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형 구조’ 핵심 담당하는 부사관
군과 협약으로 임관 확률 높이는 전문대학
임무 관련 자격증 취득으로 전문성 높여
적응 훈련, 리더십 훈련 등 필수 소양 교육
첨단 군사 기술 개발로 발전 가능성도 높아

전문대학은 군사·안보 분야에서 부사관 교육을 주로 담당해왔다. 사진은 국제대 군사학과의 모습이다.(사진=국제대)
전문대학은 군사·안보 분야에서 부사관 교육을 주로 담당해왔다. 사진은 국제대 군사학과의 모습이다.(사진=국제대)

[한국대학신문 박종민 기자]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군사·안보는 매우 중요한 분야로 인식돼왔다. 사회 각계에서는 다양한 자원을 군사·안보 분야에 투자했다. 교육기관에서는 간부 전력을 교육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전문대학은 간부 중에서도 부사관 교육을 담당해왔다. 일반 전투부사관은 물론 화기부사관, 특전부사관, 의무부사관 등 특수 분야의 부사관도 육성했다. 대학알리미의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올해 전국 전문대학 133개교 중 군사·안보 분야의 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은 전부 41개교다. 학과 수는 60개에 달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국군의 일익을 담당한다는 위치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오히려 정부가 간부 위주의 군 운용 정책을 내세우고 병 전력을 줄이는 반면 부사관의 수는 늘리는 ‘국방개혁 2.0’을 발표하면서 부사관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기회 속에서 전문성 높은 부사관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대학의 모습을 확인했다.

■ 병력 축소에도 부사관 비중은 증가 = 부사관의 미래는 밝다. 국방부가 2019년 8월에 발표한 ‘2020-2024 국방중기계획 수립’에 따르면 2019년 말까지 현역 군인 57만 9000여 명 중 부사관은 12만 7000여 명으로 전체 병력의 5분의 1에 달한다.

부사관의 비중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간부는 적고 병사는 많은 피라미드형의 병력 구조에서 중간 간부를 늘리고 병사를 줄이는 항아리형 병력 구조로 개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국군은 2024년까지 전체 병력을 50만 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줄어드는 것은 대부분 병 전력으로 부사관 전력은 오히려 확대된다. 병사는 38만 1000여 명이었던 것이 29만 8000여 명까지 줄어드는 반면 부사관은 13만 5000여 명으로 거의 1만여 명이 늘어난다.

부사관은 직업으로서의 안정성도 높다. 정국룡 원광보건대학교 군사학부 학부장은 “육군의 경우 부사관 획득 위주의 정책에서 장기선발 및 안정적 직업군인 선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며 “부사관으로 임관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 장기로 선발되기 때문에 매우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전문대학은 대체로 70%가 넘는 높은 부사관 임관 성공률을 보인다. 사진은 신성대 군사학과에서 부사관 임관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모습이다.(사진=신성대)
전문대학은 대체로 70%가 넘는 높은 부사관 임관 성공률을 보인다. 사진은 신성대 군사학과에서 부사관 임관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모습이다.(사진=신성대)

■ 군 협약 가산점으로 높은 임관 성공률 = 부사관에 지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학군부사관후보생 △현역부사관 △예비역의 현역 재임용 △민간부사관 △임기제부사관 등이 있다. 이중 전문대학이 양성하는 부사관은 민간부사관에 해당한다. 민간부사관 선발은 1차 필기평가와 직무수행평가를 진행하고 2차 체력인증평가와 면접평가를 거친다.

전문대학 군사학과는 군 협약학과로 평가에 가산점을 부여하기 때문에 임관에 유리하다. 작년에도 전문대학 출신 부사관 지원자 중 70% 이상이 임관에 성공했다. 권택헌 국제대학교 군사학과 학과장은 “군 협약학과는 각 군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군 요구과목 위주로 수업을 진행한다”며 “육군 및 해군 부사관으로 진출 시 협약에 따른 가산점을 받아 우수한 진출률을 보인다”고 말했다.

부사관으로 진출하는 졸업생 외에도 육군 3사관학교 생도가 되거나 군무원 등 기타 군 관련 직종으로 넘어가는 사례도 많다. 유근환 대구과학대학교 국방기술행정과 학과장은 “대구과학대의 경우 시험에 합격해 육군 3사관학교 생도로 진출하는 학생이 있다”며 “올해의 경우 59기 정시생도에 8명, 60기 예비생도에도 4명 등 12명이 최종 합격 발표를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 자격증 취득 등 임무 수행 전문성 확보 = 군에서 차지하는 비율만큼 부사관이 하는 일도 다양하다. 특수 장비나 설비를 다루거나 보건·의료에 관련된 임무를 수행하는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가 많다. 국군이 군 현대화 사업으로 새로운 장비나 설비를 들여오기 때문에 전문인력 수요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전문대학은 군사·안보 분야에서도 전문성 수요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분야를 세분화해 전문성을 높이는 전문대학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구미대학교는 △특수건설기계과 △환경화학부사관과 △응급의료부사관과 △헬기정비과 △항공정비과 등 5개 학과로 분야를 나눠 교육하고 있다.

부사관에게 필요한 전문성과 관련해 전문대학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자격증이다. 자격증은 업무 능력을 증명하고 임관 평가에서 가산점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진급 평가, 복무연장 평가 등에도 활용된다. 구미대에서 특수건설기계과를 졸업하고 11사단 공병대대에서 장갑전투도저 운용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국희 씨는 “건설기계기술부사관으로 특화돼 자격증 취득이 용이하다고 판단해 진학했다”며 “대학에서 건설기계운전자격증, 건설기계정비자격증 등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한 덕분에 기술부사관으로 임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대학은 자격증 수업 등을 별도로 마련해 대응하고 있다. 유근환 학과장은 “대구과학대의 경우 학생별로 평균 6~8개 정도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며 “주로 취득하는 것들만 해도 PCT, 육상무선통신사, 굴삭기, 지게차, 인명구조요원, 간호조무사, 특공무술, 생존수영 등 매우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학에서 취득한 다양한 자격증은 가산점을 보장해 주기도 하지만 전역 후에 제2의 직업을 선택할 때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대학은 군과 협약을 맺고 군 생활 적응을 돕는 다양한 교육을 진행한다. 사진은 신성대 군사학과에서 병영캠프를 진행하는 모습이다.(사진=신성대)
전문대학은 군과 협약을 맺고 군 생활 적응을 돕는 다양한 교육을 진행한다. 사진은 신성대 군사학과에서 병영캠프를 진행하는 모습이다.(사진=신성대)

■ 군 생활 적응 돕는 다양한 활동 = 전문대학에서 군사·안보 분야를 졸업하고 임관하는 경우 가장 큰 장점은 군에 적응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군은 외부를 경계하고 임무를 중시하는 집단의 특성상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의 모습을 갖고 있어 적응이 쉽지 않다.

전문대학은 병영캠프 등의 집단 활동 체험과 군 부대 방문 실습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졸업생이 군 생활에 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김선회 신성대학교 군사학과 학과장은 “군에서 현역으로 오래 근무하거나 예비역이 된 군인을 초청해서 특강을 여는 등 졸업생의 적응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해병대 교육훈련단이나 육군 부사관학교 등에 입소해 군 훈련을 경험해보고 본인한테 맞는 군으로 진로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 중에 만난 졸업생들은 대학에서 진행한 훈련과 실습이 군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증언했다. 신성대 군사학과를 졸업하고 제11공수특전여단에서 화기부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선욱 씨는 “학교에서 실제 총기를 비슷하게 재현한 연습용 총기로 총기의 구조와 역할 등을 배웠는데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병영캠프나 기숙사 생활에서 진행했던 단체 생활 훈련도 군 생활 적응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 병사를 대하는 리더십 교육 = 리더십 교육도 중요한 부분이다. 부사관은 병사와 장교 사이에서 중간 지휘를 담당하고 있다. 전문대학은 임무 수행 능력 뿐 아니라 병사를 지휘하는 리더십 교육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대 군사학과를 졸업하고 제주해군기지 항만지원대대에서 HUB 정장으로 근무하는 장수아 씨는 “수병 2명과 함께 근무를 하고 있어 현장 지휘관으로써 리더십과 대인관계 능력이 필요하다”며 “수업을 들으며 실무경험이 많은 교수에게 받았던 조언이 현장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더십을 교육하기 위해 학과 환경을 군 부대와 비슷하게 조성하고 단체 활동을 하도록 하는 학교도 있다. 대표적으로 신성대는 학부생에게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직책을 부여하고 총장 명의의 임명장을 수여해 자치제도를 활성화하고 있다. 김선회 학과장은 “자치제도로 학생 스스로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병사를 지도하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부사관의 개척 분야, 첨단 군사 기술 = 전문대학은 군사·안보 분야에서 우수한 부사관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각 군과 협약을 맺고 주문식 교육을 도입해 국군에 필요한 전문성을 지닌 부사관을 교육한다. 보직의 목적에 맞는 자격증 취득으로 전문성을 확보하고 적응훈련, 리더십 훈련으로 ‘부사관’이라는 직업이 요구하는 다양한 능력을 키우고 있다.

앞으로 국군이 요구하는 전문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국방개혁 2.0’에서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정예화된 군’을 목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전략적 억제를 구현할 수 있는 신무기로 △군정찰위성 △중·고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 △해양정보함 등을 꼽기도 했다. 첨단 군사 기술이 많아질수록 기술을 다루는 전문인력의 필요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전문대학에서는 드론 기술, 통신 기술 관련 군사학과를 운영해 새로운 군사 기술에 대응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드론조종교육원을 운영하는 구미대의 항공정비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늘어나는 부사관 병력과 새로운 전문성의 창출로 전문대학은 군사·안보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마주하고 있다. 국군이 원하는 ‘강한 군대’의 모습을 함께 만들기 위한 전문대학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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