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 결과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교육부의 발표가 하루이틀 미뤄지면서 나오는 거친 생각들, 그런 상황을 바라보는 총장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대학 관계자들의 마음은 아마도 전쟁을 치르듯 지쳐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기본역량진단 보고서를 내기 위해 모든 대학들이 무던히 고생했기 때문이다. 사활을 걸고 노력했던 것은 만약 미선정 대학으로 통보 받을 경우 대규모 재정지원이 중단되고 이른바 낙인이 찍히면서 신입생 모집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대학으로선 존폐를 가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른바 살생부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각할수록 가혹한 처사다.

기본역량진단 평가에 대한 대학의 노력을 엿듣자니 눈물 겹다. 보고서를 조금이라도 예쁘게 만들기 위해 디자인 업체에 맡겼고 이 업체는 그런 사정도 모르고 두 대학의 보고서에 같은 도표를 삽입했다는 것이다. 다른 보고서에 같은 도표가 사용됐으니 신뢰도가 하락할 수 밖에 없다며 담당자들이 고개를 숙였다. 또 역량진단 평가 지표 중 하나인 교원확보율 지표에 너무 신경을 쓴 한 대학은 전임교원을 30여 명이나 뽑았다가 강의 배정을 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다소 상황이 나아보이는 서울에 있는 한 사립대의 총장은 내심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받아들게 될 성적표에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도 여건이 어려웠던터라 혹시나 하는 마음이란다. 2주기 역량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에 들었던 한 지역 대학도 불안감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위기도 전해진다.

그런 평가 결과가 7월 말 심의가 있는 당일에 통보한다, 아니다 또 8월초에 가결과가 확실하게 나온다는 등 예상과는 달리 이랬다가 저랬다가 미뤄지면서 대학 관계자들의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다소 거친 생각들이 나올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그나마 18일 가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안그래도 대학들은 2022학년도 준비를 위한 남은 4개월은 또다른 생존 경쟁에 뛰어 들어야 한다. 수시 모집에 이어 수능이 끝난 후 정시 모집 등 대학별 전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홍보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학생 모집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올해 초만 해도 신입생 충원율을 두고 여러 총장들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마치 대학들이 크게 잘못한 것처럼 비춰지고 있지만 학령인구 감소라는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분명히 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어려운 상황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또 지방 대학은 지역 경제와 맞물려 있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목표도 있다. 하지만 지방 대학을 넉넉히 지원하는 실질적인 정책은 거의 없다. 알아서 살아 남아야 하는 실정이다. 서울,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것을 국가가 나서 분산시켜야 하지만 정책도 철학도 없어 보인다. 교육은 백년대계여서 5년마다 바뀌는 정권과 다르게 정책 지속성이 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입법ㆍ사법ㆍ행정 삼권분립에 교육까지 더한 사권분립을 주창했던 지혜와 경험이 풍부했던 선배들의 통찰력은 가히 놀랍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물린 AI, 메타버스 등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진보를 따라가기에도 바쁜데 현실을 뒤쫓아야 하는 대학 총장들의 마음은 누가 헤아릴까. 총장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라면 바로 비단 주머니일 것이다. 삼국지연의에서 제갈공명이 조운에게 유비의 호위 장수를 맡기면서 줬다는 그 비단 주머니 말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꺼내보라고 했으니 심적으로 얼마나 든든했을까. 이것이 바로 ‘금낭묘계’다. 신비한 계책이라는 뜻이다.

불안한 눈빛을 달고 사는 총장들에게도 3주기 역량진단평가 결과부터 시작해 내년도 신입생 충원까지 어려울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비단 주머니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 아무리 허구적인 요소라고 해도 그런 상황을 해결해 낼 수만 있다면 총장은 무엇이라도 할 기세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을 ‘철학도 대계도 없는’ 교육부가 알기나 할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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