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

박명호 동국대 교수
박명호 동국대 교수

대선까지 190여 일이 남았다. 민주당은 ‘코로나19 연기’ 후 본경선의 순회경선을 앞두고 있다. 일부 지지율 등락은 있었지만 ‘1강 1중 다약’의 판세가 계속되면서 결선투표로 가느냐가 마지막 관심거리다. 당장은 9월 12일 1차 선거인단 투표결과가 분기점이다. ‘대세론 확정’이거나 ‘막판 뒤집기의 결선투표 기대’가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곧 대선후보 경선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10명 넘는 후보에게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면서 어떻게 정권교체의 힘을 모아가는 지혜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9월 중순 8강 진출하는 후보가 결정되고 그 후 4강이 가려지는 일정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경선은 ‘바지’와 ‘백제’의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졌다. 겉모습은 그랬지만 내용은 뿌리깊은 민주당의 고민을 상징한다. ‘호남기반 정당 영남후보’라는 노무현과 문재인의 성공 방정식과 ‘호남 대망론’의 대립이다. 호남과 친문핵심 지지층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국민의힘은 물고기 논란이 ‘아쿠아리움 정당’으로 이어지더니 결국 ‘동물의 왕국’으로 귀결됐다. 압도적 지지율을 바탕으로 특별대우를 원하는 신입 ‘대장주’와 기존 당내 권력구조의 어색함과 긴장이 계속되면서 서로 익숙해져가는 과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권교체의 대의가 먼저냐 당권접수가 우선이냐의 충돌은 숙명처럼 보인다.

점입가경은 갈수록 아름다운 경치로 들어가거나 일이 점점 더 재미있는 상황으로 변해 가는 것을 의미한다는데 과연 여야의 대선후보 경선도 그럴까? 사람들은 여야 대선후보 경선을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쟁으로 볼까? 아니면 그들의 권력과 이해관계를 위한 투쟁과 경쟁으로 볼까?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라는 건 무리일까.

여야의 대선후보 경선이 우리 삶의 문제를 누가 더 잘 해결할 수 있느냐의 경쟁이라면 당내경선에서 누가 이기든 대선에서 누가 집권하든 그들이 직면하게 될 문제는 간단치 않다. ‘갈등 공화국 대한민국’이다.

영국의 킹스 칼리지 정책연구소가 입소스와 함께 올해 28개국 2만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해 발표한 <세계의 문화전쟁>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문화전쟁은 단순한 이견(disagreement)이상을 의미한다. 문화전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근본적으로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못한가에 대한 서로 화해할 수 없는 견해의 대립’을 말한다고 한다.

<세계의 문화전쟁> 보고서는 사람들에게 자기 나라에서 어떤 집단과 어떤 집단의 긴장과 대립이 심각하느냐를 물었는데 한국은 12개 조사대상 중 7개 분야에서 1위를 기록했다. 2위가 1개, 3위가 2개였고 12개 조사대상 지표 모두에서 28개국 평균보다 높았다. 대한갈등공화국이다.

1위를 기록한 지표들은 ‘진보-보수의 이념대립(87%, 평균 65%), 남녀대립(80%, 평균 48%), 고학력자-저학력자의 대립(70%, 평균 47%), 여야 지지자의 대립(91%, 평균 69%), 빈부대립(91%, 평균 74%), 세대대립(80%, 평균 46%) 그리고 종교대립(78%, 평균 57%)’이다.

특히 여야 지지자의 대립이 주목된다. 이념대립과 함께 문화전쟁을 어떤 측면에서든 의견과 인식의 양극화라고 이해한다면 양극화는 정치 엘리트와 언론이 어떻게 이견이나 견해의 대립을 대중에게 제시하느냐가 결정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권과 언론이 필요와 정도 이상으로 갈등양상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8월 중순 KBS와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갈등 현안에 잘 대처할 정당’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 정당이 없다’ 또는 ‘모르겠다’가 39.3%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국민의힘(25.9%)과 민주당(22.8%)이 그 다음이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대선까지 190여 일이다.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우선돼야 하는지 안다면 충분한 시간이다. 여야의 대선후보 경선을 주목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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