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는 초연결·초고령·기계의 시대로 변모
늘어난 생애 주기…계속해서 배울 수 있는 교육 필요
대학의 재정·장기적인 리더십·구성원의 위기의식 동반 돼야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코로나19로 일상이 바뀌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대학 교육 역시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도연 울산공업학원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는 28일 본지가 주최한 ‘2021 일반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3차 콘퍼런스에서 ‘고등교육의 패러다임 시프트(인식의 전환)’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김 이사장은 “과거 대전환기였던 BC(Before Christ)에서의 AD(Anno Domini)가 이제는 BC(Before Corona)에서 AD(After Disease)로의 전환이 될지도 모르겠다”며 대학의 교육을 바꿔 나갈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급변하는 미래 시대… 초고령사회·초연결사회·인간과 기계의 시대로= 김 이사장은 고등교육 인식의 전환에 수반되는 미래를 예측했다.

우선 미래 사회는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변화할 것이다. 2017년 이미 한국사회는 고령인구가 14%를 넘기는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50년에는 고령인구가 전체의 36%를 넘길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타임지는 2045년을 ‘죽지 않는 해’로 규정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 영생의 시대가 온다는 주장이다.

또한 미래 사회는 인간의 시대에서 인간과 기계의 시대로 완전히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인공지능에 더해 퀀텀 컴퓨터가 결합되면서 인간과 기계가 공생하며 살아가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넘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인간의 분야를 이미 파고들고 있다. 인공지능은 딥 러닝으로 음악을 학습한 뒤 교향곡을 만들어 냈다. 더욱 힘들 것이라 예상했던 미술 분야에서도 고흐의 화풍을 학습해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다.

연결사회에서 초연결사회로 변화도 예측해 볼 수 있다. 1992년 처음 인터넷이 발명됐을 때 인터넷 연결점은 단 두 곳이었다. 2020년에는 인터넷의 연결점이 50억 개를 넘어섰다. 사람이 쓰는 인터넷 회선 뿐 아니라 사람과 기계, 기계와 기계가 연결되면서 온 세계가 완벽하게 연결된 사회가 된 것이다. 21세기가 시작될 때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이 GE, 시티은행이었다면 2016년은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기업이 모두 선점했다.

대학의 교육은 통합·경험·소통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변화해야= 이런 사회에서 대학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김 이사장은 무엇보다 학생들의 ‘직업 능력’을 강조했다. 단순히 취업을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죽기 전까지 사회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직업 능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대부분의 미래학자가 예측하는 것처럼 이제 인간은 살아가면서 직업을 5~7번 바꿔야 하는 시대가 됐다.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대학의 역할은 ‘배운 사람’을 배출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나가서도 계속 배울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핵심 교육이란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요구되는 것이 바로 ‘인식의 전환’이다.

김 이사장은 그런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대학은 경험을 강조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명한 학자들의 격언에서도 ‘경험’은 늘 중요하게 등장한다. 미래 사회에서는 대학 교육에서 어떻게 하면 많은 경험을 시켜주는지가 더 관건이 된다는 게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초연결사회에서는 각자도생보다 동료, 이웃과 협력하고 소통하고 배려하는 덕목이 더욱 필요해 진다. 대학 교육도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방식보다 사회·정서적 역량을 키우는 방식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에서의 과감한 실험이 필요해져= 무엇보다 올드 패러다임, 구시대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 MIT에서는 5년마다 ‘MIT의 미래’라는 제목의 책을 발행한다. 이 책은 ‘교육에서 과감한 실험을 하라’는 조언을 한다.

기존 대학 교육이 교수중심의 일방적 가르치기와 분산된 지식을 개인에게 오프라인에서 주입했다. 대학의 목적은 지식 전달에서 그쳤다. 그것만으로도 60세가 되는 정년까지 한 직장에서 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학생중심의 평생 학습이 중요해졌고 통합적인 사고가 요구되며 단순한 지식보다 지혜와 경험을 집단이 함께 온라인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미 우리사회는 코로나19로 이 같은 교육 방식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익히 알려진 미네르바 대학이다. 미네르바의 교육은 ‘습관적인 사고와 활용할 수 있는 기초개념’에 기반한다. 교수의 강의는 전체 수업 중 5% 미만에 그치고 강의 당 최대 19명의 학생만 참여한다. 학생들은 모든 수업을 온라인을 통해 참여하고 자기주도적 학습과 토론수업 등을 필수적으로 경험한다.

김도연 이사장은 “한국 대학도 바뀌어야 한다”며 “지금껏 해오던 방식과 개별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당장 대학 현장에서 이런 혁신적인 교육 개혁이 이뤄질 수는 없다. 한국 대학은 현재 부족한 재정, 장기적인 리더십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고등교육 인식의 전환에서 필요한 항목으로 충분한 재정과 확고한 장기적 리더십을 꼽았다.

하버드 대학이 올해 10월 발표한 파이낸셜 리포트에 따르면 발전기금이 63조 원에 달한다. 놀라운 것은 지난해 34%가 증가했다. 투자를 통해 얻어낸 이익이다. 서울대의 발전기금은 7000억 원이 조금 안 되는 수준이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은 적립금의 2분의 1 한도에서 증권 취득이 가능하고 적립금 10분의 1 한도에서 소속 교원 또는 학생이 창업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다. 총장의 임기는 4년으로 제한 돼 있다. 과도한 규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이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대학의 경쟁력을 기대할 순 없다”면서도 “대학이 최대한 노력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대학 교직원들의 의지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어 “대학의 구성원 모두가 위기의식을 공유하면 재정이 없어도 장기적인 리더십이 없어도 인식의 전환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지역 대학들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가 당장의 시급한 현안= 발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모두가 대학교육의 인식의 전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한계가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김정선 동서대 부총장은 “고등교육의 패러다임 시프트 논의는 이미 오랜 시간 전부터 있어왔다. 한국의 대학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고민하는 문제로 제안하는 방안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 많다”면서도 “대학 마다 세부적인 부분은 다르겠지만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김 부총장은 “좀 더 큰 틀에서 대학과 기업, 현장과의 합의가 만들어져 함께 갔을 때 더 효과가 크지 않겠느냐”며 “학생을 교육하는 입장에서도 검증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새로운 시도를 했을 때 그에 따른 위험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고민”이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도연 이사장은 “융합교육 역시 학생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면서 서울대의 사례를 들었다. 20년 전 융합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서울대는 융합기술대학원을 설립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이는 융합이 아닌 또 다른 칸막이를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융합교육은 학생들이 실제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학교가 마련해주면 쫓아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학생이 편한 교육을 강조한 것이다.

새로운 교육 도입에 따른 위험에 대해서는 “과감한 실험”을 주문했다. “교수들에게 아무리 위험한 시도를 권유해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게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대학에서도 허락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우종 청운대 총장은 지역대학으로서 처한 현실을 조목조목 짚었다. 대단한 인식의 전환이나 앞서 나열된 유수 대학의 사례는 지역대학에서 적용하기 힘든 상황이란 설명이다. 이 총장은 “청운대와 같은 지역대학이 살아가는 길은 지역사회와 연계해 살아가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서울대나 서울의 대형 사립대처럼 세계 대학과 경쟁하는 교육도 필요하겠지만 대부분의 지역대학은 그렇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 총장은 청운대의 ‘있슈(이슈) 칼리지’를 제안했다. 학교와 연계된 가족기업에 학생들이 일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이사장은 “지역과 협력하는 것도 하나의 패러다임 시프트”라며 “결국 과거와 다른 교육을 하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어떻게 모든 대학이 하버드와 같은 방향으로 가겠느냐”면서 “지금 청운대가 하는 방식도 좋은 방향의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이하운 동양대 총장은 “학생에게 많은 경험을 시키고 싶다. 경험을 하려면 어쨌든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지역의 소규모 대학에서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재정의 중요성을 거듭 상기시켰다.

김도연 이사장은 “재정 압박 상황에서 대학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면서 “사립대가 등록금에 거의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알면서도 정부가 등록금을 13년간 동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스스로 대학 내 문제를 찾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사립대에 재정적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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