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창 지엔창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발전협 홍보 디자인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발전협의회 재능나눔 캠페인에 동참한 황규창 대표의 모습. 황 대표는 대학이 자기 정체성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사진=박종민 기자)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발전협의회 재능나눔 캠페인에 동참한 황규창 대표의 모습. 황 대표는 대학이 자기 정체성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사진=박종민 기자)

[한국대학신문 박종민 기자]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홍보를 하기 전에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 이유를 먼저 찾아야 한다. 선명한 자기 정체성을 홍보하는 대학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황규창 지엔창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1986년 LG애드에서 광고 일을 시작해 지금까지 30년이 넘도록 광고판에서 일해온 ‘광고쟁이’다. 드봉화장품의 출시 광고와 가왕 조용필이 나왔던 맥콜 광고 등 지금까지 해온 작업은 셀 수가 없다. 1992년에는 광고 회사 ‘크리콤’을 세워 기아자동차와 함께 일하기도 했다. IMF의 여파로 창업한 회사가 쓰러지고 창고노동자로 일했던 적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광고판으로 다시 복귀했다.

황 대표는 현재 광고대행 회사 지엔창커뮤니케이션즈에서 대학 광고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대학의 홍보 예산이 줄면서 한때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독립된 계열사를 갖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는 자신의 실력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서 재능 기부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발전협의회(COLIVE) 재능나눔 실천도 그 일환이다. 그는 홍보와 디자인 분야를 맡아 돕고 있다.

황 대표는 재능나눔을 실천하면서 대학에 자기 정체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 위해 지난 17일 마포구에 있는 지엔창커뮤니케이션즈 사무실을 찾았다.

황규창 대표는 삼육대, 동덕여대, 경인여대, 신라대 등 많은 대학의 광고를 진행했다.(사진=박종민 기자)
황규창 대표는 삼육대, 동덕여대, 경인여대, 신라대 등 많은 대학의 광고를 진행했다.(사진=박종민 기자)

■도전으로 찾은 대학의 이미지 = 황 대표는 대학 광고업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베테랑으로 정평이 나있다. 2005년에 지엔창커뮤니케이션즈를 창립한 후 삼육대학교를 필두로 신라대학교, 명지대학교 등에 이미지 광고를 시도해 성공으로 이끌기도 했다. 입시 시즌이 아님에도 대대적으로 광고를 했던 2006년 덕성여자대학교의 이미지 광고는 당시 대학가에 큰 충격이었다. 황 대표는 “당시엔 대학에서 이미지 광고를 만든다는 게 생소했다. 대학이 서로 경쟁하고 나름의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이미지 광고에 도전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망설이는 대학이 많았지만 지금은 당연한 문법이 됐다”고 설명했다.

‘여자는 공주가 아니다, 브랜드다’라는 강렬한 슬로건과 스커트를 찢는 도발적인 이미지가 인상적인 경인여자대학교의 광고도 황 대표의 대표작이다. 황 대표는 지난 2010년 경인여대 광고를 진행하면서 학교 이미지를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회사 사무실이 아니라 대학으로 출근했다. 그는 “매주 2~3일은 학교에 있었다. 학교 홍보실에서 아주 세부적인 상황까지 체크했다. 게시판에 붙는 작은 표어 하나까지 검토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새로 만들어서 달았다”고 회고했다.

황 대표와 지엔창커뮤니케이션즈는 계속되는 대학의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대학 광고의 흐름을 읽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학의 편집디자인과 인쇄물이 주를 이뤘던 광고 형태도 미디어 변화에 발맞춰 SNS를 활용하는 바이럴 마케팅으로 전환했다. 그는 “지금은 필요한 광고를 만들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이 아주 많다. 대학도 미디어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광고를 계속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처음 도전할 때는 어려웠지만 지금은 영상을 촬영하고 구성원과 소통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대학이 자기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 세상이 바뀌면서 광고판도 바뀌고 있지만 황 대표는 외형을 바꾸는 것보다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이야 말로 대학이 자기 정체성을 고민할 시기라고 강조하며 세 가지를 주문했다.

첫째는 무엇을 가르칠지 정하는 것이다. 황 대표가 말하는 교육의 내용은 과목이나 교육과정이 아니다. 큰 줄기의 이미지부터 시작해서 구체적인 교육철학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미지를 만들 때는 처음에 크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단 큰 이미지가 잡히면 치열하게 구체화해야 한다. 대상이 구체적일수록 홍보의 효과는 커진다. 구성원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학생이 왜 대학에 와야하는지 생각하는 것이다. 황 대표는 대학에서 고려하는 학내 요구 중 가장 중요한 게 학생의 요구라고 말한다. 그는 “학생이 없으면 학교는 운영될 수 없다. 홍보에서도 새로운 재학생을 잡는 게 우선이다. 그러려면 해당 대학이 학생에게 뭘 줄 수 있는지, 학생이 반드시 그 대학에 가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학생의 요구를 가지고 벌어지는 논의가 두루뭉술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은 대학이 왜 살아남아야하는지 생각하는 것이다. 황 대표는 각 대학이 스스로 살아남아야하는 이유를 만들고 사회에 알려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기 존재의 이유는 자기 자신이 정해야 한다. 밖에서 정해준 존재 이유는 오래갈 수 없다. 지금의 대학 위기를 극복하려면 외부의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철저한 자기 정체성이 없으면 지원 받은 것도 쓸모없는 자원으로 변한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대학에게 필요한 태도를 설명하면서 어려운 처지로 자기 정체성을 명확하게 정하지 못하고 있는 대학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재능나눔을 실천하면서 대학이 자기 정체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방 소재의 대학이나 전문대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학교를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학이 자기 정체성을 명확하게 찾고 다시 날아오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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