된 조·항을 인용한 다른 조·항도 변경해야 한다. 예컨대 정관에서 직원보수규정에 관해 정관 제37조에서 규정하던 내용을 정관 43조로 변경했다면 직원 보수규정 제1조에서 해당 규정은 ‘정관 제37조에서 규정한 직원 보수에 관한 사항을 규율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을 변경된 정관을 반영해 ‘정관 제43조에서 규정한 직원 보수에 관한 사항을 규율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규정 컨설팅 과정에서 의외로 정관이 변경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영하지 않은 하위 규정의 내용이 많은 사실을 발견했다. 특정 사항을 별표에 규정하기로 한다고 했지만 별표가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끝으로 교육부는 이사정수 등을 변경할 경우에는 경과조치 및 시행일(부칙에 명기)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규정의 연혁과 유효기간을 밝히기 위해 시행 시점을 명확히 명시해둘 필요가 있다.

학교의 규정은 그 학교의 얼굴과 같다. 통일된 체계로 디자인된 규정이 제정될 때 학교의 품격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용어가 통일되지 않고 산재한 경우가 많았다. 특정 규정에서 용어를 통일시킬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규정과 규정 간에도 용어를 통일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문구인 ‘본 규정’은 직원의 복무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직원복무규정에서 규정했다면 교원 복무규정에서 ‘이 규정’은 교원의 복무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기보다는 ‘본 규정’은 교원의 복무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는 것이 낫다. 또한 청탁금지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일반법을 반영할 때에는 일반법의 변경내용을 고려해 학교의 규정도 변경해야 한다.

최근 대학 규정의 불명확성 때문에 부산 모 대학교는 임금 소송이 빈번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규정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대학 당국은 대학 경영을 건강하게 운영하기 위해 규정 정비작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상시적으로 법률 자문과 컨설팅을 통해 정비하는 것이 원만한 학교 경영을 위해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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