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일반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4회 콘퍼런스
총장들, "심폐소생술 필요한 재난 상황, 정부와 국회는 실천이 없어"
수도권 대학과 지역 대학 모두 정원 감축해 고통 분담해야
지역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절실

‘2021 일반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4회 콘퍼런스 참석자들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2021 일반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4회 콘퍼런스 참석자들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대학은 지금 심폐소생술이 필요할 정도의 재난 상황인데 정부와 국회에서 말만 난무하고 실현이 안되고 있다.”

그야말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재난 상황에서 대학에 필요한 심폐소생술은 무엇일까. 11일 본지가 주최한 ‘2021 일반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4차 콘퍼런스에서 대학 총장들은 정부와 국회에 당장의 실천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교육대전환위원회 위원장의 ‘차기 대선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고등교육 정책’ 발표 후 진행된 자유토론에서 총장들은 말만 있고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현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기홍 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이 제안해왔던 고등교육 정책인 지방대살리기 2법과 대학위기지원 4법, 대학균형발전 3법과 차기 대선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고등교육 공약을 소개했다.

‘2021 일반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4회 콘퍼런스에서 토론하고 있는 장제국 사총협 회장. (사진=한명섭 기자)
‘2021 일반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4회 콘퍼런스에서 토론하고 있는 장제국 사총협 회장. (사진=한명섭 기자)

■사립대 불신과 규제로 숨쉴 수 없는 상황인데 실질적 변화는 ‘無’ = 사립대를 불신하는 사회적 풍토와 규제일변도 정책에 대한 성토와 달라진 게 없는 현실에 대한 일갈이 먼저 나왔다. 장제국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동서대 총장)은 사립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해소해줄 것을 주문했다. 사립대 불신 해소가 전제돼야 국민들이 고등교육 정책에 긍정적 시각을 가질 거란 뜻이다. 장제국 회장은 “과거와 현재의 사립대가 굉장히 차이가 나는데 과거에만 너무 함몰돼서 국민들이 사립대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립대의 기를 살리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규제일변도 정책이 전혀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장 회장은 “대학을 통제 대상으로 삼으니 숨쉴 공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미네르바 대학과 애리조나주립대를 대학들이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니다”며 “대학들이 스스로 자구책을 찾을 수 있게 규제가 과감하게 완화돼야 하는데 어떤 변화도 없는 상황에서 교육혁신은 그림의 떡과 같다”고 꼬집었다. 교육부에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약속 후 실질적인 변화는 전무한 현실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학생이 없는 상황에서 규제가 완화돼봐야 의미가 없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우종 대교협 이사(대전충청세종지역총장협의회 회장‧청운대 총장)도 고등교육정책에 획기적 변화가 없다는 데 동의했다. 이 회장은 “유기홍 의원이 국회 교육위원장을 맡으면서 고등교육정책의 변화를 원했는데 결과적으로 대학가에서는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대학 기본역량진단평가를 예시로 들었다. 이 회장은 “교육부에 역량진단평가 진행 시 대학을 줄세우기하지 말고 가능한 많은 대학이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2021 일반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4회 콘퍼런스에서 토론하고 있는 이우종 대교협 이사. (사진=한명섭 기자)
‘2021 일반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4회 콘퍼런스에서 토론하고 있는 이우종 대교협 이사. (사진=한명섭 기자)

이익현 목원대 특임부총장도 실천이 되지 않는 문제에 대한 비판의식을 공유했다. 이익현 부총장은 “교육 문제에 대한 진단이 대동소이하다”며 “대학 자체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점과 교육부의 규제가 심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계 안팎으로 동일한 내용의 진단이 반복된다는 것은 지금 실천해야 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사안의 시급성도 지적했다. 그는 “교육 문제는 심폐소생술해야 할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행동에 옮겨야 할 때고 계속 실천을 못한다면 최악의 상태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 실천하는 방안을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지역 대학은 지금 ‘재난’ 상황… 재정지원 절실 = 이날 참석한 총장들은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 대학들에 대한 재정지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뤘다.

이우종 이사는 비수도권 대학의 특수상황을 고려한 재정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신입생 충원을 하지 못한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이 심하다”며 “일차적으로는 대학의 책임이지만 그 책임이 아닌 부분, 대학들은 재난이라고 본다”고 호소했다. 신입생 충원을 하지 못한 것이 지역 대학만의 책임이 아니라 지방소멸이라는 외부적 요인에서 기인했다는 뜻이다. 이어 “유기홍 의원이 심폐소생술이라는 극단적 용어를 썼는데 동의한다”며 “심폐소생술을 하려면 이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법안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이우종 이사는 유기홍 위원장이 제안한 지방대육성법과 혁신도시법의 확실한 통과를 요구했다. 유 위원장이 일명 ‘지방대살리기 2법’으로 규정한 해당 법안들은 공공기관의 지역인재의무채용 비율을 현행 30%에서 50%로 상향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어 지역 대학에 대한 폭넓은 재정지원도 호소했다. 그는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역 대학을 지원하는 것도 꼭 실현시켜주면 좋겠다”며 “지역이 어려울수록 더 상대적으로 많이 지원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호환 동명대 총장도 지역 대학을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는 데 궤를 같이 했다. 전호환 총장은 “작년 출생아 수가 27만 명인데 대학 정원은 55만 명이다”며 “대학 2개 중 1개는 없어져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포항공대처럼 좋은 대학 하나가 지역을 살릴 수 있다며 지역 대학 지원이 지역을 살리는 길이라고 피력했다.

■지역 대학 혁신 사례도 ‘주목’… 사립대 퇴로 마련도 필요 = 지역 대학이 혁신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우종 이사는 수도권 명문대학이 유리한 기존 대학평가가 서열화를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역 대학들이 지역 사회와 얼마나 협력했는지를 평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자대학동맹의 WURI 랭킹을 사례로 들었다.

‘WURI 랭킹’은 한국 국제경쟁력연구원이 주관하고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한자대학동맹(Hanseatic League of University), 한국 산업정책연구원, 스위스 제네바 소재 유엔 산하의 유엔훈련조사연구소, 스위스 루가노 소재 프랭클린 대학 테일러 연구소 등 4개 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주목할 점은 세계 주요 대학의 혁신프로그램을 사례별로 정성평가하고 종합 랭킹과 부문별 핵심지표 랭킹을 발표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 교육이 실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학문적 연구 위주의 일률적인 대학평가와 차별점을 보인다. 이 이사는 “청운대가 WURI 랭킹에서 ‘글로벌 100대 혁신대학’으로 선정됐다”며 “아직은 WURI랭킹이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시스템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수 있지만 취지 자체가 좋고 지역대학이 갈 수 있는 방향을 잘 제시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하운 동양대 총장도 힘을 보탰다. 이하운 총장은 동양대 창업보육센터의 우수 성과를 공유하며 지역 대학과 기업의 시너지 효과를 설명했다. 이 총장에 따르면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는 울타리USA 한국지사가 미국 울타리USA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국에 수출할 물품을 선적했다. 이 총장은 “우리 대학은 지역 업체 그리고 지자체와 유기적으로 활동해서 미국에 수출하고 기업을 살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며 “지역에서 대학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재정지원을 해줄 수 없다면 대학이 스스로 퇴로를 마련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호환 총장은 “한계대학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며 “한계대학은 학생뿐만 아니라 고용된 직원들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계대학 자산을 팔아서 설립자의 퇴로를 마련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유기홍 “정권 재창출시 집권 초기에 추진력 있게 고등교육공약 실현할 것” = 유기홍 위원장은 총장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차기 정부에서 추진력 있게 실현해나갈 것을 강조했다.

유 위원장은 그동안 고등교육 정책들이 실현되지 못한 원인으로 기재부의 벽에 부딪혔던 현실적 한계와 야당의 비협조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사례로 들며 재집권시 정권 초기에 추진력 있게 고등교육 공약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유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때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소모적인 투쟁을 많이 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고 행정명령 하나로 국정교과서 문제가 해결됐다”며 “국회에서 법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대통령이 정권 초기에 행정명령으로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차기 대선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고등교육 공약을 추진력 있게 진행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구조개혁에 대한 의지도 보였다. 유 위원장은 “대학설립준칙주의로 강도높은 구조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대학지원에 대한 당위성을 국민에게 설득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리한계대학을 기재부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 핑계로 댄다며 한계대학의 출구전략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무조건 대학을 줄여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반박했다. 유 위원장은 “지금은 성인학습자들이 대학 졸업장 하나로 20대에 대학 졸업 후 남은 70년을 사는 시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생애주기별 교육과 재직자교육 평생교육으로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고교학점제로 교사의 전문성이 필요해진 점을 사례로 들었다. 유 위원장은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1명의 교사가 여러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데 교사가 새로운 과목을 배우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할 수도 있고 학부 3학년이나 4학년으로 편입할 수도 있다”며 “대학 입장에서는 입학 자원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용섭 편집인은 이날 콘퍼런스를 마무리하며 “결국 중요한 건 진정성과 추진력”이라며 “차기정부에서 진성성과 현실성 있는 정책을 발굴해서 정권 초기에 이런 정책들이 추진될수 있도록 틀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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