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전문대 입학자원 ‘적신호’
전문대 2021학년도 신입생 100% 충원 전국 133개교 중 9개교에 불과
저출산 여파로 고3 학생들도 급감
국회입법조사처 2750년 되면 대한민국 인구 ‘0명’
‘풍전등화’ 속 전문대 나아갈 길 방향 제시하는 ‘이들’의 지표

고3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레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도 줄었다.(사진=한국대학신문DB)
고3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레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도 줄었다.(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매서운 칼바람이 전문대학을 집어삼켰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들이닥치면서 신입생 충원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전문대학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지난 1월 이희경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이 공개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전문대학 체제 혁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0학년도 신입생 미달사태를 겪은 전문대학은 전국 133개 대학 중 77개교로 절반을 훌쩍 뛰어넘었다.

2021학년도 결과는 더 참담하다. 본지가 대학알리미 자료를 분석한 결과 등록률 100%를 달성한 전문대학은 26개교에 그쳤다. 입학정원 1000명 미만인 소규모 모집대학을 제외하면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100% 충원율을 달성한 대학은 9개교가 전부다. 구체적으로 △동양미래대 △명지전문대 △인덕대 △한양여대 △인하공전 △대림대 △부천대 △서정대 △청강문화산업대 등 총 9개교로 이마저도 모두 수도권에 소재한 대학들이다. 

지난 5월 교육부가 공개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에 따르면 올해 전국 대학(전문대 포함) 기준으로 총 4만 586명의 신입생이 미달됐다. 이는 전년 미달 인원 1만 4158명의 약 3배에 이른다. 교육부는 2024년까지 대학 미충원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종철 교육부 차관은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 대학은 입학자원 감소라는 매우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올해 전국 대학 미충원 규모는 약 4만 명 수준으로 2024년까지는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미충원이 크게 발생하면서 지역 경제 위축, 일자리 감소 등 지역의 위기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대학은 2만 4190명, 일반대학 1만 6396명이 미달됐다.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 쓰나미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저출산’이라는 커다란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8월 공개한 ‘2020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4명’이다. 특히 지난해 출생아 수는 처음으로 20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총 출생아 수는 27만 2300명으로 전년대비 3만 300명이 감소했다. ‘데드크로스’(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초과)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인구절벽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저출산 현상이 계속될 경우 100년 후쯤에는 국내 인구가 1000만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대학의 신입생 미달사태는 이미 예견돼 있던 것이나 다름 없다. 실제 저출산 여파로 고3 수험생 자체가 급감했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고3은 △57만 1000명(2018년) △50만 2000명(2019년) △43만 8000명(2020년)으로 곤두박질쳤다. 

고3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레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 응시하는 수험생도 줄었다. 다만 2022학년도 수능 응시지원자 수는 회복세를 보였다. 졸업생이 늘어난 탓이다. 2021학년도 수능의 경우 대학입학 정원이 수험생보다 많았다. 지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21학년도 실제 수능 응시자는 42만 1034명으로 재학생은 28만 5116명, 졸업생 등(검정고시 포함)은 12만 5918명이었다. 직전 수능 응시자 48만 4737명 보다 6만 3703명이 증발한 수치다. 반면 올해 대학 입학 정원은 55만 5774명으로 수능 응시자보다 13만 4740명이나 많다. 

다만 2022학년도 수능 응시지원자 수는 늘었다. 전년(49만 3434명) 대비 1만 6387명(3.3%) 늘어난 50만 9821명이 지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9월 6일 공개한 ‘2022학년도 수능 응시원서 접수 결과’에 따르면 오는 18일 치르는 올해 수능에는 50만 9821명이 지원했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전년 수능 응시지원자 수가 49만 3434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를 기록한 데서 다시 반등한 것이다. 올해 지원자 수가 늘어난 것은 졸업생이 전년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졸업생은 전년 대비 1764명 증가했다. 

올해 수능 지원자 수가 50만 명으로 회복한 것은 대학에 좋은 신호로 읽힌다. 입학자원이 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산의 일각’일 확률이 높다. 지난해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고교생 학령인구는 2020년 137만 명에서 2030년 130만 명으로 줄고 2035년 95만 명, 2040년 89만 명으로 향후 20년간 48만 명에 달하는 고교생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대학진학대상이 되는 18세 인구는 ‘급전직하’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0년 51만 명에서 10년 후 46만 명으로 줄어들고 2040년이 되면 28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통계청은 예측했다. 

전문대학에 지원하는 특성화고, 만학도, 외국인 유학생 비율이 모두 늘었다.(사진=한국대학신문DB)
전문대학에 지원하는 특성화고, 만학도, 외국인 유학생 비율이 모두 늘었다.(사진=한국대학신문DB)

■전문대 찾는 ‘이들’에서 전문대학 방향성 모색해야 = 단기적으로 학령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향후 몇 년 동안 전문대학의 입학정원 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근 전문대학에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긴 지표들이 발표되면서 향후 전문대학이 생존하기 위한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먼저 특성화고 학생들이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연구소가 지난달 8일 공개한 ‘2021년 상반기 대학정보공시 전문대학 지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문대학에 진학한 학생 중 특성화고 학생 비율이 늘었다. 반면 일반고 학생 비율은 줄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문대학 진학 학생 중 일반고 출신은 8만 6176명(59.7%), 특성화고 출신은 3만 2669명(22.6%)이었다. 다음으로 △자율고 6654명(4.6%) △특수목적고 2196명(1.5%) △기타 1만 6595명(11.5%) 순이었다.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일반고 출신 비율은 전년 10만 4496명(62.9%)에서 8만 6176명(59.7%)으로 1만 8320명이 줄었다. 일반고 현황을 구체적으로 보면 2016년 67%에서 △2017년(66%)△2018년(66%) △2019년(66%) △2020년(62.9%) △2021년(59.7%)였다. 특히 60% 중반을 유지하고 있던 수치는 최근 2년간 급격하게 하락했다. 특성화고 현황으로는 △2016년(19.6%) △2017년(19%) △2018년(20%) △2019년(21%) △2020년(21.6%) △2021년(22.6%)으로 지속적인 상승곡선을 그렸다. 전문대교협에 따르면 “고등학생 중 일반고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중의 감소와 더불어 기회균형선발 등에 따른 특성화고 출신의 증가 그리고 기타 입학자 수의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사실 특성화고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는 ‘취업 빙하기’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성화고의 목적은 대학 진학에 있는 것이 아닌 취업에 있다. 특성화고는 특정 분야의 인재와 전문직업인 양성을 위해 특성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등학교를 지칭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경제 불황으로 채용 시장에 빙하기가 찾아오면서 취업 장려라는 제구실을 못하게 되자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대학 진학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0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 통계’에 따르면 특성화고 461개교, 마이스터고 45개교, 일반고 직업반 70개교 등 전국 직업계고 576개교의 2020년 1~2월 졸업생 취업자 비율은 27.7%에 불과했다. 사실상 특성화고를 나와도 취업이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 2017년 고려대학교 한국사회연구소가 발행한 ‘왜 특성화고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가: 특성화고 학생의 진로 수정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특성화고 졸업생의 3분의 1 이상이 대학에 진학했다. 보고서는 “직업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특성화고 졸업생의 3분의 1 이상은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그동안 정부가 특성화고의 직업교육과 취업 장려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지만 특성화고 졸업생의 대학 진학은 높은 수준으로 오랜 기간 지속돼 왔다”고 시사했다.

보고서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를 ‘지위경쟁이론’에 주목했다. 지위경쟁이론은 현대 산업사회의 학력 팽창 현상을 지위 집단 간의 경쟁과 갈등으로 설명하는 이론이다. 보고서는 “지위경쟁이론은 학력이 사회적 지위획득의 수단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높은 학력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교육이 팽창하는 것을 말한다”며 “이는 한국 사회에서 학력 획득을 계급이동 또는 재생산의 주요기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6년 김홍기 인하대학교 교육학석사학위청구논문인 ‘특성화고 졸업생의 임금 및 직장 만족에 영향을 주는 요인 분석’에 따르면 특성화고 학생들은 고졸 취업보다 더 좋은 근무환경을 희망해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논문은 “가정형편을 고려해 취업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특성화고에 진학했지만 고졸 취업자는 대졸자에 비해 열악한 처우를 받는다는 것을 알고 더 좋은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기를 결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만학도를 보자. 만학도도 매년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전문대교협이 공개한 ‘전문대학 최근 5년 성인만학도 현황’에 따르면 △2017년 5997명 △2018년 6935명 △2019년 7265명 △2020년 7760명 △2021년 8150명으로 2017년 대비 2153명이나 폭증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와 평균수명의 증가로 평생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남성희 전문대교협 회장은 “평생교육차원에서 새로운 제2의 인생을 도전하는 만학도의 입학 사례가 늘고 있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취업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많은 만학도들이 전문대학을 선택하고 있다”며 “전문대학은 평생직업교육과 산업체 맞춤형 실무교육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올해 인천재능대 사회복지과 신입생으로 입학한 장선숙 씨(63·여)는 육아로 학업을 이어오지 못하다 남편의 권유로 용기를 내 제2의 인생을 찾기로 결심했다. 사회복지사의 꿈이 생긴 장 씨는 “사회복지사는 미래에 필요한 사람이다. 특히 사회복지 분야 중 노인복지로 가고 싶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컨설팅도 해보고 싶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 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도 늘었다. 전문대교협에 따르면 전문대학에 지원한 외국인 유학생은 2017년 658명에서 2021년 2343명으로 1685명이나 급증했다. 구체적으로는 △658명(2017년) △1656명(2018년) △1588명(2019년) △1897명(2020년) △2343명(2021년)이다. 이에 따라 전문대학 외국인 유학생 수도 매년 늘었다.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전문대학 외국인 유학생 수는 △6163명(2017년) △9626명(2018년) △1만 1484명(2019년) △1만 2070명(2020년) △1만 2479명(2021년)이었다. 

특성화고·만학도·외국인 유학생들이 전문대학을 선택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자원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세 집단의 증가를 전문대교협에서 눈여겨 보고 있다. 박승영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은 “저출산 시대에 학령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전문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는 성인 만학도와 외국인 유학생 유치라고 생각한다. 이에 현재 협의회에서는 해당 내용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 집단의 증가는 전문대학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시사하는 지표로도 쓰일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전문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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