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철 KENTECH 기획처장 (사진 = KENTECH)
한상철 KENTECH 기획처장 (사진 = KENTECH)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한국에너지공과대(KENTECH, 켄텍)의 등장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들 힘든데 ‘한전공대’ 짓는다고?” “문재인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한 무리한 추진 아냐?” “캠퍼스도 덜 지었다는데” 등의 말들은 항상 켄텍을 따라다녔다.

하지만 누구나 ‘처음’은 있다는 게 켄텍의 입장이다. 이제는 ‘한전공대’라는 이름도 쓰지 않는다. 지난 3월 24일 특별법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법’이 여야 합의의 논의 과정을 거쳐 통과됐다. 4월 21일에는 ‘Korea Institute of Energy Technology’라는 영문 교명을 확정했다. 드디어 6월 1일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대학 부지에서 첫 삽을 떴다.

한상철 켄텍 기획처장은 한국전력 내 기구인 한전공대설립단 시절부터 눈코 뜰 새 없이 시간을 보낸 인물이다. 그는 개교 준비 단계에서 켄텍에 대한 세간의 비판과 의문점들은 나올 수 있을지 몰라도 이러한 말들이 개교 후까지 이어질까 우려스럽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한 처장은 “설립단 시절에도 많은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세세한 결정을 하는 단계기 때문에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있다”고 했다.

한 처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켄텍과 관련된 주요 사항에 대한 켄텍의 입장을 밝혔다.

- 캠퍼스 없이 학생 유치에 나섰다는 부분에 대한 비판이 있다. 어느 정도까지 진행된 건가.
“2025년까지 대학 캠퍼스 40만㎡에 주변 산학 클러스터 40만㎡, 연구시설 40만㎡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다. 바닥 기초기반공사는 90% 가까이 진행됐다. 중요한 시설 중 하나인 대학 본관 건물은 2024년 초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교 핵심 시설은 올해 연말에 임시사용 승인을 받고 3월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물론 해당 시설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 나주 혁신산업단지에 있는 한전 에너지신기술연구소에 한 개 동을 대여해 놓은 상황이다.

본 캠퍼스를 완공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나 학생들을 비롯한 대학 구성원의 정주 요건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나주 혁신도시를 ‘시티 캠퍼스’로 만들 생각이다. 학생들의 이동이 잦을 수밖에 없어 나주시의 도움을 받아 인프라를 확보할 계획이다.”

- ‘시티 캠퍼스’로 얻을 수 있는 점은.
“자칫 잘못 이해하면 ‘갈 곳이 없어서 도시 여러 곳을 활용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건물의 유무와 상관없이 도시에서 배우고 도시와 발전하는 대학이 되고자 하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캠퍼스 구축이 완료돼도 이 점은 변함없을 것이다. 1666년에 설립된 스웨덴 룬드대(Lund University)처럼 지역과 화합하는 차원의 시티 캠퍼스를 구축하고자 한다. 룬드대는 산학협력의 산실로 여겨지는 대표적인 대학이다. 지금도 유럽의 명문대 중 하나로 꼽힌다.

‘나주’라고 하면 ‘배’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켄텍과 나주 혁신도시가 시너지를 발휘해 도시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본다. 지역과 상생 발전하기 위해 에너지밸리부터 광주·전남을 아우르는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을 매개로 광주·전남 에너지 관련 기능의 집적화를 이룰 것이다. 켄텍은 글로벌 산학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학(켄텍)과 지자체(광주·전남·나주), 한전, 민간 기업 등으로 클러스터 거버넌스를 구성해 에너지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혁신사업단을 꾸리고 켄텍 산학협력단과 상호 협력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에너지 허브를 구축할 예정이다.”

KENTECH은 2025년까지 대학 캠퍼스 40만㎡, 주변 산학 클러스터 40만㎡, 연구시설 40만㎡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사진 = KENTECH)
KENTECH은 2025년까지 대학 캠퍼스 40만㎡, 주변 산학 클러스터 40만㎡, 연구시설 40만㎡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사진 = KENTECH)

- 학생들이 지낼 기숙사와 받게 될 장학금은.
“기숙사가 2024년 지나야 생긴다는 것은 맞다. 일단 혁신도시에 있는 시설을 이용할 예정이다. 학생들에게 중요한 건 ‘안전’과 ‘교육’이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는 곳으로 임시 기숙사를 정할 것이다.

혁신도시의 편리한 인프라는 물론이고 건물과 시설들을 사용하는 측면에서도 부족하지 않다. 녹지 조성도 잘 돼 있고 이동도 편리하다.

100% 국가장학생 학비 면제라고 봐도 좋다. 기업체 위탁 장학생에게는 등록금을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켄텍은 아직 위탁 장학생 제도를 만들지 않았다. 최소 생활보조금을 지급해 학생들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연구실 간 차등 지급도 없을 것이다. 우수한 학생들을 끌어들일 특화 교육시스템을 널리 알릴 방침이다. 켄텍도 특별법에 따라 운영돼 수시 6회, 정시 3회 지원 제한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에너지’ 연구에 관심이 있거나 뜻을 둔 우수한 학생들이라면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다.”

- 내년 개교지만 교수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안다.
“22명의 교수진을 확보한 건 맞다. 그리고 5명 정도 계약을 목전에 둔 교수들도 있다. 연말까지 33명을 충원하고 3월 개교 전 50명을 채용해 교수진 절반을 채울 계획이다. 총 110명으로 시작할 학부 규모를 고려할 때 교수진 50명은 교육에 무리가 없다. 수시모집 학생부종합 일반전형으로 90명을 선발하고 수능 위주인 정시모집와 고른기회전형 정원 외 입학에서 각각 10명 등 총 110명을 뽑는다.”

- 교수 명단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교수 개인정보 보호 차원이다. 아직 다른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교수진이 있다. 켄텍으로 이직하는 사실이 미리 알려지면 재직 중인 대학에서 어떤 식으로든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적절한 시점에 공개하겠다.”

- 과학기술원 교수 평균 연봉의 3배를 주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크게 다르지 않은 연봉이다. 석학은 4억 원, 정교수 2억 원, 부교수 1억 4000만 원, 조교수 1억 2000만 원 내외가 될 것이다. 연구성과를 낸다는 측면에서 볼 때 연구과제 수행 목표를 높게 잡았다. 1인당 교수 연구과제비 목표를 처음부터 5억 원 넘게 책정했다.”

KENTECH 교원 확보 계획 (사진 = KENTECH)
KENTECH 교원 확보 계획 (사진 = KENTECH)

- ‘에너지 특성화’라고 하면서 원자력발전 관련 학과 없는지.
“대학마다 역할 분담이라는 게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원전 관련 학과는 이미 다른 대학들이 원자력 연구소들과 긴밀히 연계해 잘하고 있다. 원전은 후발 연구가 거의 불가능한 연구 분야다. 이미 ‘리딩 플레이어’로 위치를 선점한 대학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에너지’ 부분은 리딩 플레이어가 아직 없다. 수소 에너지를 비롯해 에너지 AI, 차세대 에너지 그리드, 에너지 기후변화‧환경, 에너지 신소재 등을 다루는 ‘특화 대학’은 전 세계에서도 찾을 수 없다.

한전이 지난해 생산한 전력 생산량 중 원자력의 비중은 29%에 달했다. 이에 한전의 지원을 받는 우리 대학이 원전 연구를 해야 한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 하지만 원전은 한전의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지원을 받는 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가 충분히 해내고 있다. KINGS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켄텍이 중복으로 원전 연구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했다가는 ‘돈 잔치’니 ‘지역 편애’니 하는 소리를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 지역인재전형을 뽑아 달라는 지자체의 요구가 있는데 수용하지 않았다.
“지역인재전형을 원하는 지자체의 의견은 이해한다. 그러나 해당 전형 선발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켄텍은 지역은 나주에 있지만, 목표는 글로벌 대학을 추구하고 있다. 지역 인재들도 일반전형으로 충분히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다른 지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우수한 인재가 입학해 켄텍에서 창업가, 연구자로 성장해 지역에 이바지할 것을 기대한다.

물론 과기원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사례가 있기는 하다. 올해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지역인재전형 정원을 늘려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된 올해 신입생은 지역인재전형 정원 65명 중 32명에 그쳤다. 급하게 정해진 정원 확대 발표와 수도권 중복 합격이 주요 원인이라고 들었다.”

- 켄텍 지원자 중 성적이 낮아도 운이 좋으면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 대학에서 제시한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정원이 남아도 선발하지 않을 계획이다. 수시 전형에서는 최저학력기준을 두지 않았고 정시에서는 기준을 뒀다. 수학과 탐구, 두 개 부분을 합쳐서 3등급을 넘기면 안 된다.”

- 학령인구 감소로 비수도권 지방대의 어려움을 외면한 ‘개교’라고 비판받고 있다.
“비수도권 지방대가 겪고 있는 문제의 원인은 학령인구 감소보다 수도권 집중 현상에 의한 타격이라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과기원과 포항공대의 경쟁률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수도권의 몇 개 대학들을 제외하면 과기원과 포스텍의 경쟁률이 더 높다. 이 학교들은 비수도권 지방대이면서도 다른 대학에 비해 8배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따라서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지역에 대학 하나가 더 느는 것에 대해 비판할 게 아니다. 지방대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 나주에서 ‘글로벌’ 교육‧연구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지금 시대야말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지식을 쌓고 교류할 수 있는 최적의 때다. 켄텍은 온라인 학습 플랫폼인 에덱스(edX)를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edX 개설 교과목을 학점으로 인정해 세계 유수 대학의 교육과정을 누릴 수 있도록 준비했다. 또 교환학생 활동은 물론 국내외 연구소와 기업 현장실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글로벌 교육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학생이 직접 수업의 목표와 평가 기준 등을 설정할 수 있는 ‘GAPA 프레임워크(Goal Activity Product Assessment)’라는 학생 참여형 커리큘럼 설계를 도입해 스스로 수업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도 줄 것이다.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OIST)는 지리적 여건의 불리함을 콘텐츠 파워로 극복한 대표 사례다. OIST의 글로벌 학생 비율은 85%에 달한다. 글로벌 교원도 62% 수준이다. OIST는 네이처급 논문 배출 순위 9위에 올라 지방 소도시에서 명실상부한 최첨단 과학기술의 중심지로 거듭난 케이스다. 우리 대학도 우수 외국인 학생을 30% 규모로 선발하고 전체 교원 중 외국인 교원을 최소 15% 수준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행정인력도 글로벌 역량을 갖춘 구성원으로 선발해 인적 구성의 다양성을 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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