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여야 모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최종적으로 선택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하지만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국민들을 위한 정책은 온데간데없이 신변잡기와 말꼬투리나 잡는 싸움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평화적인 정권 교체이후 ‘DJ 시대’가 끝난지 어언 20년이다. 비로소 삼김시대(YS,DJ,JP)가 끝난 것과 마찬가지일진대 국민들이 바라는 새로운 정치는 요원하다. 구태의연한 시대가 끝나면 마치 새로운 시대가 올 것처럼 기대가 컸지만 역시나 실망도 크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기술의 발전과 변화는 가히 빛의 속도를 내고 있는데 현실 정치는 이상하게도 동굴로 기어들어가고 있다. 까마득하고 앞을 알 수 없는 암흑과도 같은 천지다.

정치는 정치고 교육은 또 다른 이야기니 시선을 교육으로 옮겨보자. 대선 정국에서는 누군가를 끌어내려야 내가 올라갈 수 있는 구조다보니 물어뜯기를 하다못해 진흙밭에서 서로 뒹구는 양상이 언제나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어떠한가. 어느 대학을 끌어내려야 우리 대학이 올라서는 일은 아예 없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평가를 만들어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 하루 아침에 우리 대학이 ‘이상한 평가’를 받는 곳으로 전락해 버려도 할 말이 없다.

과거에 잘못된 정책은 고치고 수정하면 그만인 것을 아직도 구태의연함을 반복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미래가 코 앞에 다가와 있지만 교육 행정은 동굴 속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최근들어 대학의 미래가 암울하고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가 지역의 위기로 번지면서 지역자체가 소멸이 될 것이라는 경고등이 울리고 있지만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교육 불감증’이라고 해야할 지 아리송하다.

올해 초 일부 지역 대학이 수능을 보지 않은 사람도 입학할 수 있다고 모집하는 글에 수많은 사람들이 비소를 날렸지만 뇌과학자 정재승 박사는 그런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한 적이 있다. 정 박사는 "아직도 들어가는 순서로 학생들을 줄세우기하는 문화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제는 아무나 들어가고 어디서도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런 환경을 바탕으로 훌륭한 인재를 어떻게 키워 내보내는지 그 순서를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공감을 자아냈다.

또 최근들어 일타 강사로 불리는 유명 강사들이 ‘수능 폐지’를 예견하며 대학 입시에 큰 변화가 오고 있음을 감지해 알리고 있다. 그들은 벌써 고교학점제로 인한 수능 제도에 대한 기능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학이 행복을 보장하는 시대가 끝났다는 솔직한 발언을 통해 입시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대학 환경은 어떠한가. 교육부에서 정한 평가 기준을 통과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대학의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이제는 무한한 자율성을 주고 대학에서 펼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해줘야 인공지능이든 메타버스든 미래에 대응하는 인재를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아직도 재정지원이라는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버튼을 만지작거리며 선택적으로 누르는 행위는 그만해야 한다. 대학 위기, 지역 소멸, 대학 폐교 등 이후에 어떤 예견이 나와야 교육부의 무능을 일깨울 수 있을까. 인공지능 시대에 대학에서 학생을 훌륭하게 키워내야 하는 역할보다 보고서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역량이 대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3주기 기본역량진단으로 정책이 끝나는 듯 싶지만 계획에도 없는 4주기 진단 평가를 준비하는 대학들이 있다고 한다. 모든 자연현상에 관성의 법칙이 있다지만 이것은 아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시대에서 이제는 1년 아니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시대다. 재정지원을 미끼로 하고 있는 구태의연함은 여기서 끝내자. 향후 교육부는 역량있는 교수가 지역으로 내려가 훌륭한 인재를 키워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충분한 보상을 주고 지역 대학의 활성화를 위해 힘을 쏟는 교육부의 모습을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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