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법인서울대학교가 시끄럽다. 최근 벌어진 소란만 놓고 보면 더위를 먹은 듯 심상치 않아 보인다. 사고가 벌어진 후 보여준 뒷처리 또한 깔끔하지 못해 더욱 그렇다. 국민 모두의 기대를 한 껏 받고 있는 국내 최고 대학이 흔들리는 모습에 탄식이 절로 흘러나온다.

지난 6월 26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청소노동자 A씨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타살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당시 오전 8시에 출근한 A씨는 불과 4시간 뒤인 오후 12시 20분쯤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후 알려진 50대 여성 A씨가 처했던 환경은 더욱 참혹했다. 관악학생생활관은 노후 시설로 엘리베이터도 없었고 여학생 169명이 생활하는 큰 규모지만 A씨 혼자 담당했다.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매일 6~7개씩 계단을 통해 날라야 하는 노동 강도가 계속됐다. 게다가 안전관리팀장은 출근 복장을 지적하고 통보도 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쪽지 시험을 보게 만들기도 했다. 시험 문제의 답은 영어나 한문으로 쓰게 했고 시험 점수는 고스란히 공개해 망신을 줬다.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관악학생생활관을 담당하는 청소노동자 16명 가운데 13명은 무기계약직이고 3명은 6개월, 1년 단위로 계약해야 하는 비정규직이었다. 이들은 서울대 직원 정원에도 포함되지 않아 교육부가 지원하는 인건비에서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생활관 운영비에서 임금이 지급된다. 법인 직원들은 호봉과 직급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체계와 다르게 자체 직원들은 그저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문제는 끊임없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8월 또다른 휴게공간에서 청소노동자 한 명이 사망했다. 불과 2년 만에 비슷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직원들 간의 차별 행위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흘러나왔다. 당시 법인직원과 자체직원 사이 차별이 존재한다는 질의에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좋아지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형식적인 답변만 했다.

또 청소노동자가 열악한 환경과 버티기 힘든 노동 강도에 운명을 달리 했지만 학생처장은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 역겹다”고 말해 비난을 자초했다. 물론 한 정치인이 추모하는 글을 올리자 정치권이 이용하는 것을 두고 분노했다고 해명했지만 '역겹다'는 표현은 비난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서울대의 삐뚤어진 그들만의 엘리트 문화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의과대 B교수는 2016년 제자들에게 “너 정도 미모면 미국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도 될 만큼 경쟁력이 있다”, “내가 지금 혼자이니 나중에 나랑 살지 않겠느냐” 등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고 음대 C교수도 제자들에 선넘은 성폭력과 성희롱 발언으로 해직됐지만 최근 공공연히 ‘피해자와 합의해 곧 복직한다’, ‘당신이 조교 좀 맡아달라’ 등의 경솔한 발언을 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서슴치 않고 있다.

서울대가 법인화 된지 10년이다. 정부조직 형태를 갖추고 국가로부터 독립돼 자율성을 부여받았다. 그래서 작은 정부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그 자율성은 방임이 됐고 결국 관리 감독을 받지 않다보니 망가지기만 했다. 직원들간의 차별과 직장 내 갑질, 괴롭힘 문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서울대가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다면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서울대 홈페이지를 보니 교목이 느티나무다. 공교롭게도 포용력과 너그러움을 상징한다고 쓰여있다. 서울대는 느티나무를 두고 ‘목재의 재질이 좋고 결이 아름다워 규목(槻木)이라 불리며 목공예의 재료로 오랫동안 사랑 받아왔다. 병해충에 강하고 잎새와 줄기가 깔끔해 예로부터 선비정신을 표상하는 나무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러한 생명력과 포용력은 본교의 건학이념과 일치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제는 서울대가 직접 보여줘야 한다. 잘못된 것은 바로 인정하고 진정성있게 사과할 때 사람들은 호응의 박수를 보낸다. 뜨뜻미지근한 사후 처리가 아닌 피해자의 명예와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을 진심으로 담아야 한다. 부디 총장이 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교목인 느티나무가 상징하는 포용력과 너그러움을 이 더위가 싹 가시도록 시원하게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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