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그런 핑계를 대지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니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수있니’
가수 김건모가 불렀던 ‘핑계’의 도입부 가사다. 무능한 정치인이 가장 잘한다는 것이 바로 핑계라는 정곡을 찌르는 말이 있다. 가히 언중유골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핑계를 사자성어로 풀어보자.

입장 바꿔 생각을 하는 것은 역지사지. 그렇게 남의 입장으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타산지석. 그것이 모자란 것이든 뛰어난 일이든 내 것으로 만들다보면 선배들보다 출중한 능력을 갖출 수 있으니 청출어람. 그런 능력이 계속된다면 누가봐도 군계일학일게다.

대통령이 누군가를 국무위원인 장관으로 임명하기 위해서는 군계일학인 사람을 고르는 것은 마땅하다. 당연히 그 분야에 최고인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계를 잠깐 3년 전으로 돌려보자. 2018년 10월 2일은 유은혜 의원이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된 날이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청문보고서 채택도 받지 못하고 장관에 임명됐다. 이후 유 장관은 문민정부 출범 후 역대 최장수 교육부 장관으로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그럼 군계일학이었는지 살펴보자. 유 장관은 취임 후 1주년에 한 고등학교를 찾았다. 현장에서 한 고등학생이 “적성고사가 왜 폐지되는지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유 장관은 적성고사가 무엇인지도 몰라 헤맸다. 적성고사는 내신 성적 3~6등급대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제도로 수능의 70~80% 수준으로 출제되는 객관식 시험을 말한다. 그런데 적성고사가 2022학년도부터 폐지됐다.

엉뚱한 대답을 늘어놓는 유 장관을 향해 질문을 던졌던 학생은 적성고사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면서 “중간 등급의 학생들이 나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식 중 하나였는데 아쉽다”고 똘똘하게 말했다. 그렇게 유 장관은 취임 1년을 보내고 어느덧 코로나19 때문에 그 어떤 계획도 펼쳐보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 대책에 집중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가결과에서 52개 대학을 미선정하고 최종적으로도 결과를 바꾸지 않았다. 가결과로 인해 이미 ‘부실대학’ 낙인이 찍힌 대학 총장단은 기재부와 교육부를 오가며 재정지원을 촉구하고 점수에 따른 차등 지원 등 대안도 내놨지만 아무 소용없는 일이 돼버렸다. 역지사지는 커녕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교육부 장관은 관료들에게 휘둘리기 좋은 자리라고 한다. 달리 말하면 관료들 핑계를 대기 좋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백년대계를 세우는 교육부에서 핑계는 고스란히 학교와 학생에게 피해가 전달된다. 그 무엇보다도 담대한 결단과 판단이 중요한 자리지만 전혀 그러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은혜 장관을 임명하며 “유능한 능력을 보여달라”고 주문했지만 허사였다. 고등교육도 보편화돼 무상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각계각층에서 나오고 있지만 교육부는 묵묵부답이다. 법안이 마련되고 재원이 충족되면 할까.

뒤늦게라도 엄중한 시국에 기본역량진단에서 탈락한 대학들을 위해 구제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다만 혁신기구를 만들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디 생색내는 일에 그치지 않고 ‘부실 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히기 전에 한박자 빠르게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람은 한 번뿐인 인생이어서 늘 후회를 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우물쭈물하다 결국 느는 것은 후회뿐이라는 것을 버나드 쇼는 익히 알고 그렇게 자신의 묘비명을 정했을까. 설령 그것이 오역이었어도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매한가지이기에.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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