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5차 재난지원금 때문에 인터넷이 시끄럽다. ‘내가 왜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상자가 소득 하위 88%이기 때문에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면 상위 12%안에 들게 된다는 뜻이다. 나름 ‘부의 기준’으로 삼으면서 표정관리가 안될 법도 하지만 다들 반어법으로 언어유희를 즐기고 있는 것일까.

정부가 내놓은 5차 재난지원금은 1인 가구 건강보험료 17만 원이 기준이다. 한 네티즌이 17만 100원이 나온 건강보험료를 캡처해 올리면서 대상지원에서 탈락했다고 올린 사연은 웃픈(웃음+슬픔) 모습을 고스란히 자아냈다. 기준은 기준이니 단돈 100원이라도 벗어나면 지급이 안되는 원칙은 맞아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아니다. 백수로 살면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A씨, 세전 월급이 200만 원인 B씨, 실업급여 받으며 주말 알바를 하고 있는 C씨 등 세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재난지원금 대상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기에 보태 집도 없고 차도 없건만 ‘내가 왜 탈락이냐’는 등 사연도 구구절절하다. 이렇듯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사연들이 들끓자 정부는 대상자 88%를 90%까지 확대할 모양이다. 이의신청을 받아보니 합당한 것이 많고 예산 확보에도 별 문제가 없어 그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는 아이 젖주는 격이고 떼쓰니 무언가 풀리는 모양새다.

위처럼 대상자가 아닌 경우는 대부분 1인 가구에서 지역보험 가입자들이었다. 직장인 보험과 보험료 체계가 다른 것이 원인이었고 연간 금융소득에 따른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어찌됐든 88%라는 차별적인 선별에 대한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으레 정말 고소득자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재난지원금 대상자라는 보편적 인식이 깨지는 순간이다.

때마침 대학가도 비슷한 형국이다. 대학 기본역량진단 최종 결과 이후 후폭풍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교육부의 선별 적용으로 인해 역량진단에 참여한 대학들 중 73%만 일반재정지원을 받게 됐다. 미선정된 27%의 대학들은 저마다 사연을 내놓고 있다. ‘혁신 대학’으로 선정된지 불과 한 달도 안돼 기본역량진단에서 ‘부실 대학’으로 낙인이 찍힌 사례는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재난지원금은 건강보험료가 기준이었다면 2021 대학 기본역량진단은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 지표가 기준이 됐다. 미선정된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로서는 하루 아침에 교육과정에 문제가 있는 대학에 다니는 꼴이 돼 버렸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1인 시위를 하거나 교육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직접 나서고 있다.

미선정된 대학들은 총장들의 자진 사퇴가 이어지고 있고 또는 학교 구성원들이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때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전국대학노동조합은 선별할 것이 아니라 모든 대학에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재정지원제한대학을 선별한 마당에 또 평가를 통해 선별하는 것은 줄세우기라는 것이다. 상당히 설득력있는 논리다. 여기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까지 나서 동의하고 있다. 더불어 교육부가 굳이 선정한 만큼 차등 지원을 해서라도 전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재난지원금도 마찬가지다. 대상자에서 탈락한 ‘서민’들의 사연이 수없이 쏟아지자 많은 네티즌들은 “1인당 25만 원 지원하면서 이렇게 편을 가르는 것이 과연 옳은지 답답하다”고 입을 모은다. 차라리 다 지원하면 그 어떤 불평불만도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으련만 왜 그렇게 선별하지 못해 안달일까. 무슨 혜택을 주기 위해 어떤 대상을 선별해서는 단 한 번도 깔끔하게 마무리된 적이 없다. 5차 재난지원금 예산이 총 15조 원대고 나머지 12%를 지원하는데 2조 원이면 충분하단다. 대학 기본역량진단 결과도 매한가지다. 교육부가 미선정된 대학을 구제하겠다고 밝힌 만큼 만시지탄이 되기전에 하루 빨리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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