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열 고려대 연구처 부장

유신열 고려대 연구처 부장
유신열 고려대 연구처 부장

대학은 지금까지 어느 시대에서나 국가와 사회에서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 역할은 변함없을 것이다. 다만 대학이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형식 그대로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의 미래 모습은 대학 스스로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대적 환경 변화에 따라 대학도 함께 변모해갈 것이다. 지식은 이제 특정인만의 것이 아니라 누구나 원하면 찾아보고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매일 눈부시게 혁신하는 에듀테크 기술 덕분에 전통적인 강독 방식의 수업은 저물어 갈 것이다.

대학에 진입하는 대상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 위주에서 다양한 연령층 그리고 재교육 위주로 확대되고 있다. 사회의 지식 변화 속도는 점점 더 가속화되고 대학 교육도 이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다수를 위한 집단교육에서 개인별 맞춤형 교육으로 세분화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캠퍼스와 기업 그리고 사회와의 경계는 더 모호해져 가고 있다. 미래교육의 대세는 거스를 수 없고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대학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 행정은 미래교육을 따라서 잘 적응할 것인가?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행정은 대학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에 담긴 음식은 입맛과 시대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변화를 하지만 그릇은 교체하지 않는 한 그 모양이 그대로 유지된다. 행정이라는 그릇도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다. 대학이 선택한 위계적 관료조직 행정체계는 미래교육의 흐름과 무관하게 지금까지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 고립된 캠퍼스를 기반으로 하는 정적인 관리에 적합한 행정체계를 미래교육 운영체계로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래교육은 수평적이고 열린 행정, 폐쇄된 전문성보다는 연결지능을 갖춘 행정이 필요하다. 기존의 지번 중심의 주소체계로는 한계에 이르러 도로명 주소로 변경한 것처럼 연결된 길 중심의 동적인 행정체계로 전환돼야 한다. 아무리 멋진 집이라 하더라도 도로가 연결돼 있지 않으면 그 집은 쓸모가 없다. 어쩌면 대학은 지금의 행정체계를 버리고 신도시계획 수준의 완전히 새로운 행정체계를 구축해야 할지 모른다.

 대학 행정은 혁신을 통해 미래대학이 나아갈 길을 만들어줘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창간한 이후 한국대학신문이 33년 동안 대학의 길을 만들어 온 과정은 대학 행정의 발전에 매우 긍정적이다. 특히 ‘대학통’이라는 이 작은 지면 또한 그렇다. 이 칼럼을 통해 대학 행정이 소통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둘레길은 등산의 패러다임을 바꿔놨다. 그동안 등산로는 오로지 정상을 중심으로 나 있었고 등산객은 모두 정상 도전을 목표로 산에 올랐다. 둘레길은 이 수직의 세계에 수평적 사고로 혁신하는 계기가 됐다. 정상은 자리가 좁고 오래 있지를 못한다. 둘레길은 누구나 같이 걸을 수 있는 길, 되돌아서 다시 만나는 길, 정상으로 향하는 모든 길을 만나는 소통의 길, 경쟁이 아닌 상생의 길이다.

제주에 올레길이 있다면 대학에는 ‘409개 대학을 연결하는 힘’ 한국대학신문이 있다. 대학 교직원으로 또 대학통 집필진 중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대학신문이 33년 동안 걸어온 길에 대해 감사의 마음과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대학을 연결하는 둘레길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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