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코로나19도 끝이 보이는 것일까.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코로나19는 제발 좀 지구를 떠났으면 하는 것이 모든 사람의 바람일 것이다. 인간의 일상을 망가뜨리고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 전체를 바꾸어 버렸다. 코로나19는 끔찍했지만 그럼에도 변화에 적응하는 인간은 진단키트를 만들어 확진자를 분류하고 곧바로 백신을 만들어 내면서 이제 곧 일상을 꿈꾸게 만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서울대의 2학기 전면 대면 수업 시행은 찬반 논란을 떠나 용기있는 선제적인 조치이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대학은 지식 공동체로서 새로운 지적 동반자들과의 만남이 이뤄지고 교수와 학생, 선후배 간의 교류,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토론 등이 이뤄지는 공간이어야 한다”면서 “어려움이 있더라도 대학의 문을 좀 더 학생들에게 여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로 다방면에서 많은 문제들이 끊임없이 발생되고 있지만 실상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기초학력 저하 현상이다. 온라인 수업은 학생들의 나태함을 만들어 냈고 시험 평가가 미뤄지니 자율학습도 낮아졌다. 그렇게 시나브로 학생들의 학력 저하는 심화됐다. 지난해 국정 감사에서 드러난 서울대 신입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는 그야말로 심각했다. 신입생 중 수학 과목 부족자는 15%에 달했고 영어 과목은 무려 3명 중 한 명이 실력 미달이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염없이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작금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다른 면도 분명히 있다. 그저 바쁘게 돌아가던 톱니바퀴에 코로나19가 쉬는 시간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낡은 부품은 교체할 시간을 줬고 조금 뻑뻑하던 부분에는 기름칠 할 수 있는 틈도 줬다. 이는 인간에게 또다른 잠재력을 터트릴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는 의미이다.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과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본지에서 진행한 대담을 통해 코로나19가 시작되던 2020년을 ‘기적의 시기’로 불릴 수도 있음을 예견했다. 근거도 있다. 1665년 영국 런던에 흑사병이 창궐했던 시절, 케임브리지 학생이었던 아이작 뉴턴은 23세가 되던 이듬해에 물리학의 기초가 되는 중력을 발견했다. 훗날 많은 이들은 영국 흑사병이 유행했던 1665년을 두고 ‘대역병의 해’가 아니라 ‘기적의 해’로 불렀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지나고 나면 2020년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닌 또 하나의 기적의 시기가 될 수 있음을 예상한 것이다.

실제로 최재천 교수는 “갑작스럽게 주어진 시간을 기회로 여기고 시간 관리에 힘쓰게 됐을 것이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 결과들을 차차 내놓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레 예상했다.

표면적으로 코로나19는 지구촌에 많은 상처를 줬다. 6월24일 기준으로 전 세계 사망자 수가 390만 명에 육박했고, 확진자 수는 1억 8000만 명이나 된다. 또 확진됐던 사람들에게 많은 후유증을 안기기도 했다. 심장, 폐, 피부, 뇌 기능을 포함해 신체 시스템 대부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기관염증증후군과 자가면역질환부터 ‘브레인포그’로 불리는 사고력이나 집중력이 저하되는 현상 그리고 심장 이상 박동 증상까지 심각한 후유증이다.

어찌됐든 코로나19는 이제 물러가는 것이 아니라 감기처럼 사람 주변에 머물면서 정기적으로 백신을 맞으면서 지내야 하는 인간이 무찌른 바이러스로 전락(?)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월 20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1년 37일만에 백신 1호 접종자가 나왔다. 이제는 한 번이라도 접종한 백신 접종자 수가 1500만 명을 넘어섰고 2차까지 접종을 완료한 접종률은 8%를 넘어섰다. 정부가 목표했던 상반기 1300만 명이상의 접종은 이미 넘어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예상했던 목표대로 진행된다면 7월 중순 이후부터는 확진자 발생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지난 1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회장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2학기 대면수업 확대를 위해 방역 지원책은 물론 ‘대학생 마음 건강 지원방안’도 충분히 고려해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코로나19가 없었던 지난 날로 완전히 되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이제는 대학 캠퍼스에 학생들이 부쩍부쩍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더불어 갑작스런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을 추스리며 기회를 엿보던 대학생들의 번쩍이는 아이디어와 잠재력으로 ‘대역병의 해’가 아닌 ‘기적의 해’가 되었길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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