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된 송기춘 전북대 교수
인권 신장 위해 다방면 활동해와
"군대 내 인권 신장 위해 진상 규명뿐 아니라 제도 개선까지 나설 것" 포부 밝혀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사진=허지은 기자)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사진=허지은 기자)

“법은 인간의 온기를 보듬는 것이어야 한다. 인권은 따뜻한 것이다. 인간을 아프게 하고 오로지 냉철한 논리만을 관철시키는 법은 사람을 살리지 못한다. 사람을 죽이는 법은 폭력이다. 그렇기에 법을 다루는 이들은 인간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고뇌를 하여야 하는 것 아닌가.” (송기춘,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만을 위한 법>)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최근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됐다. 참고로 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이고 위원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는 자리다.

송 위원장은 인권 문제 전문가로 불린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소속으로 설립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자문위원을 지낸 바 있고 전북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며 학생 인권 신장을 위해서 노력했다. 현재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단체 ‘전북평화와인권연대’의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군 사망사고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은 사회의 불편부당한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 중 하나다. 또한 사회의 인권 침해를 해결하는 것은 법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갖는 사회적 책무라고 그는 말한다. 송 위원장은 이를 ‘직업 정신’이라고 소박하게 표현했다. 인권 침해로 다친 사람의 마음을 법으로 위로하고자 한다는 송 위원장의 말은 법학자로서 군 사망 사고 진상 규명에 임하는 마음을 가장 잘 드러낸다.

천안함 피격사건 재조사 논란과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의 일까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2일 송 위원장을 만났다. 위원장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앞으로의 포부는 무엇인지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임기 첫 시작부터 무거운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최근 천안함 피격사건 재조사 논란이 크게 일었다.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하는 신상철 전 천안함 민관합동조사위원의 진정 제기를 받아 위원회가 조사하기로 결정했다가, 천안함 생존 장병과 유가족의 반발로 논란이 커져 진정을 각하한 일이다.)
“진정이 제출된 사안에 대해서는 위원회가 접수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명백하게 조사대상이 아니거나 진상규명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까지 굳이 접수해서 각하결정을 해야 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을 제출한 사람이 접수 반려에도 불구하고 접수를 요청하면 접수를 해야 한다. 그리고 접수된 사건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조사를 거쳐 공식적으로 조사결정을 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진상규명을 하거나 진정을 기각 또는 각하한다.

천안함 피격사건은 위원회가 조사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 위원회의 설립 취지를 생각해 보면 적절하지 않은 결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우리 위원회는 군 사망사건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진 기관이지, 예우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 기구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천안함 사건에 관해 의혹을 제기하는 신상철씨를 사회적으로 비난하거나 배제하는 분위기는 옳지 않다고 본다.”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의 사건과 같이 군대 내에서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에도 위원회가 조사를 하고 있다.
“군대 내에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노무현 정부 시기에 활동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큰 이슈였다. 내가 현재 회장으로 있는 평화군사법연구회라는 곳에서 주도해 당시 ‘자살 처리자’에 대한 법적 예우 방안을 연구한 적도 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군인에 대해서는 그간 군의 전력을 해쳤다든가 군인의 명예를 떨어트렸다는 이유로 기본적 예우도 하지 않고 심지어 비난까지 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법제도도 그러했다. 하지만 군에서 죽은 일이 그렇게 평가되는 게 옳은 일인가. 그들은 국립묘지 안장도 안 되고, 군 복무 중 사망한 군인이 받는 기본적 예우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유가족들이 굉장히 억울해하셨다.

군에서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사실 단순한 자살이 아니지 않나. 사회에서 죽어도 어떤 사건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부른다. 군에서 스스로 사망한 것이 설사 개인의 나약함의 탓으로 돌릴 부분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국가는 군대에 데려가지 말았어야 할 게 아닌가. 인터뷰 직전에도 한 사건을 봤다. 군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았으나 입대했던 분의 사건이었다. 입대 전은 물론 그 후에도 부적합 판정을 받고 자살 위험성이 있다고 평가됐지만 부대 안에서도 적절한 관리가 없었고 결국 그 분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런 일에 왜 국가의 책임이 없겠나. 그런 주장들이 조금 받아들여져 2015년부터는 군대 안에서 자살한 경우도 순직으로 인정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직무관련성에 따라 순직의 유형이 달라지긴 하지만 말이다. 

과거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지금의 제도도 여전히 한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죽음을 유공 여부 또는 직무관련성의 관점에서 평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에서 질환이 생겨서 사망한 경우 순직으로 보기는 하나 사망과 직무관련성이 크지 않은 순직3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그 질환이 군의관의 잘못이나 지휘관의 조치 미흡 또는 군의료 시스템의 문제 때문이라면 이게 단순한 재해로 처리될 것은 아니다. 국가가 책임을 중하게 져야 할 사안이라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군복무 중 사망한 것이 아니라 전역 뒤 사망했으나 사망의 원인인 질병을 군 복무 중 얻은 경우, 또는 군에서 지병이 악화된 경우, 제대 후 상당 기간을 거쳐 병치레를 하다 돌아가신 분들의 경우도 과연 전역만 하면 사망이 군과 무관한가 하는 문제가 있다.”

-큰 사건들이 터져 나올 때만 군 사망사고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것 같다.
“모든 국민이 모든 문제에 항상 같은 정도로 관심을 가지기는 힘들다. 이 기회에라도 관심을 가지면 된다. 활동가, 전문 인력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직업정신을 갖고 투철히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름의 충분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군 사망사고는 대학생 중에서도 절반 이상과는 관련이 있는 문제다.
“대학생의 절반이라면 남성을 뜻하는 것일 텐데, 사실 군 문제는 남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녀를 둔 가족과 친구 모두와 관련된 문제고, 그렇기에 국민 전체에 관련되는 문제다. 군 사망사고 진상 규명이 국민의 인권 신장의 문제인 이유다.”

-마주하는 사안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만큼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안타까운 사안들이 많다. 어깨가 무겁다기보다는, 마음에 슬픔을 항상 간직하고 일을 해야 하는 게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슬픔을 해결하기 위해 일한다. 구체적으로 사건을 규명해 위로하는 게 우리 일이다. 돌아가신 분을 어떻게 마음에서 보내겠나. 다만 왜 죽었는지 알고, 그에 대한 적절한 예우를 해서 명예로운 죽음임을 알리는 것. 그게 우리가 할 도리를 다하는 게 아니겠나 생각한다.”

-위원회 위원들은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있나.
“위원회 상징 마크를 보면 빨간색과 파란색이 같이 있다. 이는 따뜻한 마음과 이성적 자세를 의미한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슬픔과 아픔을 위로하는 마음가짐과 함께 진상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자 하는 이성적인 마음이다. 슬픔과 아픔을 치유하고 돌아가신 분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가족들의 한도 조금이나마 사그라들기를 바라며 진상 규명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군 역시 신뢰를 회복하고 군이 국민의 인권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위원장을 하기 이전 군 인권 문제는 물론 학생 인권, 장애인 인권 등 소수자 인권문제에 이르기까지 인권 신장을 위해 많은 일을 해 온 것으로 안다.
“그저 내 앞에 주어진 일이었기에 그런 활동을 해 온 것이다. 의식이 고루하고, 헌법 정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맞설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장애인 인권 신장 활동을 해 왔는데 지역의 담당 공무원 의식 자체가 뒤처진 경우가 많아 때로는 농성도 했다. 법학자로서 법을 연구하고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것이 법학자의 실천의 과정이라면 그 과정에서 이런 저런 활동을 같이 해온 것이다. 연구와 동일 선상에 있는 일이다.”

-인권 문제에 나서게 된 계기가 따로 있었나.
“특별한 계기는 없다. 그저 부끄럽게 살지 말자는 생각을 항상 한다. 내 삶의 의미를 갖고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는 마음이다. 살면서 이리 저리 어려움이 있고 외면하기 힘든 일 있으면 그 문제와 관련해 내가 가진 지식이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사용하는 그런 과정에서 내 인생도 펼쳐진 것이라 믿는다. 부끄럽게 살지 않으려면 뭔가 해야한다. 설령 내가 노력했음에도 상황이 바뀌지 않더라도 그 당시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라는, 적어도 몸부림을 쳤다는 ‘알리바이’라도 남겨야 할 것이 아닌가.”

-자문위원 활동을 했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활동이 종료됐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단됐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노무현 정부 때 설치돼 3년간 활동하기로 돼 있었던 한시적 기구였다. 그 이후 한 차례 활동기간이 연장됐다가 정부가 바뀌면서 활동을 마친 것이다. 그러다 현 정부가 들어서며 다시금 지금의 위원회가 만들어져 군 사망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있다.”

-2009년 이후에도 군 사망 사건은 계속되지 않았나.
“2009년 이후에도 군에서 사망사고는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2011년에는 143분이 돌아가셨고 2014년에도 101분이 돌아가셨다. 2018년부터 100명 이하이고 2020년에는 55분이 돌아가셨다. 군이 많은 노력을 한 것이 분명하지만, 군에서 사고든 질병이든 한 분도 억울하게 돌아가셔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노력하면 이렇게 줄일 수 있었던 것을 왜 이전에는 한 달에 100명 이상이 죽어 나갔어야 했나 통탄할 일이다. 1970년대까지는 군에서 한 달에 100명 이상이 죽었다.”

-조사 대상으로 접수된 사건만 따져 봐도 적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위원회가 한시기구가 아닌 상설기구가 돼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위원회는 진상조사를 하는 곳이지만, 진상규명에 더해 이와 관련되는 나름의 제도 개선까지 권고하고 있다. 그를 통해 군내 인권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망사고와 관련된 것만 조사하고 있지만, 군 전반에 걸친 인권 상황에 대한 나름의 감독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에, 군 인권 감독기구의 성격도 갖는다고 생각한다. 직권 조사, 제도 개선 권고도 할 수 있기에 앞으로 군 인권 보장에 기여할 수 있는 많은 권한을 가진 기구로서 발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인다. 하지만 우리 위원회는 법령에 따라 설치된 곳이고, 그렇기에 이 부분은 법률적 제한이 있어 개인적 소망일 뿐이다.”

-앞으로의 각오는.
“취임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 구천에 떠도는 망자의 혼을 위로해 산 사람들이 돌아가신 분을 잘 보내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진상을 규명하고 유족들의 슬픔을 달래고 아픔을 치유하고자 한다, 우리 위원회는 위로하는 사람들이고 치유자'라는 이야기를 했다. 무엇보다 우리 위원회의 일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는 일이니 그 부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한 군인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복무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할 것이다. 인권이 보장되고 그 안에서 직무 외의 다른 일로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는 부대가 되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일까지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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