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욱 대림대 평생교육원 원장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발전협 문예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발전협의회 재능나눔 캠페인에 동참한 이상욱 원장의 모습. 이 원장은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것만큼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박종민 기자)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발전협의회 재능나눔 캠페인에 동참한 이상욱 원장의 모습. 이 원장은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것만큼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박종민 기자)

[한국대학신문 박종민 기자]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 집중하는 대학은 많지만 인성에 방점을 찍는 대학은 찾아보기 어렵다. 바뀌는 사회에서는 오히려 인성 교육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상욱 대림대학교 평생교육원 원장은 소위 말하는 ‘n잡러’다. 이 원장은 배구선수였던 아버지와 육상선수였던 어머니를 따라 운동의 길을 선택해 스포츠지도과 교수로 부임했다. 대학에서는 평생교육원을 맡아 운영하면서 온라인 평생교육원을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시와 수필로 등단해 창작을 계속하는 문학가이기도 하다. 글 쓰는 능력과 감수성을 전문대학에도 퍼뜨리고 싶어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발전협의회(COLIVE) 재능나눔에도 문예분야로 참여했다.

이 원장은 전문대학이 인성 교육에 취약하다는 점을 안타까워하며 문학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교육자이자 문학가이기도 한 그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 위해 지난 15일 대림대 자동차관을 찾았다.

■나를 위한 글쓰기 = 이 원장이 처음부터 교육과 문학을 함께한 것은 아니다. 그는 교수로 일하면서 처음 습작을 시작했다. 문학을 쓰기 시작한 이유도 문학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자기 자신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그는 “교수로 처음 부임했을 때부터 대학스포츠와 관련된 외부활동을 많이 했는데 안팎으로 일이 늘어나니 금방 번아웃이 왔다”며 “화가 쌓여서 밖으로 발작하듯이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내면을 다스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속마음을 시로 풀어냈다”고 말했다.

습작을 시작하고 그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감정을 쏟아낸 글이 많았지만 생각이 정리되고 내면이 안정되면서 작품이라고 부를만한 시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가끔 그때 썼던 시를 읽어볼 때가 있는데 글에서 거침없이 감정이 분출했던 과거가 떠오른다”며 “안쓰럽기도 하지만 감정을 폭발시킨 시간을 가졌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회상했다.

그는 습작하는 시기를 보내며 내면이 더 단단해졌다고 말한다. 고통스러운 나를 마주하는 과정이 내면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다. 이상욱 원장은 “문학을 쓰고 읽으면서 화를 쌓아두는 게 아니라 활력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 수 있었다”며 “먼저 주변을 살피고 옆에 머무르는 사람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삶을 바꾸는 문학 = 그는 짧은 시간 동안 300편이 넘는 시를 습작했다. 작품이 쌓여가는 가운데 기연이 그를 찾았다. 1961년에 등단한 원로 문학가 이근배 시인과의 만남이었다. 나이가 지긋한 시인은 그의 습작을 보고 그에게 공모해볼 것을 조언했다. 그는 “하루는 이근배 시인에게 시란 무엇이냐고 질문을 했는데 ‘우주의 자장을 뚫고 만물의 언어를 캐내는 작업’이라는 답을 들었다”며 “그의 말을 듣고 시를 정말 제대로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이근배 시인의 조언을 받아들인 그는 2019년 샘터문학상 시부문에 ‘바보같은 이별’ 외 4편의 작품을 공모해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같은 대회에 수필을 공모해 다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 5월에는 ‘산중의 일출’ 외 4편의 시를 공모해 대회 최고상인 최우수상을 받았다.

습작하며 내면을 다스리고 작품을 만들며 대회에 참가한 경험은 삶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그는 “작품활동을 하면서 문학이 주는 아름다움뿐 아니라 문학과 함께하는 삶이 갖는 가치를 찾을 수 있었다”며 “문학은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학의 가치가 교육에서도 발휘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COLIVE 재능나눔에 참여했다.

■지식과 기술을 빛나게 하는 인성 = 이 원장은 대학 교육의 요소로 지식, 기술, 인성을 꼽으면서 전문대학은 지식과 기술 교육에서 여러 성과를 거뒀지만 인성 교육을 놓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 요소를 구두에 빗대어 설명했다. 그는 “지식이 ‘구두’라는 개념, 기술이 구두를 만드는 방법이라면 인성은 구두를 빛나게 만든다”며 “더러운 구두는 발을 보호한다는 기능은 충족할 수 있어도 사회적으로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 등 사회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인성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기능에 충실한 제품이 좋은 제품으로 인정을 받았지만 이제는 제품만큼 사람과 서비스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당장은 성과 위주의 교육으로 기술과 지식을 강조할 수밖에 없지만 멀리 보는 혜안이 있다면 인성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욱 원장은 인성 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문학적 감수성을 접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동차의 가치를 카피라이터가 쓴 문장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글과 문학은 가치를 공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대학이 가르치는 기술 교육과 지식 교육을 문학이 더욱 빛나게 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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