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학술정보기획팀 부장

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학술정보기획팀 부장
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학술정보기획팀 부장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부 폐쇄했던 열람실을 점검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사람이 이용을 하지 않은 시간이 1년이 넘어서인지 열람실 구석에 거미줄이 쳐져 있고 몇몇 열람석에는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서둘러 열람실 곳곳의 먼지를 제거하고 대대적인 열람실 청소작업을 진행했다.

시설과 가구는 사용할수록 닳기도 하지만 반대로 윤기를 내기도 한다. 그만큼 사람의 손길이 퇴색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고 이용되지 않는 도서관은 디노 부차티가 《타타르인의 사막》에서 언급한 서서히 몰락하며 허망하게 시간을 소비하는 오래된 요새에 지나지 않는다.

도서관에 아무리 쾌적하고 안락한 공간과 시설, 최첨단 장비와 정보 그리고 뛰어난 사서가 있다고 해도 이를 이용하는 이용자가 없으면 그저 잘 꾸며지고 다듬어진 서고에 지나지 않는다. 

흔히들 도서관의 3요소를 자료, 시설, 인력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도서관은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지식을 보관하고 전달하기 위해 동서고금의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또한 이를 보관하고 자유로운 연구와 학습,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수행하는 공간과 시설이 필수적이다. 물론 정보와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인력 즉 사서도 필요하다.

이것 중 어느 하나라도 없거나 부족하다면 도서관이 효과적으로 유지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도 없다. 자료나 공간이 없는, 혹은 사서가 없는 도서관은 상상할 수 없다.

그렇지만 정말 이것만으로 도서관이 유지될 수 있을까. 이용이 없고 이용자가 찾지 않는 도서관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고민을 반영하듯 이후 도서관의 4요소에 이용자가 추가됐다. 고대부터 이어진 전통적인 도서관의 주기능이 기록의 보존과 전달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용자가 도서관의 필수 요소에 가장 늦게 추가된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를 보며 도서관의 요소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도서관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 하나하나도 필요하고 기본 요소들간의 균형도 중요하다. 따라서 이용이 없고 공간, 자료, 사서만이 존재하는 불균형은 도서관의 의미를 퇴색시키기에 충분하다. 

이제 곧 코로나19 상황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물러가고 도서관도 이전의 활기를 되찾게 될 것이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도서관의 가장 중요하고 필수 요소인 이용자를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이용자 한명 한명에게 도서관의 ‘공간’이 의미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수많은 정보가 한 사람만의 특별한 지식이 될 수 있도록 모두를 위한 사서가 아닌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사서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또 준비해야 한다.

도서관의 본질적인 의미와 상징성을 유지하되 시대의 변화와 유행에 따라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언제 찾아와도 고향집 같은 포근함을 줄 수 있는 대학의 사랑방이자 지혜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도서관을 가꾸고 꾸며야 한다.

다시 열람석에 곰팡이가 내려앉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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