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 가능한 R&D에 대한 중요성 강조
R&D 후 특허 출원 중요도 올라가

이종석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정책과장 (사진= 허정윤 기자)
이종석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정책과장 (사진= 허정윤 기자)

[제주=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획기적이라 할지라도 종이에서 끝나버린 연구는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수익 없는 연구개발(R&D)은 대학의 발전과 개발력을 도모할 수 있을까.

24일 열린 전국대학교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 협의회 제50회 추계세미나에서는 대학 연구의 산업화와 수익화를 주제로 현주소를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더욱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다. 

■산업 R&D는 상용화 가능 중심으로 추진해야 = 이종석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정책과장은 ‘시장중심의 자율적·개방적 R&D를 위한 산업 R&D 혁신방안’에 대해서 발표하며 산업기술 R&D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2021년 기준 산업부의 R&D 예산은 4조 9500억 원으로 정부 R&D 전체 예산인 27조 4000억 원의 18.1%를 차지하고 있어 그 비중이 적지 않다. 내년에는 5조 5000억 원으로 그 액수도 증가한다. 하지만 대학은 산업부에서 R&D 예산을 그리 많이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2019년 기준으로 대학이 수행 주체로 산업부 R&D에 참여한 비중은 8.6%밖에 되지 않는다. 이종석 과장은 대학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R&D 과제를 많이 달라고 하지만 대학이 과제를 제출할 경우 산업부와는 결이 맞지 않아 많이 선정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60% 가까이 중견·중소기업으로 R&D 예산이 가고 있어 대기업 중심으로 R&D 과제를 선정하는 것은 오해”라며 “연구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한 중견·중소기업과 함께 힘을 합쳐 과제를 지원해 준다면 선정에 용이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산업부 R&D는 정부 R&D와 다르게 기초 연구 단계보다 응용과 개발 단계에서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있었다. 2019년 기준으로 정부 R&D가 기초 연구 단계에 32.7%의 R&D 예산을 배정하고 있을 때 산업부는 12.3% 수준이었다. 이 과장은 “산업부 R&D는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며 “개별 기업이나 대학의 기술혁신보다는 산업 생태계 전반에 기술 혁신을 미치고 상용화·제품화가 가능한 R&D에 지원하는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종석 과장은 산업부 R&D 선정은 ‘사업화 중심’이 핵심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공공연구기관과 대학은 사업화와 시장수요를 고려해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과제를 제출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태만 한국특허전략개발원장 (사진 = 허정윤 기자)
김태만 한국특허전략개발원장 (사진 = 허정윤 기자)

■R&D의 대학 수익화는 지식재산 경영으로 이뤄야 = 한국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재정 위기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김태만 한국특허전략개발원장은 대학이 지식재산경영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보는 ‘특허 전문가’다. 

김태만 원장은 “대학이 전체 연구비 중에서 실제 사용하는 사업비는 평균 16.1%인데 그 간접비 중에서 특허비용은 10.7%”라고 자료를 제시했다. 이어 “이 10.7% 중에서 80%는 특허 출원과 등록에 쓰이는 비용이기 때문에 결국 특허 이전 등으로 분류되는 성과 활용 비용은 20%뿐”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산업계로 이전할 재정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김 원장은 한국 대학과 공공연의 R&D 특허성과가 기술이전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부분을 지적했다. 실례로 미국과 비교했을 때 미국이 90조 원을 연구비로 투자할 때 한국은 13조 원의 투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구비 10억 원당 출원 건수는 한국이 1.51건, 미국이 0.18건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전성과에서는 정반대의 통계가 나온다. 한국의 기술이전 수익이 2273억 원을 기록할 때 미국은 2조 9616억 원을 기술이전 이익으로 거뒀다.

김 원장은 R&D를 통해 획득한 기술에 대한 특허 등록을 면밀히 검토해 수익성이 있다면 국내 특허뿐만 아니라 해외 특허도 진행할 것을 권했다. 그는 반도체 핀펫(FinFET)과 관련한  특허침해 사건을 통해 특허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핀펫은 반도체를 3차원 형태로 쌓는 기술로 전력 사용을 줄이고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초미세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조다. 반도체 제작 핵심 기술로 알려져 있다. KAIST는 이종호 서울대 교수와 이 기술을 공동 개발한 바 있고 이 교수는 2003년 개인 명의로 미국에 특허등록을 한 뒤 이를 카이스트 자회사인 KIP에 양도했다. 미국 인텔과 애플은 기술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제공하고 있다. 특허를 등록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결과였다. 

김 원장은 “한국에만 특허 출원을 했다면 이러한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정말 좋은 기술이라고 판단된다면 국내 출원 외에도 최소한 미국처럼 큰 시장이 있는 곳의 특허는 반드시 받아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해외출원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관련 제도를 만들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원장은 “지식재산 창출과 활용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식재산 창출과 활용을 지원하는 △MVP사업 △지식재산 수익 재투자 지원 사업 △IP-PLUG 등의 사업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김태만 원장은 끝으로 실제 재투자 사업 지원 후 기술이전 수익이 증가한 대학들의 사례를 통계로 보여줬다. 2020년 전국 대학 평균 기술이전 수익이 7억 1000만 원 규모였을 때 재투자 사업에 참여한 대학은 평균 기술이전 수익으로 40억 7000만 원 규모를 거뒀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 5.73배 높은 수준이다.

한국과 미국의 특허 성과를 비교한 인포그래픽 (사진 = 산단장협의회 추계세미나 자료집)
한국과 미국의 특허 성과를 비교한 인포그래픽 (사진 = 산단장협의회 추계세미나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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