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대학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 지표에서 낙제점
교양 교육과정 A등급·혁신지원사업 우수 받았는데…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과 여타 재정지원 사업은 별개”

성신여대 학생들이 학교 건물에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2021년 가결과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 성신여대 구성원 제보)
성신여대 학생들이 학교 건물에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2021년 가결과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 성신여대 구성원 제보)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이하 2021년 진단) 후폭풍이 거세다. 바로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사학혁신지원대학에 선정된 대학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해당 대학들의 충격은 두 배가 됐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17일 2021년 진단 가결과를 발표했다. 진단 대상 총 285개 대학 중 일반대 25개 대학, 전문대 27개 대학 등 52개 대학이 재정지원 대학에서 탈락했다. 그중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사학혁신 지원사업 선정’ 대학 5곳 중 조선대를 제외한 4곳이 이번 재정지원 미선정 대학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교육부는 사학의 투명성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혁신과제를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상지대, 성공회대, 성신여대, 조선대, 평택대 등 5개 대학을 수행대학으로 선정했다. 5개 대학은 △회계 투명성 △법인 운영의 책무성 △법인 운영의 공공성 △교직원 인사 민주성 △법인·대학의 자체혁신 분야 등에서 다양한 성과 창출을 기대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들 대학은 2년간 대학 당 20억 원을 지원받는다.

성신여대 구성원, 청와대 국민청원 통해 ‘교육부의 자기모순’ 비판= 사학 혁신을 기대했던 대학 구성원들은 약 한 달 만에 ‘부실대학’ 낙인이 찍혔다며 교육부의 자기모순을 비판했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신여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글이 게시 됐다. 작성자는 “성신여대는 구성원 모두가 희생을 감내하며 교육혁신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러한 결과는 지난달 교육부가 사학혁신지원 대학으로 성신여대를 선정한 것으로도 증명됐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난달 사학혁신대학으로 선정해 모범적인 대학으로 인정하며 그간의 노력을 치하하더니 다음 달에는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선정해 성신여대의 교육혁신을 후퇴시키고 구성원들의 자율적 혁신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교육부의 자기모순을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성신여대 구성원들 역시 이 같은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성신여대 교직원, 교수회, 총학생회, 총동창회 등도 입장문을 내고 공정한 재평가를 촉구했다. 이들은 “2018년 교수, 학생, 직원, 동문 등 4주체가 참여하는 선거를 통해 총장을 선출하고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해 구성원 모두가 대학의 주체가 되는 대학 운영의 혁신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면서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구성원 참여 소통’ 항목에서 성신여대가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평가의 문제점을 여실히 반영하다”고 꼬집었다.

성신여대 한 관계자는 “성신여대는 교육부가 주관한 3주기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 우수 인증대학에 선정됐고 2021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선정, 2021년 교육부 사학혁신 지원사업에 자랑스럽게 선정됐음에도 (재정지원대학에) 미선정 됐다”면서 “역설적인 결과”라고 표현했다.

평택대·성공회대 등도 이의제기·거센 반발 이어져= 임시이사 체제에서 평가 준비를 해왔던 평택대 역시 결과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평택대 교수회와 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평택대정상화대책위는 23일 성명을 통해 “교육부는 공정성과 객관성 없는 평가 결과를 폐기하고 임시이사 체제의 과오를 대학 구성원에게 돌리지 말라”고 직격했다.

평택대는 2018년 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됐지만 전 총장의 부정비리 관련 감점에 따라 역량강화대학으로 강등돼 정원 감축의 고통을 겪었다. 이후 공영형사립대 선정을 위해 교육부 주관 공영형사립대 도입실증연구 등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면서 최종적으로 사학혁신지원대학에도 선정됐다.

성공회대는 김기석 총장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교육혁신 노력과 여러 객관적인 지표들을 종합했을 때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기에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강력히 이의신청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혁신지원사업 연차평가 우수 등급, 교육만족도 상승 등 여러 지표 상승과 사학혁신지원대학 선정 등으로 학교 개혁의지를 충분히 평가받았음에도 불합리한 결과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상지대 한 관계자는 “교육부가 대학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구조를 만들고 대학의 교육 수준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내놔야 하는데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 노력하는 대학도 부실대학이라는 이미지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상지대도 이번 가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마쳤다.

재정지원제한 대학 선정,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인가= 이들 대학의 공통점은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 지표에서 2018년 진단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이다.

성신여대는 2018년 진단에서 92점(100점 기준)을 받았으나 2021년 진단에서는 67점을 받았다. 평택대도 이전 진단에서는 86점을 받았지만 올해는 31점이나 떨어진 65점으로 평가됐다. 성공회대의 경우 “진단 지표가 달라져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했지만 이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지대 관계자는 “해당 지표에서 75점 정도로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확대 해석을 자제하면서도 “한번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선정됐던 대학은 교육과정 개선이 어려운 구조”라고 짚었다.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 지표는 2018년 배점이 10점이었다가 2021년 진단에서 20점으로 2배나 높아졌다. 이 지표는 정량적 정성평가로 진행된다. 정량 평가를 바탕으로 위원이 정성평가를 한다는 점에서 일부 대학들은 평가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성신여대 총학생회는 “성신여대는 지난 2017년 교양교육과정을 대교협 컨설팅을 통해 2019년도까지 대폭 개선했고 그 근거로 2018년, 2020년 진단과 모니터링에서 A등급 및 PASS를 받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다”면서 “해당 지표의 감점을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평택대 관계자도 “사학혁신지원 사업에 통과되고도 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대학들에서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며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수도권의 숫자가 정해져 있어서 객관적인 기준이 아닌 억지로 껴 맞춘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학혁신지원사업뿐 아니라 다른 재정지원사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대학 기본역량진단은 항목도 다르고 기간도 다르고 평가목적도 달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교육과정 지표의 경우 이전 진단에서 10점이었다가 20점으로 늘어나면서 평가가 강화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학 측에서는 평가가 끝나고 아쉬운 부분이 있겠지만 2021년 진단 지표나 평가 기준은 이미 의견수렴을 통해 2019년 말에 확정된 부분”이라며 “교육과정은 대학 교육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중요하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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