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금 숙명여대 총장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

오늘날 대학교육은 ICT기술이 촉발한 디지털 문명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코로나19 상황이 만들어낸 파도를 타고 거스를 수 없는 대변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전통적인 대학교육의 오프라인 캠퍼스라는 물리적 울타리를 벗어나 교육 철학, 방식, 콘텐츠, 인프라 등 디지털 네이티브를 대상으로 한 전방위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한창이다.

대학교육의 현장에서 이러한 상황을 매일같이 마주하면서 디지털 시대의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교육에 대한 고민은 이제 일상이 됐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표준을 위해 디지털 시대의 대학교육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디지털 시대 대학교육의 근간이 되는 교육목표와 철학의 수립이 필요하다. 다양한 방향으로의 급속한 전환이 매일같이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디지털 시대 대학교육의 목표와 가치관이 뚜렷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각 대학마다 고유의 교육목표를 설정하고 일관성 있는 혁신을 이뤄 나가고 있다.

숙명여대는 올해 창학 115주년을 맞이해 ‘세계 최상의 디지털 휴머니티 대학’을 2030년까지의 비전으로 선포하고 △디지털 융합 혁신 △창업 인큐베이터 혁신 △ESG 실천 혁신을 3대 혁신 과제로 제시하며 미래형 교육의 발전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도약하고자 노력 중이다. 특히 ‘휴머니티에 기초한 디지털, 디지털을 이해하는 휴머니티’를 위해 인문, 사회, 문화, 예술과 이공 분야의 학제간 융합에 혁신의 무게를 두고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디지털교육을 위한 환경 구축에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정보혁신처’를 신설해 학내 전담 조직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원격교육지원센터를 통한 학생과 교수의 원스톱 지원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또한 교내 산재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기 위한 데이터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 데이터를 통합하는 데이터 웨어하우스(data warehouse)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설계해 교내 구성원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데이터통합관리시스템에 저장된 교내 데이터를 AI, 머신러닝 등의 최신 기술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의사 결정 및 교육 체계를 갖춰 가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교육환경 기반 위에서 ‘디지털 휴머니티’를 지향하는 교육방식과 콘텐츠의 혁신이 펼쳐지고 있다. 그 한 사례로 숙명여대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실질적 학생 교육과 생활의 도구로 활용하는 디지털 교육 혁신을 시도 중에 있는데 학생들은 메타버스 내 ‘숙명버츄얼오디토리움’에서 강의가 이루어지는 점을 신선하게 받아들였고 교수님과 다른 학생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 속한 느낌’을 더 크게 받으며 강의에 몰입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 비대면 교육으로 인해 학교 문화 생활에 갈증을 느끼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의 축제를 가상공간에서 여는 것을 시작으로 학생들이 숙명 버츄얼캠퍼스 내에서 동아리 회의, 강의수강 등 실질적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고자 지속적인 노력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는 통신 업체, 플랫폼제작 업체, 클라우드 업체, 금융권과 협력해 축제나 특정 행사 진행과 같은 일회성 용도가 아니라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상 캠퍼스의 개념으로 학교 전체에 대한 메타버스를 구축 중이다.

이러한 메타버스를 통해 학생들은 코로나 이후에도 언제든지 메타버스 캠퍼스에 접속해 학교 소식을 접하고 친구들과 교류하며 동아리 활동을 이어가고, 학교 기념품을 구매하고 교수와 상담하고 수업을 듣는 등 차세대 스마트 캠퍼스 플랫폼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시대 대학교육의 온전한 성취를 위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알고리즘과 로봇, AI가 대신할 수 없는 ‘감성’, ‘창의성’, ‘상상력’ 과 같은 인간적 요소에 대한 교육이다. 이를 위해 대학에서 보내는 4년간의 시간 동안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기르고 독서를 통해 인간 고유의 능력을 배양하는 활동은 디지털 시대이기에 더더욱 필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이렇게 독서를 통해 갖게 된 인간만의 능력을 디지털 지식과 결합하고 새로운 창의의 정신으로 무장해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는 인재가 바로 ‘디지털 휴머니티’ 라는 비전 속에서 배출돼야 할 미래의 인재상이다. 102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최근 그의 저서 「백년의 독서」에서 “무지와 힘이 지배하는 무독서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책을 읽는 개인이 지도자가 되며 독서하는 민족이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구호가 아닌 우리 모두의 신념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급격하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학령인구 감소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등 대전환의 파고 속에서 대학교육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대학의 체질 개선을 위한 고민과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과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교육환경의 개선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교육방식, 콘텐츠, 기술 혁신에 앞서 대학교육의 근본인 ‘생각하는 힘’을 가진 인재양성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대학 교육은 또 다른 퇴보를 맞게 될 것이다. 대학의 미래는 우리의 미래이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을 뿐 아니라 미래를 이끌어갈 창의적인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교육시스템 구축의 과제를 대학들이 함께 풀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본지가 창간 32주년을 맞아 희망 대한민국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학령인구 감소 등 어려움에 직면한 대학들을 격려하고, 희망의 메시지로 내일을 향해 나아가자는 취지에서입니다. 캠페인은 참여한 대학 관계자 및 저명인사들이 다음 주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편집자주>

다음 기고자는 이해우 동아대 총장이 지목한 이호영 창원대 총장입니다. 이후 이어지는 기고자는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이 지목한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입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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