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서울교대 인공지능과학융합전공 주임교수
교육부 발표한 AI전문교사 5년간 5000명 갖곤 부족해, 1만명 수준까지 양성해야
AI융합교육의 핵심은 AI 이용해 기존 학습내용 바꿀 수 있어야
정해진 규칙 통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새 규칙 만드는 능력 중요

김갑수 서울교대 인공지능과학융합전공 주임교수는 AI를 이용해 학습 내용까지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 장혜승 기자)
김갑수 서울교대 인공지능과학융합전공 주임교수는 AI를 이용해 학습 내용까지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 장혜승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인공지능(AI)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무언가이다.”

‘복붙’으로 불리는 컴퓨터의 ‘복사해서 붙이기’ 기능을 발명한 컴퓨터공학자 래리 테슬러(Larry Tesler)는 일찍이 이렇게 단언했다. 일단 한 번 다음 세대가 출현하면 인공지능으로 지칭할 수 있는 조건이 높아져 기존에 인공지능이라 여겨졌던 기술이나 제품도 인공지능이 아니게 된다는 뜻이다. 그만큼 빠르고 급격한 AI 분야의 발전 속도를 축약한 문장이기도 하다. 

거스를 수 없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못한 대부분의 세대는 AI가 자신의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의무교육의 첫 시작인 초등학교 때부터 학생들이 AI와 친숙해져야 하는 이유다. AI 전문교사의 역할도 필수적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수립한 ‘인공지능 교육 기본계획’에도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AI와 친숙해지는 데 중점을 두고 교육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나아가 교육대학원에 ‘AI 융합 교육과정’을 개설해 2024년까지 5년간 AI 전문교사 5000명을 키운다는 포부를 밝혔다. 교육대학원 AI융합교육 전공은 초·중등 교사의 AI 기초소양 재교육을 하는 석사과정이다.

지난해 9월 첫 걸음을 뗀 AI 융합교육의 방향은 어디로 가야 할까. 초등교원 양성 기관인 서울교대 교육대학원에서 인공지능과학융합전공 주임교수를 맡고 있는 김갑수 교수는 “AI를 이용해 학생들이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를 이용해 기존 교과의 내용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새로운 지식을 학습할 수 있어야 AI에 의해 직업이 대체되지 않는다고 조언을 빼놓지 않았다. 지난 6일 서울교대 연구실에서 과학영재교육원과 SW영재교육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 교수를 만나 AI융합교육의 현 주소와 지향점에 대해 들어봤다.

- AI교육이 국가어젠다가 됐지만 AI융합교육 교사를 양성할 교수와 교육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의한다. 인력과 시설 두 가지 측면에서 여전히 부족하다. 인력 부분에서는 현재 컴퓨터과학 전공 교수들이 알고리즘을 공부해서 가르치는 수준이다. 수학적 모델을 심층적으로 가르치기엔 부족하다. 융합 교육은 사회교과를 배운다면 사회 현상을 보여주는 자료를 수집한 뒤 AI를 활용해 분석하는 방식이다. 특성상 인공지능을 각 교과에 활용해야 하지만 컴퓨터과학 교수는 해당 교과를 모르거나 교과를 잘 아는 사람은 컴퓨터과학을 모르는 문제가 발생한다. 

시설 인프라 부분에서는 기자재 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 AI 수업을 할 수 있으려면 그래픽 처리 장치인 GPU가 있는 컴퓨터를 갖춘 실습실이 필요하다. 카메라와 다양한 센서들을 통해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정리할 수 있는 스토리지가 필요한 기본 실습실은 물론이고 다양한 AI 도구도 필요하다. 현재 지원되는 AI 도구들은 무료라 데이터가 많이 축적돼 있지 않다. 데이터가 많이 축적된 유료 AI 도구들에 대한 지원도 고려해봐야 한다.”

서울교대에 지난 2월 구축된 인공지능실습실. GPU를 갖춘 컴퓨터 17대가 구비돼 있다. (사진= 장혜승 기자)
서울교대에 지난 2월 구축된 인공지능실습실. GPU를 갖춘 컴퓨터 17대가 구비돼 있다. (사진= 장혜승 기자)

- 기존 전공만 가르치던 교수들이 AI융합교육에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
“그렇다. 예를 들어 과학을 전공한 교수는 본인 전공만 알고 AI는 잘 몰라서 AI융합교육을 하라고 하면 어려워한다. 각 교과와 AI가 융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교수들에게 연구사업을 주는 것이 좋다. 인공지능융합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사업비를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팀티칭도 활성화될 수 있게 독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회 전공 교수와 AI 전공 교수가 합심해서 사회융합교육 교과서를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AI전공 교수 인건비를 정부가 지원할 필요도 있다.”

- 교육부에서 지난해 9월 발표한 AI전문교사 5년간 5000명 양성 계획은 어떻게 평가하나.
“5000명 가지고는 부족하다. 더 많아야 한다. 전국 초중고 교사가 40만 명인데 AI교사가 1만 명 수준으로는 나와야 한다. 지금은 컴퓨터교육과가 주도적으로 AI융합교육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각 교과가 알아서 해야 한다. 아무래도 컴퓨터교육이 다른 교과와의 융합이 가장 쉽긴 하지만 국어나 사회 교과에서 자체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AI융합만 하고 컴퓨터교육을 안하면 문제가 있다. 인공지능의 기반은 컴퓨터교육인 만큼 각 교과가 바로 설 수 있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게 컴퓨터교육이라고 보면 된다. 컴퓨터교육도 잘하고 각 교과 융합교육도 잘 해야 한다.”

- 초등학교에서의 인공지능 교육의 가장 큰 방향은 뭐라고 보나.
“AI융합교육의 방향을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먼저 교수학습방법의 변화다. AI를 통해 기존의 교수학습방법이 창의성을 갖출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2013년 초등 수학 교육에서 적절한 도구를 사용해 수학적 모델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성취 기준을 제시했다. 두번째는 학습 내용의 변화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초등학교 5학년 수학 교육과정에 포함된 원의 면적을 구하는 내용을 예로 들어보자. 원의 면적을 구하는 공식은 파이알제곱이다. AI융합교육의 핵심은 단순히 원의 면적을 구하는 공식을 외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학생이 AI를 이용해서 개략적으로 원의 크기가 이만큼이면 추정해서 원의 면적이 얼마가 될 거라고 예측을 해볼 수 있다. 어떤 학생들은 이를 토대로 새로운 공식을 만들 수도 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는 게 AI융합교육의 목표이자 학습내용을 변화시키는 핵심이다. AI를 이용해 다양한 체험을 많이 하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규칙을 찾아내는 것이다. 미래 세대가 맞닥뜨릴 상황은 일반적인 규칙이 통용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마지막은 기존 학습에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다. 국어 수업에서 시를 쓸 때 AI에 키워드를 몇 개 줘서 써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더 심화 과정으로 파고들면 국어 시간에 주제를 제시하고 글을 쓰는데 주제를 여러 개 주면 그에 맞춘 시가 나올 수도 있다.”

- AI융합교육의 중요성은 누구나 동의하지만 현장 교사 입장에서는 AI융합교육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
“새로운 것을 현장에 적용할 때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교사들이 많은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 현장 연구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본인 교과에 AI를 어떻게 적용할지 수업 기획안 발표대회를 한다든가 AI융합교육대학원에 등록하면 연수를 면제해주는 방법도 고려해봄직하다. 젊은 교사들일수록 인센티브가 중요하다. AI융합교육대학원 등록시 등록금 전액을 지원해주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다. 현재는 교육부에서 1인당 1학기에 150만 원까지만 지원하고 있다. 300만 원으로 늘려야 한다. 사립대학은 또 등록금이 비싸지 않나.”

- 이제 막 첫발을 뗀 AI융합교육대학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각 학교별 특성화가 필요하다. 각 대학별로 어떤 대학은 AI 기술 특성화 대학, 어떤 대학은 교과융합 대학 식으로 특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현장 교사들의 수요를 맞출 수 있다. AI융합교육대학원에 입학한 교사들 말을 들어보면 AI 자체에 관심있어서 입학한 교사도 있고 교과융합에 관심있는 교사도 있고 다양하다.”

- AI가 기존 직업을 대체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절대 그렇지 않다. AI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면 더 발전할 수 있다. AI에 맞게 학습내용을 바꾸다 보면 그 분야의 지식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한 사람이 결국 AI를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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