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최근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나라 김광현 투수가 소속된 세인트루이스에서 새로운 감독으로 올리버 마몰을 선임한 것이다. 1986년생인 올리버 마몰은 35세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연소 감독이 됐다. 상당히 젊은 감독이어서도 흥미롭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에서만 경력을 쌓았고 세인트루이스 벤치 코치에서 곧바로 감독이 된 케이스다.

또 놀라운 소식은 우리나라 프로배구에서도 일어났다. 전통의 명문 구단 대한항공이 임명한 새로운 감독이 핀란드 출신의 토미 틸리카이넨이다. 1987년생으로 34세다. 토미 감독은 일찍이 선수로서 시작했지만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인해 23세에 지도자 생활로 접어들었다. 그렇다보니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 연일 연출되고 있다. 토미 감독은 선수가 서브를 넣는 구역까지 가서 응원하고 격려한다. 스파이크를 성공시킨 선수들의 볼기짝을 연신 때리기도 한다. 별다른 액션없이 의젓하게 서 있는 우리나라 감독들에 익숙해 있는 배구 팬들은 감독인지 선수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함께 뛰는 모습을 그동안 볼 수 없었기 때문에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사실 재계에서 젊은 리더십은 전문성을 갖추거나 재벌 집안에서 차지하던 관습이 있어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경험과 경력이 꼭 필요한 스포츠에서는 보기드문 일이다.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도 사실 지도자보다는 선수로서 생활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전 세계 스포츠계에서 중용되고 있는 30대 중반 지도자는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구촌은 코로나19의 늪에서 2년 넘게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소설가 헤밍웨이가 1926년 출간한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알려졌던 ‘로스트 제너레이션’(잃어버린 세대)이 100년만에 자주 언급되고 있다.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전쟁의 환멸과 허무감을 느낀 서구의 젊은 세대를 뜻하는 것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코로나 학번’, ‘코로나 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겨 났으니 또 언급될만도 하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지난 추석 미국 유엔에서 연설을 하면서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아닌 ‘웰컴 제너레이션’을 전 세계에 제안한 바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변화에 겁먹기보다는 ‘웰컴’이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 나가는 세대라는 의미다. 방탄소년단은 1992년생부터 1997년생까지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따지고 보면 가장 젊은 리더십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또 웰컴 제너레이션을 두고 “가능성과 희망을 믿고 있다면 예상 밖 상황에서도 길을 잃는 것이 아니라 더 새로운 길을 발견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의미있는 메시지도 남겼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요즘은 기술패권 시대로 불린다. 따라가려면 웬만한 적응력으로는 힘들어 보인다. 일례로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생기고 이제 그런 시대가 오나보다 했는데 페이스북은 사명을 아예 메타로 바꿨다. 페이스북을 이끌고 있는 CEO 마크 저커버그는 1984년생이다. 젊은 CEO 아래 소셜 플랫폼으로 시작한 것이어서 그렇지 전통적으로 오래된 기업이었다면 사명을 단번에 바꾸는 것이 가능했을까. 아마도 이사회를 수없이 거쳐야 하고 주주들의 비위도 맞춰야 하며 이용자들의 여론까지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37세의 저커버그는 “미래는 무조건 메타버스의 시대다”고 단언해 버렸다. 그런 결단력으로 사명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다. 그것도 아주 직관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그것만 쫓아가는 것이 능사는 아닐 수 있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늘 시간 원망을 하며 후회하는 것보다는 나아 보인다. 남들이 쏘는 우주선만 보던 시대에서 우리 기술로 인공위성을 쏘는 시대가 됐으니 말이다. 이제는 그 어떤 변화도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웰컴!”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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