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최근 3주기 기본역량진단 결과가 발표됐다. 보고서를 작성했던 시간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3년 동안 해온 일들을 몇 장의 보고서에 일목요연하게 담는 일은 생각만큼 수월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노력한 성과에 대해 적절한 단어를 찾아 표현하고 싶었다. 지끈거리는 회의와 야근의 연속이었다. 여러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애를 쓰는 시간은 참으로 길었다.

상담사로서는 학생들과 함께 울고 웃었고 이것은 눈에 보이는 업적으로도 드러나야 했다. 그렇게 3주기 평가는 끝이 났지만 또 다른 평가들은 줄지어 서있다.  

여러 종류의 사업에서 학생들에 대한 심리상담 지원 서비스가 중요한 평가지표의 한 부분을 차지한지 꽤 오래됐다. 그러나 사업마다 요구하는 자료제출의 형태나 실적현황은 매우 다르고 피로도는 쌓여간다. 평가 자료로 제출해야 하는 항목을 정리하고 유목화하거나 도표를 만드는 등의 일은 이제 대학에서 근무하는 상담사의 중요 업무 중 하나가 됐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는 대학 상담사들이 상담센터에서 이루어지는 상담의 사전-사후 효과에 대해 분석하고 심리상담 영역의 특성을 반영한 평가지표를 개발하는 일은 더욱 중요한 업무가 될 것이다.

상담사로서 심리상담 지원 서비스가 대학평가의 중요지표로 자리매김하는 일은 한편으로 매우 반길 만한 일이다. 학생들은 여전히 심리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많은 두려움과 거부감이 있어 학교 차원의 다양한 재정적, 정성적 투자를 통해 학생들의 정신건강 예방과 심리적 위기에 대처하는 것은 여러 가지 사회적 손실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통계청에서는 우리나라 자살현황 통계를 연1회 게시하는 것에서 월1회 게시하는 것으로 변경할 정도로 국가적으로 관련 기관에서의 신속한 자살예방 정책을 장려하고 있다. 특히 대학생이 속하는 청년층의 자살 현황은 여전히 1위이며 이에 대학에서의 심리상담 지원 서비스는 시의적으로도 매우 중요도가 높다. 교육부에서도 학생들의 마음건강 위기에 대한 대학의 긴급한 대응체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다만 심리상담 영역의 평가에서 무엇을 평가할 것인가는 아직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예를 들어 이제 비대면 심리상담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는데 비대면 심리상담은 서비스 제공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유용하다. 그 평가항목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으며 무엇을 평가항목으로 고려하는지에 따라 매우 상이한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비대면 상담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스스로 비밀이 보장되는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상담참여에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상담사가 교육도 해야 한다. 학생들이 물리적으로 안전한 장소가 없이 비대면 심리상담에 참여하는 경우 오히려 상담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의 규모, 소속기구, 속한 지역, 학생 특성 등에 따라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달라야 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재학 인원 대비 실적화하는 형태의 평가기준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꼼꼼하고 세심하며 안전한 준비를 바탕으로 하는 심리상담 서비스의 노력이 빛을 내는 평가기준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대학 스스로 심리상담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보장하면서 각자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과 평가항목 개발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대학은 위기 개입에 대한 준비와 함께 그보다 한발 앞장서서 마음건강 예방과 특성화된 프로그램 개발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질적으로 탄탄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심리상담 영역의 평가지표를 먼저 제안하고 전문성을 놓지 않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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