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원 숭실대 기획조정실 팀장

오세원 숭실대 기획조정실 팀장
오세원 숭실대 기획조정실 팀장

3주기 기본역량진단 가결과 발표의 후폭풍이 가을 태풍만큼이나 거세다.

운명의 날이었던 지난달 17일. 어느 대학은 일반재정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또 다른 대학은 미선정돼 교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부터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집필에 참여하고 결과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려 본 입장에서는 남의 대학 일 같지가 않다. 편람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시험 공부하듯이 읽고 분석하고 재해석해 3년간의 실적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인터뷰 평가까지 임하길 벌써 세 번째이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매번 새롭기만 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기까지는 초조하기 이를 데 없었다.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선정’과 ‘미선정’의 경계를 미리 예측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일종의 상대평가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2주기보다 권역별 선정 비율을 높인 이번 3주기 진단에서는 권역별 커트라인이 더 모호해져 예측은 더욱 어려웠던 것 같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미선정된 상당수의 대학이 89점대를 기록했고 89.7점을 받은 대학이 탈락하는가 하면 90점대를 받고도 미선정됐다고 한다. 결과가 이러니 진단평가에 성실히 임한 후에도 권역 내 대학의 취득 점수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기 때문에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되기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차기 진단평가에서 개선되고 보완돼야 할 가장 우선적인 사항이다. 기본은 갖췄으나 권역 내에서의 순위에 따라 미선정될 수도 있고 그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는 엄청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감사원에서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라는 제목의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8년 우리나라 총인구수는 정점을 찍고 감소해 2067년 3900만 명, 2117년에는 무려 151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당장 와 닿는 내용은 아니다. 조금 더 범위를 좁혀서 지난달 27일 교육부에서 발표한 교육 기본통계 결과를 살펴보자. 고등교육기관 재학생 수는 일반대학 약 2만 5000명, 전문대학 약 3만 5000명으로 6만 명에 가까운 학생이 감소했다. 또한 신입생 충원율은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각각 94.9%, 84.4%로 전년 대비 4.0%, 9.3% 하락했다. 신입생 충원율은 향후 재학생 충원율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때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교육부의 대학 입학 정원 및 입학 인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대학 입학 인원은 37만 3000명에 불과하다. 올해보다 무려 10만 명이 부족하다. 이를 근거로 3주기 기본역량진단 미선정대학의 정원감축을 요구할 것으로 예견되며 선정대학 역시 정원감축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내년 3월 대학별 자율혁신계획을 제출하고 10월에는 유지충원율 점검을 통해 대학의 적정규모화를 유도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급감이라는 외생변수가 워낙 크고 권역별, 기관 형태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모든 대학을 만족하는 대안을 내놓기란 분명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정원감축을 해야 하는 대학 내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학과 정원 감축 또는 학과 정원 축소에 따른 조치로 내년 내내 바람 잘 날 없는 시간을 보낼 것이 명확하다.

얼마 전 작전명 ‘미라클(miracle)’로 명명된 아프칸 조력자 391명을 한국으로 구출해낸 작전이 한 편의 전쟁 영화처럼 펼쳐졌다. 정부는 한국식 비상 연락망을 가동해 목숨이 위태로운 아프칸 조력자들을 빠짐없이 모으고 아비규환 상태인 카불 공항에 접근하기 위해 계획에 없던 버스 6대를 긴급히 임대했다. 엄격한 검문 검색을 통과할 때마다 아슬아슬한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지만 모든 것을 슬기롭게 극복했다. 정부와 현장에 파견된 군인, 외교관, 정보요원 등의 전문가, 지원 조직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세계가 극찬하는 성공적인 작전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요즘 대학이 많이 힘들다. 십수 년째 지속된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적인 어려움은 차치하고서라도 교육부로부터 승인받은 입학 정원을 바탕으로 나름의 방식대로 열심히 고등교육기관의 역할을 다해 왔을 뿐인데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피해를 온전히 대학이 떠안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이야말로 교육부와 대학이 함께 펼치는 ‘미라클 작전’이 필요한 시기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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