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원 숭실대 기획조정실 팀장

오세원 숭실대 기획조정실 팀장
오세원 숭실대 기획조정실 팀장

그리디 알고리즘(욕심쟁이 알고리즘, Greedy Algorithm)이란 “매 선택에서 지금, 이 순간 당장 최적인 답을 선택해 적합한 결과를 도출하자”는 모토를 가지는 알고리즘 설계 기법이다. 다만 그리디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매 선택이 그 순간에 대해서는 최적이지만 그걸 종합적으로 봤을 땐 최적이라는 보장은 절대 없다. 그래서 매 단계 차선을 선택하거나 실패한다고 해서 그것이 최종적으로 비효율적이거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 ‘다음 성공을 위한 디딤돌’로 빗대어 실패연구소를 설치한다는 카이스트 총장의 인터뷰는 신선하기만 하다. 누군가의 실패를 시간이나 예산, 인생을 낭비한 것으로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 사례를 모으고 분석해 성공으로 재해석한 뒤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시도는 비단 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대학 내의 각 영역 즉 교육과정, 교육방법, 창업지원 분야에도 족히 적용해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코로나19는 미네르바스쿨을 벤치마킹하며 미래 교육의 모범이라고 했던 방식으로 대학 전반을 강제로 급격하게 변화시켜 놨다. 교육방법이 그랬고 학생활동이 그랬고 학생지원체계도 그랬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몰아닥친 파도로 대학사회는 격랑에 쓸려 넘어질 뻔하기도 하고 뉴노멀에 적응하지 못해 갈피를 잡지 못하기도 했으며 이러한 모습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고전문학을 가르쳐 온 노교수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어쩔 수 없이 교수법을 바꿔봤는데 2년이 지난 이제는 오히려 편안하다. 그렇지만 학생들과 부대끼며 강의하고 토론하던 시절은 여전히 그립다”고 한다.

얼마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에 등장한 징검다리 게임은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속칭 “깐부”라 칭하는 동료도 징점다리 게임에서는 보호해 줄 방법이 없다. 50%의 확률을 가진 게임에서 실패를 지켜본 게임참가자들은 ‘깐부’들의 희생으로 최종 성공에 이르게 된다. 실패 없이는 성공에 이를 확률은 극히 낮은 것이 이 게임의 특징이다. 실패와 시행착오를 그 현상으로만 받아들인다면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패를 딛고 일어났을 때 더욱 큰 성공에 이를 수 있다.

‘환류’라는 단어가 대학 사회에서는 널리 쓰이고 있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점검하고 새롭게 계획을 수립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는 실패를 또는 착오를 점검하고 환류할 것들이 산적해 있다. 교육방법은 반강제적으로 혁신했다고 하자. 교육과정은 어떻게 환류할 것이며 학생지원시스템은 어떻게 환류할 것인지를 차근히 살펴볼 때이다. 

“그동안 학생들이 이렇게 소중한지 몰랐다”는 어느 교직원의 소회가 생각난다. 이제 우리가 소중함을 잠시 잊었던 학생들이 돌아올 시간이 본격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이 바로 그때를 위해 우리가 그동안의 성공과 실패, 성과와 실책을 반면교사 삼아 완벽하게 준비해 놔야 할 때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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