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정치 시즌이다. 유력한 여야의 대통령 후보 맞대결이 확정됐다. 그런데 이상하기만 하다. 세상은 전에 없던 기술로 나날이 발전하는데 대통령 후보들의 호감도는 역행하고 있다. 실제로 여러 조사에서 대통령 후보들의 호감도는 비호감도보다 훨씬 낮았다. 양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확정되기 전 각당의 경선 후보들이 있었을 때도 결과는 비슷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유명한 조사 '호감도는 높고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과 능력은 뛰어나지만 호감도가 낮은 사람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에서 대부분 전자를 택한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그렇게만 본다면 대통령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전체적으로 이렇게 높았던 적이 있을까 싶다. 어느 한 쪽으로 결정하지 못한 중도층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제1 야당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비호감도만 얘기하면 국민들 속이 쓰리다. 예단할 일은 아니지만 양당 후보가 각각 대통령이 됐을 경우 서로 지적하는 의혹에 대해 해소하느라 소모적인 시간 낭비만 하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은 벌써부터 피로감이 몰려온다.

화제를 돌려보자. 대통령은 하늘이 점지한다는 말이 있다. 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도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하늘의 운이라는 것이다. 즉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 것이니 이를 한자로 ‘화천대유(火天大有)’라고 한다. 또 양당의 유력 후보는 각 선거 캠프가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모인 사람들이다. 정당 국회의원들은 물론이고 본격적인 선거 활동에 들어가면 자원봉사자부터 수많은 지지자들이 몰리게 된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함께하는 사람들, 이를 한자로 하면 ‘천화동인(天火同人)’이 된다.

공교롭게도 화천대유, 천화동인은 많은 언론이 나서 떠드는 통에 국민들이 모두 알게 됐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 컨소시엄으로 뛰어든 회사가 바로 화천대유자산관리다. 그리고 그의 자회사가 천화동인 1호~7호로 구성돼 있다. 어찌됐든 화천대유, 천화동인은 일반적인 한자성어가 아니라 주역에 나오는 것이어서 뜻을 풀이하기 나름이다. 인디언이 지냈다는 기우제를 보자. 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인디언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그 주변을 돌며 의식을 치룬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의식을 행하고 있으니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들은 그야말로 천화동인이다. 그리고 인디언들의 열망이 하늘에 닿아 혹시라도 비가 내린다면 이들은 하늘의 뜻을 얻었다고 생각할테니 이 또한 화천대유가 아닌가. 그렇다. 모든 세상의 이치는 이현령비현령이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민주당과 공화당은 늘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는 미국의 한 정치평론가의 얘기가 더 와닿는다.

요즘 대학가는 고민이 많다. 당장 눈앞에 신입생 충원이 걱정이고 기술 패권 시대에 메타버스도 따라가야 하고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ESG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 대학가는 더욱 시름이 깊다. 지역 대학의 걱정은 지역 경제에 직결되기 때문에 모두가 나서야 하지만 들려오는 좋은 소식은 없어 보인다. 현재 국회에서는 교육부 예산 심의 과정이 진행중이지만 고등교육 예산은 늘 뒷전이다. 아동 인구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2022년도 교육부 예산에서 유초중등 예산은 11조 원이나 더 늘려잡았지만 고등교육은 고작 6000억 원 늘리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학가가 고등교육, 고등직업교육, 평생교육 등 제 아무리 같은 목표를 가지고 천화동인으로 똘똘 뭉쳐도 제 역할을 해내지도 못하는 교육부를 보면 기우제를 지내도 소용이 없을 듯 싶다. 양당의 유력 후보들이 모두 정부조직 개편을 공언하고 있고 내년에 설치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공청회를 시작했으니 곧바로 자리를 잡는다고 보면 고등교육을 위한 교육부의 역할은 사실상 올해까지다.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대학 관계자들을 상대로 교육부에 대한 호감도 조사를 하면 과연 어떨지 자못 궁금해 진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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