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 전문대교협 국제협력실장

조훈 전문대교협 국제협력실장이 10일 본지 인터뷰에서 전문대 국제교류 현안이 적힌 자신의 업무수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조훈 전문대교협 국제협력실장이 10일 본지 인터뷰에서 전문대 국제교류 현안이 적힌 자신의 업무수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국내 학생 수 줄어드는 것만 보면서 발만 동동 구르다가는 조만간 대학 문 다 닫아야 할 겁니다. 그래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하면 여전히 이게 왜 중요한지 깨닫지 못하는 대학 절반, 유학생의 ‘양’에만 치중하는 대학들이 또 절반 정도입니다. 유학생의 양보다는 교육의 ‘질’이 먼저고 그들이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선순환의 유학생 유치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입시에서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이 속출했다. 이를 책임지겠다며 총장직을 사퇴한 대학도 있었고 학과 통폐합 등 대대적인 구조개편을 단행한 대학도 나왔다. 국내 학령인구가 감소하게 되면서 이것이 대학가에 미친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국내 입학자원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해외로 눈을 돌리는 대학들이 많아진다. 하지만 제대로 하는 대학들은 별로 없는 실정이다. 일단 한 명의 유학생이라도 많이 받는 것이 더 급급한 탓에 교육의 질 관리나 유학생을 위한 일자리 발굴, 산업계 협력은 뒷전이다.

전국 전문대의 국제협력 부서와 소통하며 관계 부처와 관련 정책을 협의하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의 신임 실장으로 조훈 서정대 교수가 선임됐다. 전국 전문대의 국제협력 업무와 관련 정책개선 과제를 총괄하는 조훈 국제협력실장을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주먹인사를 하는 손 말고 그의 다른 손에는 여러 장의 서류들과 업무수첩이 들려 있었다. 보통의 수첩은 아닌 것 같아 그의 수첩을 유심히 살폈다. 실장으로서 협의회에 첫 출근해 업무를 시작한지 아직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의 수첩에는 국제교류·협력과 관련한 현안 과제들이 빼곡히 정리돼 있었다.

“전문대에게 ‘국제협력’ 분야는 꼭 성공해야 하는 영역이니까요. 유학생 모집과 교육의 질 관리 등 개별 대학의 글로벌 파트를 안정시킬 수 있는 과제들과 우리의 직업교육이 해외에서 더욱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가 대 국가, 기관 대 기관 등 협력으로 정책 개선 성공에 올인하려 합니다.”

정원 감축이나 학과 통폐합으로 국내 입학자원 감소 위기를 돌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우리나라 역시 이제는 고등직업교육의 수요를 해외에서 유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대 직업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고 국내 산업계 수요에 걸맞는 인력으로 이들을 교육해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정책 개선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조 실장의 생각이다.

다음은 생각한 것은 모두 말로 풀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조 실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그의 엄청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조훈 전문대교협 국제협력실장 (사진=김의진 기자)
조훈 전문대교협 국제협력실장 (사진=김의진 기자)

- 전문대 국제협력 분야의 주요 현안으로 어떤 것들을 꼽을 수 있나.
“크게 5가지다. 가능하다면 이들 다섯 가지 문제를 재임 중에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전문대학 전공심화과정을 졸업한 유학생들이 ‘중국에서의 학사학위 인정’과 현재 많은 전문대학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학생의 불법체류 관리’ 등 두 가지다. 외국인 유학생 불법체류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특수상황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불법체류 적용 기준을 완화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현행 불법체류 산식 적용의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야 해결할 수 있다. ‘중국의 학사학위 인정’과 ‘유학생 불법체류 관리’ 등 두 가지 문제는 전문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차별적 요소로도 작용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이 부분을 해결하려고 한다.

중장기적으로 해결할 문제는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 내 정주여건 개선’과 최근 확대되고 있는 전문대학 국제협력 프로그램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전문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1만 2070명으로 매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반면 전문대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취업을 하는 ‘특정 활동 비자(E-7)’를 취득한 졸업생은 40명(2019년 기준)에 불과하다. 전공심화 과정 유학생 중 32% 이상이 한국에서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인구 격감으로 인해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수요를 반영하는 차원에서 전문 직업교육을 받은 우수 외국 인력을 국내에 정주시킬 여건을 개선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올해 1학기부터 내년 2학기까지 2년간 시범 실시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학사학위 전공심화 야간과정’과 지난해 시작된 전문대학 재정지원사업인 ‘국제협력선도대학 육성 지원 사업’에 대한 연착륙 이슈를 꼽을 수 있다. 이는 앞선 3가지 이슈와는 달리 전문대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관계 부처나 기관 등 외부에 검증해야 하는 것이어서 전문대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 전문대 국제협력 분야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하다. 잘하는 대학과 못하는 학교 간 편차가 유독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다.
“산학, 교무, 기획 등 다른 분야와는 달리 국제교류 분야에서 133개 전문대학의 역량 편차는 아주 큰 편이다. 국제교류 분야에 있어서도 외국인 학생 유치, 글로벌 현장실습, 글로벌 취업 역량 등 세부 분야로 들어가면 편차는 더욱 극명해진다.

학교마다 여건이 달라 표준화 문제를 이야기하기 조심스럽지만 비용에서 고정비와 변동비를 구분하듯 전문대학 국제교류 분야에서도 역량 강화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 관리 문제 등 최소한의 표준화 이슈를 전문대교협에서 다룰 계획이다. 그동안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대학 내 국제교류 전문가와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으로 활발한 국제교류가 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라면.
“학령인구 감소 문제를 수학적으로 해석하면 입학 인원을 줄이든지 학령인구 이외의 인구를 입학자원으로 끌어오든지 두 가지로 귀결된다. 대학 입장에서 보면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평생학습 대상자가 해법이 될 수밖에 없다.

평생학습 대상자는 역시 ‘제로섬 게임’을 해야 하는 관계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대학과 축소사회로 치닫고 있는 한국사회를 다시 성장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 갈 수 있는 ‘플러스섬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단기적으로 양적 팽창만을 추구하는 치킨 게임을 하면 공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각 대학을 경영하는 총장과 처장들의 동업자 정신이 중요하다. ‘전문대학 국제교류 활성화’를 위한 전문대학 내 내부적인 논의와 합의점을 도출하는 선행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전문대학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여전히 유학생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관계 부처의 규제 혁신과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유학생 불법체류율 산식 개선 문제와 졸업 후 한국 내 정주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비자 제도의 개선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조 신임 실장의 지휘 아래 펼쳐질 국제협력실의 향후 계획은.
“전문대학의 국제역량 강화를 위한 내부 인프라 구축이 선결과제다. 전문대학 국제교류처장협의회, 전문대학 국제교류관리자협의회 등과의 실질적 업무 협력을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먼저 한 후에 다양한 외부 자원과의 협업 구조를 만들어 내도록 하겠다.

특히 전문대학 외국인 유학생 제도와 운영 방안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전무한 상태에서 ‘현상과 전망’을 위한 분석 데이터가 너무 부족하다. 연구과제 관련 예산도 전혀 없는 상태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외부적인 노력도 병행할 생각이다.”

- 국제교류 관계자를 포함해 전문대 구성원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대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코로나19로 인해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에 와 있다. 국제교류도 그 한 축이라고 생각한다. 방향을 보고 속도를 조절하려고 한다. 대학의 국제교류가 대학 재정과 역량에 기여한다는 사실은 주요 일반대학들이 이미 입증을 했다. 이제 전문대학의 차례다.

133개 전문대학들의 몸부림과 같은 생존을 위한 노력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꺼이 파견을 제안해 준 양영희 서정대 총장과 이를 받아준 전문대교협에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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