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일론 머스크 인정받은 K-에듀테크 기업들
전문가 "높은 교육열 바탕으로 다양한 수요 만족하는 빠른 기술력이 강점"
공교육 장벽 뚫고 장기적인 교수전략 수립은 숙제로

세계 에듀테크 업계가 까다로운 소비자 욕구를 반영한 빠른 기술력을 선보이는 한국 에듀테크 업계를 주목하고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세계 에듀테크 업계가 까다로운 소비자 욕구를 반영한 빠른 기술력을 선보이는 한국 에듀테크 업계를 주목하고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한 까다로운 소비자와 기술 응용 영역에서의 발빠른 대응의 합작품.”(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

“공교육 시장의 장벽과 민간 시장의 다양한 수요가 더욱 속도감 있는 K-에듀테크를 탄생시킨 역설.”(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회장)

한국 에듀테크 기업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2에서 약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가 하면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머스크로부터 “훌륭한 기업”이라는 극찬도 듣는다. 전자는 AI를 활용한 맞춤형 토익 콘텐츠 ‘산타토익(현 뤼이드 튜터)’을 개발한 뤼이드, 후자는 개발도상국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에누마의 사례다. 전문가들은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한 까다로운 소비자와 다양한 민간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한 빠른 기술 응용력을 K-에듀테크의 강점으로 꼽았다.

■세계 주목받는 한국 에듀테크…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글로벌 공략 나서 = 세계 에듀테크 업계의 눈길이 한국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와 글로벌 실리콘밸리(GSV)가 주관한 세계 최대 규모의 에듀테크 컨퍼런스 ‘ASU+GSV 서밋’ 무대에 한국 에듀테크 기업들이 올랐다. 매년 개최되는 ASU+GSV 서밋은 교육기업, 정부, 투자자 등이 한자리에 모여 교육현장의 기술 혁신을 논의하는 자리다. 

한국의 뤼이드가 기획한 세션에 아동용 모바일 교육 앱 서비스 기업 에누마, 포브스아시아의 100대 유망기업에 선정된 교육 소통 플랫폼 클라썸, 일대일 화상영어 제공 기업 링글이 참석했다. 모두 한국 에듀테크 기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또 있다.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 경쟁력으로 글로벌 기업과 손잡은 뤼이드가 눈에 띈다. 뤼이드는 AI를 활용한 맞춤형 토익 콘텐츠 ‘산타토익(현 뤼이드 튜터)’을 개발해 새로운 학습 패러다임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뤼이드는 지난달 남아메리카 지역 최대 교육 기업인 이니시에 그룹, 카사그란데 인터랙티브와 각각 AI기술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이니시에 그룹과 카사그란데 인터랙티브 각 사로부터 강의 콘텐츠와 데이터 등을 제공받아 대입용 AI 학습 서비스를 개발한다. 올해 누적 투자액 2800억 원을 넘어서 유니콘 기업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교육의 본질에 집중한 기업도 있다. 수업(CLASS)과 토론(FORUM)을 합성해 회사 이름을 정한 클라썸은 학습자가 서로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누구나 익명으로 질문·토론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영상강의, 공지, 설문, 일대일 피드백, 출석체크, 강의기록 등 교육 운영부터 소통의 전 과정을 지원한다. 전 세계 25개국 4000개 이상의 학교, 기업 기관에서 클라썸의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이채린 대표는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30세 이하 글로벌 리더’에 선정됐고 클라썸은 포브스 아시아의 ‘100대 유망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높은 교육열’과 ‘빠른 기술응용력’ 발판으로 세계 에듀테크 시장 선도 = 전문가들은 한국 에듀테크 기업들의 경쟁력을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빠른 기술응용력에서 찾는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은 지난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 에듀테크 기업들은 콘텐츠와 디바이스, 네트워크 부분에서 특히 강점을 보인다”며 “경쟁이 심한 사교육 시장에서 높은 교육열을 보이는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수요를 맞추려다 보니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분석했다.

AI 전문가인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정 교수는 “한국 학습자들은 외국에 비해 동기가 강하다”며 “그러다 보니 사용자가 많고 사용자의 데이터를 확보해 성능을 개선하는 개발 역량이 높다”고 평가했다. 교육열이 높지 않으면 학습자가 에듀테크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데 한국 소비자들은 활발하게 사용하는 만큼 데이터 확보가 용이하다는 뜻이다. 이어 “에듀테크 영역 중 AI와 데이터 활용 기술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데 학습자의 동기화된 데이터가 많다는 점이 최고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회장도 “한국은 고객의 수요가 매우 세분화돼 있다”며 “경쟁이 심한 민간 교육시장에서 생존하고 성공하기 위해서 수많은 에듀테크 기업들이 다양한 학습자 수요를 만족하는 창의적 서비스들을 속도감 있게 제공하기 위한 도전이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교육 분야 진출 제한된 점은 숙제로… “학습자 동기 자극할 교수전략 필요” = 수요가 세분화된 민간 에듀테크 시장과 달리 사실상 진출이 막혀 있는 공교육 시장 활로 개척은 숙제로 남아 있다.

이주호 이사장은 교육부가 에듀테크 생태계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이사장은 “교육부가 나서서 민간 에듀테크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며 “지금 교육부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가 개발한 에듀테크 제품만 학교에서 쓰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에듀테크 기업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민간 에듀테크 기업들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생태계 조성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습자의 동기를 만족시킬 장기적인 교수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길호 회장은 “한국의 에듀테크는 지금까지 기술적 측면에서 괄목한 만한 발전이 있었다”면서도 “교수전략적 역할이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개인화와 맞춤화의 편의성과 함께 자기주도적인 학습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교수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제영 교수도 지속적으로 학습자의 동기를 자극할 강화 요인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에듀테크가 발전해도 중요한 건 학습자가 지속적으로 학습에 참여할 수 있는 동기”라며 “유튜브와 같은 SNS가 즐거움이라는 요인으로 인기를 유지하듯 에듀테크도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학습자의 흥미와 동기를 자극할 강화 요인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준 뤼이드 대표는 나라별 특성을 고려한 이해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장 대표는 “교육만큼 국가별 혹은 문화적 특수성이 짙은 산업도 없을 것”이라며 “각 시장의 교육 산업, 정책 방향, 문화적 맥락, 철학 등에 대한 학습과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클라썸 이채린 대표 “학습자가 서로 도우며 성장하는 교육 환경 만들 것”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30세 이하 글로벌 리더’에 선정된 이채린 클라썸 대표. (사진=본인 제공)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30세 이하 글로벌 리더’에 선정된 이채린 클라썸 대표. (사진=본인 제공)

- 클라썸은 어떤 에듀테크 기업인지 직접 소개한다면.

“클라썸은 ‘CLASS’와 ‘FORUM’ 의 합성어다. 그동안 수많은 수업이 일방적인 지식 전달의 공간이었다면 학습자가 서로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하고 소통하는 포럼으로 만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 교육자가 아무리 질문하고 참여하라고 학습자에게 강조해도 잘 참여하지 않았다. 질문을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보 같은 질문일까봐’, ‘나댄다는 시선이 두려워서’ 등 다양한 물리적, 심리적 장벽이 질문을 가로막는다. 클라썸은 이런 장벽을 무너뜨린다. 익명으로 질의응답할 수 있게 하고 SNS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소통의 부담을 덜어준다.

소통 증진에서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분석해주고 AI를 접목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의 유일한 한국 교육 분야 공식 파트너로서 플랫폼 간 연동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소통도 지원하고 있다. 클라썸의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전 세계 25개국 4000개 이상의 학교와 기업, 기관 등에서 클라썸을 사용하고 있다. 강의 형식의 수업, 멘토링, 팀별 프로젝트, 학회 등 형태도 다양하다. 학습자의 활발한 ‘참여’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 클라썸이 카이스트와 경희대, 이화여대 등 대학교는 물론이고 삼성전자, 월드비전 등 각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핵심은 ‘질문’, ‘데이터’, ‘AI’다. 그동안 대학교육, 기업교육, 취창업교육 등 대부분의 교육 현장에서 학습자는 지식을 주입받는 수동적인 존재였다면 클라썸은 이 상황을 반전시킨다. 질문이 수십배 증가하고 학습자가 서로 답변하며 함께 성장한다. 영상 강의를 하고 실시간 화상 강의를 하거나 오프라인 강의를 할 때에 학습자가 참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학습자가 참여하며 발생한 언어와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육 현황과 학습자를 분석해 시사점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AI조교 ‘Dot’을 출시해 중복되는 질문에 AI가 자동으로 답변하며 효율화에 성공했다. 실제 고객들의 후기를 보면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게 하려고 10년 동안 별 노력을 다해봤는데 바뀌지 않더니 클라썸 하나 도입하는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학생들이 바뀌는게 너무 신기하다’고 말한다.

또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방식에서도 고객들의 호응이 높다. 그동안 대부분의 교육 시스템은 수동으로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구식이 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교육시스템 담당자는 교육 효과에 대한 고민보다 사소한 버그 대응에 시간을 쓸 수밖에 없었고 재정적 부담도 컸다. 클라썸은 구독 방식으로 사용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다.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으면 클라썸팀에서 사용자들의 불편한 점을 조사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AI, 메타버스와 같은 신기능도 계속 추가한다. 높은 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도입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

- 마지막으로 클라썸의 향후 목표는.
“클라썸이 해결하고 싶은 학습자의 ‘참여’ 문제는 전 세계의 공통된 문제다. ‘함께 성장하는 환경’도 어디에서든 중요하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클라썸을 통해 ‘학습자가 서로 도우며 성장하는 학습 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

전 세계의 학습자들이 학습하다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 혼자 검색해보거나 지인에게 메시지 하는게 아니라 모두에게 질문하고 서로 답변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가 되면 그때 정말 클라썸이 성공했다고 느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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