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희 전남도립대 교수(국가교육회의 고등·직업교육개혁위원회 전문위원)

한강희 전남도립대 교수(국가교육회의 고등·직업교육개혁위원회 전문위원)
한강희 전남도립대 교수(국가교육회의 고등·직업교육개혁위원회 전문위원)

‘도립대학’을 아십니까. 도립대학에 관해 관심 있으십니까. 대학에 재직하는 교직원은 물론 교육부에서 잔뼈가 굵은 중견급 공무원들도 25년 안팎의 역사를 가진 도립대학의 설립 경위와 배경, 설립 목적과 의의, 행·재정적 운영 상황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설립 주체가 ‘도립’이다보니 국립(교육부)과 사립(사립대학법인협의회)의 관할권 밖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에서일까. 교육부와 관련 단체의 통계자료에는 대학정보공시에 의거해 각종 지표가 등록돼 있으면서도 도립대학만을 대상으로 한 질적, 양적 국책연구보고서 성과는 미미한 형편이다. 재정지원 유인 등 각종 평가를 준비하기 위한 일환으로 한국생산성본부 등에서 실시한 개별대학 컨설팅 정도가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카더라’식 소문이 난무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매월 국가와 광역지자체가 몇 백억 원을 투자하는 ‘돈 먹는 혈세 대학’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도립이라면 해당 광역 지자체가 선도하는 특화 학과를 설치해야지 여타 대학의 고만고만한 학과를 진열하고 있느냐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도립대학의 또 다른 이름은 공립대학이다. 이는 국민 다수의 공공적 복리 증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세운 대학이라는 의미다. 도립대학은 1988년 12월 31일 개정한 ‘오지개발촉진법(2008년 3월 28일 폐지)에 의거해 1996년부터 1999년까지 7개교(강원, 경북, 경남, 남해, 충남, 충북, 전남)가 설립됐으나 국가의 재정 부담을 이유로 현재는 해당 도(道)로 이관돼 운영돼 오고 있다. 오지, 벽지의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우수한 인재들에게 고등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 값싼 등록금과 기숙사비, 다양한 장학금, 교통 편익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일부 도립대학은 지역인재 양성을 통한 지역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제한경쟁을 통해 지방공무원 진출을 열어 놓고도 있다.

도립대학은 여느 대학에 비해 행·재정적 규모가 적은편이다. 평균만을 거론하자면 대학 당 교직원 50여명, 입학생 편제정원 400여명, 10여개 학과로 구성돼 있다.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가와 광역지자체가 교직원 인건비와 일부 운영비, 시설비를 감당하고 있으며 국립대학이나 폴리텍대와는 달리 교부금적 성격의 재정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여느 사립대학들처럼 재정지원사업에 올인해서 경쟁해야 하다 보니 해당 광역자치단체의 도정(道政) 아이덴티티에 부합하는 특화 학과 설치 운영은 사실상 엄두를 낼 수 없다. 기관평가인증과 기본역량진단 기준지표를 무난히 상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광역지자체도 국가의 일부이고 전문대학 역시 직업교육을 수행하는 기관임에도 구미 선진국의 고등직업교육기관과 달리 적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립대학도 수도권대학도 4년제 일반대학도 아닌 그렇다고 재원이 넉넉한 수도권 근동의 사립 전문대학도 아니어서 여전히 재정지원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도립대학은 행·재정적으로 국립대학에 준해 운영된다. 도립대학은 국립대학의 기성회제도가 2015년 폐지됨에 따라 기존의 이원화된 대학회계 제도를 개선해 재정운영의 자율성·투명성·책무성을 제고하고자 2017년부터 대학회계를 도입했다. 도립대학 재정 지원은 구성원의 인건비 지원에 머무르는 수준이어서 지역발전특별회계 편성 등을 통해 공립의 기능과 역할을 충분히 살리는 지역거점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요컨대 국립에 준해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특성화 고등학교와 폴리텍대에 한정해 도립대학만을 대상으로 한 재정지원이 요청된다.

2020년 12월 ‘도립대학 발전 및 재정지원 방안’이란 외주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은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국책연구가 아닌 도립대학총장협의회가 주문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도립대학 역사상 처음 수행한 작업이어서 의미가 크다. 이 보고서에서 공동연구자인 정제영·장덕호 교수는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도립대학은 여타 전문대학과 같은 수준의 현재(As-Is)를 탈피해서 미래(To-Be)의 대학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립 일반대학에 맞먹는 국립 직업교육거점대학, 도립대학간 연합대학 등으로 전환하고 재정지원 방안으로 도립대학만을 대상으로 한 ‘지속가능지역발전선도대학육성사업’(가칭 CREST사업) 등을 제안하고 있다. 

도립대학이 지역거점 기간(基幹)대학인 선진직업교육 추세를 반영한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거듭날 때 4차 산업혁명 시대 패러다임에 걸맞은 고등직업교육 부문의 국가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몸집을 줄여야만 하는 대학구조조정시대에도 부응하는 일이다. 도립대학의 변신은 대학 구조조정시대의 선순환을 기약하는 신호탄이자 직업교육 미래비전의 청신호가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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