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모두 이용하는 카카오톡 메신저로 대표되는 카카오의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국회에 나와 연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어인 일인고 하니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행위가 논란이 되면서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그러니까 카카오의 모든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는 이사회의 의장이 직접 나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이라고 한다.

카카오가 하는 일을 살펴봤더니 꽃배달, 미용실, 대리운전, 퀵서비스는 물론 실내 골프연습장에 영어교육 그리고 네일숍까지 종류와 분야가 상당히 다양하다. 또 카카오키즈라는 곳에서는 문구 소매업과 장난감을 판매하고 있다. 카카오 소속의 계열사가 118개로 계열사 수로 따지면 국내에서 SK그룹에 이어 2위다. 좋게 말하면 문어발식 공격 경영일테고 달리보면 방만 경영일게다.

이사 한 명이 많게는 14곳의 계열사를 관리하고 있었다니 지적받을만 하다. “성장에 취해 주위를 둘러보지 못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한 김범수 의장의 사과에 제법 진심이 담겨 있는 듯 보인다. 따지고 보면 카카오도 상생의 목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면서 더 좋고 편리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한 것이다. 꽃배달, 대리운전, 퀵서비스 등은 모바일로 간편하게 주문하고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었고 실내 골프연습장은 독과점 시장을 깨뜨린 것으로 높이 평가받기도 한다.

다만 대기업군으로 분류된 기업이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도 소상공인, 자영업자까지 넘보는 우를 범해 골목상권을 침해한 것은 혁신이라고 포장하기엔 무리가 있다. 익히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기술력 좋은 조그만 회사를 인수하고 수익만 편취했던 일이 명징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상생의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감’이다. 서로 응원하며 함께 행복한 것이니 이 얼마나 좋은 뜻인가. 그것이 남용되고 오용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퇴색돼서 그렇지…. 정부가 내놓은 상생지원금만 해도 그렇다. 서로가 좋아야 하는데 결국은 카드사 배만 불리는 꼴이어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국민들이 많다.

상생의 보기좋은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경북도는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 탈락한 도내 7개 대학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예산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것은 첫 사례여서 의미가 있다. 대학이 무너지면 지역 경제 손실 여파가 크기 때문에 지자체가 나서 앞장선 모습은 보기 흐뭇하다.

더불어 대학과 기업간의 산학 협력은 그야말로 상생의 좋은 본보기다. 기업이 원하는 과정을 대학이 개설하고 학생은 대학에서 연구하고 공부하며 그것을 끝마치면 기업으로 취업할 수 있는 구조다. 4차 산업혁명에 어울리는 AI, 빅데이터 등은 이미 그렇게 시작하고 있다. 대학에서 창업을 지원하고 그렇게 시작한 스타트업이 경쟁력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커 나가는 것 또한 상생의 시작이다.

상생의 관점에서 본다면 정해진 예산 때문에 어느 대학을 꼭 제외시켜야 하는 대학 평가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상생은 ‘콩 한 조각이라도 나눠 먹는다’는 배려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서로가 조금씩 나눠 모든 대학이 함께 가는 것이 국가적 목표인 지역균형발전에 이르는 것이기도 하다. 충분히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외면하고 지역 소멸을 방치하는 것은 위험한 처사다. 교육부는 재정지원을 넉넉히 하고 관리, 감독을 하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와야 한다. 대학들을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는 우주여행을 꿈꾸던 시대에서 이제는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우주 비행사없이 민간인만 태우고 3일 동안 우주를 여행한 스페이스엑스의 인스퍼레이션4는 지구촌을 감동과 환희의 물결로 만들었다. 이러한 미래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상생의 의미와 목적을 잘 살핀다면 그 미래는 골고루 널리 퍼지게 돼 있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