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한숨이 늘어간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있지만 저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따로 있는 듯 보인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고 외치지만 대체 저들이 말하는 국민은 누구일까.

곽상도 의원의 32세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국민은 허탈감에 빠졌다. 그동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문 대통령 아들을 상대로 ‘공정’을 외쳐오던 곽 의원이기에 더욱 힘이 빠진다. 문제가 커지자 곽 의원은 국민의힘을 곧바로 탈당했지만 파문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50억 원의 퇴직금은 30대그룹 전문경영인의 퇴직금 순위를 보니 4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한다. 인터넷상에서는 내로라하는 대기업 전문경영인들 틈에 곽상도 의원 아들이 끼워져 있는 표를 만들어 돌려보고 있다.

퇴직금을 준 화천대유 자산관리회사와 관련이 있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은 국민들의 어깨를 축 처지게 만들었다. 도무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전관을 받드는 법조인들이 대거 들어가 있고 자녀를 취직시켜 주는가 하면 법조인 부모의 집도 알아서 매매로 사들이는 등 석연치 않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핵심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긴급 체포됐으니 속시원하게 밝혀지길 바랄 뿐이다.

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조수진 최고위원으로부터 받은 곽 의원 아들과 관련한 메시지를 SNS에 공개하면서 ‘당신이 국민을 설득해보라’고 말해 위신을 땅에 떨어뜨렸다. 집안에서 일어난 아무도 모를 일을 굳이 바깥에 알려 거대야당의 민낯을 드러냈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중도 하차한 후보의 득표를 무효표로 결정한 당의 결정을 2위 후보가 반격하면서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서로 다른 국민(?)을 들먹이고 있어 볼썽사납게 됐다. 또 1위 후보는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된 여러가지 의혹이 흘러나오고 있어 살얼음 위를 걷는 위태로운 모습이다.

이쯤되니 ‘진짜’ 우리 국민들은 피로감이 든다. 어려운 이 시기에 비빌 언덕도 없으니 그럴만도 하다. 추경 등의 예산으로 지원이라도 팍팍 해주면 좋으련만 ‘재난 지원금’으로 편가르기를 하더니 이제는 신용카드 캐시백으로 알려진 상생소비지원금이 난리다. 나라 경제를 위해서는 소비가 우선시 돼야 함은 마땅하나 이미 썼던 월평균 금액보다 훨씬 더 사용해야 하고 들어오는 금액은 터무니 없이 적으니 불만이 절로 흘러나온다. 카드 캐시백은 표면적으로 사용했던 금액에서 월 100만 원을 더 쓰면 최대 10만 원을 돌려주게 된다. 홍보가 덜된 상태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신청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국민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고등교육은 어떠한가. 대학의 발전이 국가의 발전을 견인함은 당연한 일이지만 국가는 대학을 홀대하고 있다. 대학이 인재를 길러 기업에 보내고 그 인재가 내놓은 기술이 기업을 살리고 또 국가를 살리는 선순환 구조 속에서, 어찌된 일인지 국가가 대학을 지원하는 방식은 일방통행식이다. 아무도 공감하지 못하는 평가 기준을 만들고 무조건 따르라고 하니 곡할 노릇 아닌가.

누차 얘기하지만 정말 문제가 있는 대학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인 지원을 좀 해야한다고 몇년 째 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제는 허망하다. 도통 교육부는 듣지 않는다. 하루 빨리 대책이 나와도 시원치 않지만 여전히 논의중이라고만 하니 답답할 뿐이다. 인적 쇄신이라도 이어지면 기대감이라도 나오련만 무심한 ‘최장수 기록’에 대학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대학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는 것이 과연 맞는 말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총장들도 그렇고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그야말로 우리 국민인데 말이다.

잘못한 사람 처벌하고 어려운 사람 도움을 주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 그렇게도 어려운가. 잘못한 사람은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나가지만 어려운 사람은 외롭게 없어지고 잊혀져도 바뀌는 것이 없는 세상이니 개탄스럽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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