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이 서른세 돌을 맞았다.

주변의 냉소적인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대학정론지를 표방하며 걸음마를 내딛은 지 33개 성상이 지난 것이다. 오직 고등교육정론지를 표방하며 버텨 온 힘들고 외로운 여정이었다.

‘33’은 우리 민족에게 역사적 의미로 다가오는 숫자이다. ‘33’이라는 숫자에서 1919년 기미독립선언서를 선포한 33인을 떠올린다. 33인 애국지사들의 숭고한 뜻이 오늘까지 이어져 우리의 거룩한 민족정신으로 계승되고 있다.

33인의 애국애족 정신은 본지의 사상적 기초를 이루고 있다. 그 사상적 흐름이 윤동주 추모기념사업으로 열매를 맺었고 대학캠퍼스에서 일본 담배 마일드세븐(Mild Seven) 추방 운동으로 승화됐다. 그 이후로도 33인의 거룩한 민족의식을 창사정신에 아로새겨 ‘정론직필’로 때로는 ‘캠페인’으로, ‘기념사업’으로 발현해왔다.

본지가 창간된 1988년은 88서울올림픽이 있었던 해이다. 당시는 사회 각 분야에서 자유화, 민주화 조치가 시행돼 자유와 개방의 바람이 온 사회를 휩쓴 격동의 시기였다. 언론 출판 분야에서도 정부의 자유화 조치가 시행됐다. 본지는 그런 격동의 시기에 대학교육에 관심을 갖고 그 도도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본지 창간 당시 ‘대학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는 슬로건은 다소 생소했다. 특히 학문의 전당인 ‘대학’ 앞에 기업 용어인 ‘경쟁력’을 붙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많았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니 이런 거부감은 없어졌다.

오히려 요즘은 ‘대학경쟁력’이 대학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key word)가 됐다. 이제 대학경영인에게 경쟁력 강화는 지상과제가 됐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의 경영기법이 도입되고 성과 위주 평가제도가 정착됐다.

지난 33년 동안 본지는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원칙하에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지면에 담아내는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정책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곳이 어디든 고등교육 이슈가 있는 곳에 한국대학신문이 있었다. 전국의 대학과 교육부, 국회는 물론 교육 관련기관들이 우리의 취재대상이었고 다른 한편으로 파트너였다. 고등교육에 정통한 민완기자들이 전국 대학과 관련 부처 기관들을 커버했고 당대 유력한 칼럼니스트들이 대학신문의 예리한 필봉에 힘을 보태줬다.

이 과정에서 대학총장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돋보였다. 총장들이 집필하는 ‘희망 대학민국’ 시리즈를 통해 당대 가장 중요한 고등교육 정책과 혁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아너스 칼럼’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비전있는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교육계에 메가톤급 충격을 가했다. 코로나19로 초래된 사상초유의 비대면교육 환경은 강고했던 대학 혁신의 장애물을 한방에 날려 보냈다. 코로나19가 역설적이게도 대학혁신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100여년동안 크게 바뀐게 없다고 한다. 웹시대를 넘어 5G에 기반한 메타버스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데 아직도 산업시대에 맞춰 만들어진 교육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교수들이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런 과정이 19세기 교실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큰 문제”라는 말이 그럴싸하게 들릴 정도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초연결, 초현실, 초실감의 시대이다. 교육 패러다임 대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메타버스’와 ‘ESG 경영’은 새로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메타버스를 이용한 교육방식은 코로나19 이후에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차원에서의 ESG 경영도 당면과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관련 인재 양성에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대선후보 선출이 한창이다. 대학현장에서는 ‘교육대통령’을 갈망하고 있다. 교육의 가치를 알고 이 시대 대학이 어떤 존재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철학을 갖고 있는 자를 찾고 있다.

적어도 부존자원 없는 우리나라에서 ‘인적자원’ 가치를 인정하는 그리고 ‘인적자원 개발’에 정부재정을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인적자원 경쟁’에서 무엇을 풀고 무엇을 옥죄어야 하는지를 구분할 줄 아는 대통령을 열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본지는 33주년을 기점으로 ‘고등교육 공론의 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미래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것이다. ‘대학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는 슬로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를 더 하고 있다.

이제 또 다른 차원의 혁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 기회를 잡는 대학만이 2030년대의 희망찬 미래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본지는 대학혁신을 위한 대학들의 혁신 대장정에 늘 함께 할 것 임을 새삼 다짐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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