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서울대·카이스트와 잇달아 산학협력 나서
과기정통부 주도 ‘K-Hub 컨소시엄’ 사업도 시작
대학의 원천기술+산업체의 실용화·인프라 결합 필수

KAIST는 KT와 손잡고 ‘AI·SW 기술 연구소’ 설립하기로 했다. (사진= KAIST)
KAIST는 KT와 손잡고 ‘AI·SW 기술 연구소’ 설립하기로 했다. (사진= KAIST)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시대다. 디지털 시대·4차 산업혁명 파고를 타고 AI는 미래 산업 분야의 귀한 몸이 됐다. 대학 역시 AI 분야 인재양성과 연구,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대학 내 연구와 인재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니 그 범위를 확대해 기업과 협업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규모 프로젝트에 기업과 손잡는 대학들= 네이버는 5월 서울대·KAIST와 함께 AI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는 ‘초대규모(Hyperscale) AI’ 분야의 공동 연구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연구에는 서울대와 네이버 AI 연구원 100여 명이 참여하고 3년간 연구비와 인프라 지원비 등을 포함한 수백억 원 규모의 투자비도 투입된다.

기존에 개별 프로젝트 중심으로 진행돼 온 산학협력과는 달리 각 대학에 네이버 연구원들이 하나의 연구센터를 구성해 밀착 협력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특징이다. 네이버 연구진은 겸직 교수 자격으로 AI대학원 학생들이 AI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공동연구지도에 나서고 대학의 연구진은 네이버와의 AI 연구에 참여한다. 향후 AI 인재 양성 차원에서 네이버는 서울대·KAIST 학생들의 인턴십과 산학협력 파견에도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정송 KAIST AI대학원장은 “이번 산학협력 모델을 통해 세계가 놀랄 만한 수준의 임팩트 있는 연구 성과를 만들어 구글, 페이스북, 스탠포드, 버클리 대학 등 최신 AI 기술을 선도하는 산업계, 학계 유수 기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발판으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네이버 측은 “국내에서 이런 방식의 산학협력을 대규모로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표현했다.

KAIST는 KT와의 협업을 통해 ‘AI·SW 기술 연구소’ 설립에 팔을 걷어붙였다. 내부에 AI2XL(AI To Everything Lab) 연구소와 AI 로봇사업단을 신설하면서 공격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선 KT는 KAIST와의 협력을 통해 AI 원천기술과 산업기술을 아우르는 R&D를 고도화에 초점을 맞췄다. 양 기관은 대덕2연구센터에 ‘AI·SW 기술 연구소’를 공동 설립하고 연내 공식 출범 시킬 계획이다.

그런가하면 지난달에는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산학연 컨소시엄 사업 결과가 발표됐다. ‘K-Hub 그랜드 컨소시엄’으로 명명된 과기정통부의 이번 사업에는 고려대가 주관 대학이 돼 국내 대학과 기업, 연구소에서 축적되는 인공지능 연구 역량을 모은다.

향후 5년간 정부 지원금 445억 원에 더해 서울시 지자체 지원금 44억여 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규모의 사업에는 10개 AI대학원을 포함한 국내 30여 개 대학과 100개가 넘는 기업, 정부출연연구기관 7개가 참여한다.

조경식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사업 배경을 두고 “최신 인공지능 연구는 보다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고 있다”며 “국내 최고 연구진의 역량을 한데 모아야 세계와 경쟁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진국 AI 발전은 어디까지… 한국의 현 주소는?= 이처럼 AI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지금보다 투자 규모를 늘려나갈 전망이다. AI 기술의 미래 성장과 산업적 파급력을 인식하고 이 분야의 기술 혁신을 활발히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데이터베이스 분석 업체인 클래리베이트와 KAIST 혁신전략정책 연구센터가 올해 발표한 ‘글로벌 AI 혁신 경쟁: 현재와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10개국은 저마다의 전략과 투자를 통해 AI 기술에 대한 발전 목표를 명확히 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 중심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AI 특화 전략은 없지만 AI에 대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공공 R&D와 근로자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관련 법률에도 R&D에 대한 다수의 권고안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국가 주도의 대규모 투자가 특징이다. AI 개발을 위해 160조 원의 투자계획을 가지고 있는 중국은 AI를 아주 중요한 산업 분야로 보고 있다. AI 분야를 중국을 위한 그랜드 비전(Grand Vision)의 주요 항목에 포함시켰다.

프랑스도 AI 분야의 선도적 위상 달성을 위해 2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고 AI 생태계 강화와 세계적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AI 연구에 집중하면서 연구 결과를 산업계로 이전하는 전략을 강조한다. 동시에 지역 클러스터, 중소기업 지원 확대를 내세웠다.

한국 정부는 2022년까지 5년간 2조 2000억 원을 AI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4대 AI 강국 도약을 위해 AI 대학원 설립을 통한 우수 인재 5000명 확보, AI 데이터 1600억건 구축, 공공분야(국방, 의료, 안전 등)를 대상으로 한 대형 AI프로젝트 추진 등을 선제적 목표로 삼은 것이다.

국내의 AI 발전 현 주소는 어떨까. 보고서는 한국은 AI 선도 국가들에 비해 우수한 기술 역량 확보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산업 현장에서 AI 기술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인재 확보 등 현실적인 문제도 잔존하고 있다. 특히 AI와 같은 첨단 응용 기술 영역은 대학, 정부 출연연구소, 기업 등 한 기관이 단독으로 역량을 발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특히 한국의 경우 산업과 정부 출연연구소의 특허인용지수(CPI, combined patent impact)는 평균 10%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대학의 성과는 매우 저조한 편이라고 짚었다. 대학의 AI 기술 규모는 높지만 영향력이 저조해 국가 전체적으로 AI 기술 혁신의 질적 성과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원준 KASIT 교수(혁신전략연구센터장)은 “우리나라의 AI 분야 소프트웨어 기반이 강하지 않아 연구나 인력양성 부분에서 아직 탄탄하게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AI 발전을 위해 산학협력은 필수 조건= 그런 측면에서 한국은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인재 양성, 산학연계를 통한 기술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보고서 역시 AI 기술 발전을 위해 긴밀한 산학 협력과 인재 양성을 핵심 요소로 꼽았다. 우수한 AI 기술을 가진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산학협력이 절대적이란 것이다. 무엇보다 우수한 인재 확보는 AI 생태계 확장을 위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인재 양성 역할은 대학이나 정부 연구소 등에서 수행해야 한다.

보고서는 “중국의 대학이 비록 질적 부분에서 많이 저조함에도 그동안 대학에서 양성된 AI 인재들이 산업에서 활동하게 되면 미래의 중국 산업 AI 역량은 획기적으로 발전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짚었다.

대학은 원천기술과 기초연구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산업체는 상품화와 실용화 역할을 하고 있다. AI 연구에는 빠른 컴퓨팅 인프라가 필수적인데 일반 대학에서는 이런 시스템을 개별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AI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네이버나 카카오, 삼성, KT 등의 기업은 풍부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연구 환경이 대학에 비해 유리하다. 대학은 기업을 통해 연구를 확장하고 기업은 경쟁력 있는 상품 개발을 위해 대학의 아이디어나 원천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로 윈-윈 할 수 있다.

이성환 고려대 교수(인공지능대학원협의회 회장) 역시 AI 분야의 발전 조건으로 산학연계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학이 좋은 논문을 만들어 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AI야 말로 산업계와 직결된 분야이기 때문에 산학연계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원준 교수는 “AI는 일반목적기술로 다양한 분야의 엔진이나 전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그 자체보다 타 기술과 접목했을 때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분야”라며 “타 기술과의 응용, 결국 산업계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기능적인 요구 사항을 통해 산업적으로 진보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산학협력이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