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학술정보기획팀 부장

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정보봉사팀 부장
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정보봉사팀 부장

코로나19로 사회 전체가 혼란과 공황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 대학도서관도 예외는 아니어서 역할과 서비스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형태로 바뀌고 있다.

최근 대학도서관의 변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상공간을 통한 정보제공 및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다.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와 디지털 신인류의 등장, 비대면 교육의 일상화가 낳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학생들이 도서관을 안심하고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장소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도서관이 책을 읽는 공간만이 아닌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변화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상의 표준이 급격하게 바뀌는 상황에서 대학도서관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가 시작됐다. 기존에 해오던 서비스와 공간 활용에 대한 개념을 새로운 세대와 상황에 맞추는 작업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기존에 제공하던 서비스를 가상공간으로 전환하는 것만으로 대학도서관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문제를 너무 단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이 오히려 도서관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 책의 권력으로 대변되던 도서관의 영광이 새로운 창의 공간 구현과 디지털 서비스 제공으로 재현될 것이라고 믿는, 아니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미국도서관협회(ALA)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대학도서관의 현재와 1년 후의 상황을 예측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도서관 중 절반 이상이 신규 채용, 직원교육 예산, 인쇄본 장서 예산, 프로그램 예산 등 도서관 운영 전반의 예산이 취소되거나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1년 후 장서 및 서비스 예산 등이 현재보다 더 심각하게 축소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국내도, 필자가 대학도서관의 코로나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91%의 도서관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또한 앞으로 대학도서관의 역할과 위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한 도서관이 77%로 조사됐으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변한 도서관은 12.9%에 불과했다.

코로나19가 야기한 변화는 대학도서관이 아주 가까운 미래에 마주하게 될 정보제공 방법과 서비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좀 더 앞당겨졌을 뿐이다.

대학이 어느 곳보다 첨단 기술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차고 넘치는 곳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대학도서관이 그와 같은 상황을 몰랐다거나 예측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변명일 뿐이다.

코로나19가 대학의 교육방식을 극명하게 바꿔 갈 것이 예상되듯이 대학도서관의 서비스도 이전의 상태로 회귀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이 상황이 대학도서관의 변화와 혁신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이제 뉴노멀 시대로의 전환 시점에서 대학도서관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결정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유럽연구도서관협회(LIBER)가 31개국 300여 개 대학 및 연구도서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대학도서관이 주력해야 할 활동으로 ‘서비스의 재규정’ ‘디지털 기술 교육’ ‘물리적 공간의 재구성’ ‘다양한 디지털 자료의 확보’를 언급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 시대 대학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어떤 기능을 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때이다.

이 보고서의 결론 부분에 다음과 같은 언급이 있다.

“미지의 세상은 불확실성이 크고, 앞으로 고도의 적응력이 필요할 것이다.”

대학도서관을 위한 정답은 이미 나와 있는 듯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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