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연근 전문대교협 진로진학지원센터장

30여년간 고등학교 진로진학 전문 교사로 활동하다 지난 2018년 3월 전문대교협 진로진학지원센터장으로 부임한 안연근 센터장. (사진=한국대학신문 DB)
30여년간 고등학교 진로진학 전문 교사로 활동하다 지난 2018년 3월 전문대교협 진로진학지원센터장으로 부임한 안연근 센터장.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10년. 일반대학의 입학정보를 제공하는 대교협 상담센터와 전문대 입학정보를 제공하는 전문대교협 진로진학지원센터 개소 시점의 세월 차이다. 대교협 상담센터는 2008년 개소했고 전문대교협 진로진학지원센터는 2018년 3월 개소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주는 아득함만큼이나 전문대와 일반대 간 차별의 간극은 더욱 크고 넓다. 정부든 사회든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너무나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입시에서부터 차별이 시작된다. 대입 설명회가 일반대학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시·도교육청뿐만 아니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교육방송(EBS), 지방자치단체 심지어 사설 입시기관도 온통 일반대학 중심의 대입 설명회를 하고 있다.

고등학교 현장에서도 차별은 이어진다. 전문대학을 지원하는 학생들을 위한 입시 정보는 불모지나 마찬가지다. 30여년간 고등학교 진로진학 전문 교사로 활동하다 2018년 3월 개소한 전문대교협 진로진학지원센터로 자리를 옮긴 안연근 센터장의 소회 첫 마디도 ‘차별’이었다.

소외된 ‘중하위권’ 학생들 진로진학 지도에 힘쓰겠다고 부임 첫해 포부를 밝혔던 안 센터장의 시선은 이제 교사와 학생을 지나 학부모를 향한다. 안 센터장의 지난 3년간의 분투를 지난 24일 서면으로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 고교 현장에서 다년간 진로진학 전문 교사로 활동하다 2018년 3월 전문대교협 진학지원센터장으로 부임했다. 이제 3년이 넘었는데 그간의 소회는.
“전문대학 중심의 입학정보 제공과 보급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친 것은 2018년 3월 ‘진학지원센터’ 개소 이후부터다. 일반대학의 입학정보를 제공하는 ‘대교협 상담센터’는 2008년에 개소했으니 10년 늦게 출발한 셈이다. 진학지원센터 초대 센터장으로서 전문대학만의 각종 입학정보 제작과 보급 등 활발한 활동을 하다 보니 어느새 4년이 다 돼간다. 고교에서 30여년 간 진로진학지도를 하다 진학지원센터장으로 일하다 보니 느낀 게 참 많다. 대입 현장에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자기주도학습능력이 뛰어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을 위한 입학정보 제공과 지원의 차별이 심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 차별이라면 어떤 차별을 말하는 건가. 
“먼저 고등학교의 진로진학 현실부터 말하겠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학교 현장에서 대입 지도는 거의 사설 대입기관에서 만든 배치표에 의존했다. 학생들은 사설 입시기관에서 상담받고 대학에 진학하는 풍조여서 사교육비 부담도 컸다. 이에 뜻있는 교사들이 사교육 기관이 장악한 학생들의 진로진학 상담을 공교육에서 해보자는 취지로 의기투합했다. 그 결실이 2002년 발족한 대교협의 ‘중앙상담교사단’과 2005년 발족한 서울교육청의 ‘대입진로진학지원단’이다. 그리고 2008년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가 결성됐다. 2010년에는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배출돼 공교육에서도 학생들의 진로진학지도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하지만 현실에서 진로진학지도는 어떤가. 여전히 일반 4년제 대학. 그중에서도 명문대학 중심 그리고 2010년 이후에는 학생부 종합전형 위주다. 여기에 전문대학을 희망하는 학생을 위한 진로진학 프로그램은 거의 없는 현실이다.”

지난 7월 제주도에서 개최된  ‘2021년 전문대학입학관리자협의회 워크숍’ 에서 ‘2021학년도 수시·정시 박람회 및 지역별 박람회 추진 계획’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안 센터장.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지난 7월 제주도에서 개최된 ‘2021년 전문대학입학관리자협의회 워크숍’ 에서 ‘2021학년도 수시·정시 박람회 및 지역별 박람회 추진 계획’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안 센터장. (사진=한국대학신문 DB)

- 진학지원센터에서는 그간 교사와 학생 대상 전문대학 안내 설명회뿐만 아니라 전문대학의 각종 △입학정보 자료집 △상담자료집과 상담프로그램 △전공안내 모바일 앱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들 사업 중에서 보람있는 사업과 역점을 둔 사업이 있다면. 
“고등학교 교사들은 전문대학 출신이 아니라서 그런지 전문대학은 2년제 대학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교사가 의외로 많다. 이런 교사들에게 전문대학의 다양한 학제와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강점 등을 안내해 전문대학에 대한 편견을 불식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보람 있었다. 또 코로나19 상황에서 수험생들이 모바일로 전문대학의 입학정보는 물론 각 대학의 특장점을 볼 수 있도록 ‘전공모아’ 앱을 개발한 것도 의미가 남다르다.

역점을 둔 사업은 전공 상담자료집 발간과 보급이다. 전문대학은 대학명보다는 전공이 중요하지 않나. 전문대학의 약 2400여 개 전공을 고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재분류해 전공소개는 물론 교육과정과 졸업 후 진출 분야,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제작했다.” 

- 입학자원이 어느 정도 있었던 2020학년도까지는 전문대학도 버틸 수 있었지만 입학자원이 격감한 작년부터 입시 현장이 힘들어지고 있다. 진로진학현장이 이렇다면 올해는 전문대학이 더욱 힘들어질 것 같은데.
“입학자원 감소로 일반대학에 입학하기가 더 쉬워지는 추세에 비례해 전문대학의 신입생 충원도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입 시장에서 공교육은 물론 사교육기관까지 나서서 온통 일반대학 위주의 대입정보를 홍수처럼 제공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기울어진 대입시장에서도 전문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이 일반대학보다 오히려 높은 지역이 있다. 2021학년도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경남과 전북지역은 전문대학의 정원 내 신입생 충원율이 일반대학보다 오히려 높았다. 입학자원이 급감하는 추세에서 이뤄낸 결과라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제는 수험생들이 무조건 4년제 대학에 진학하기보다 흥미와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아 취업하기 좋은 대학으로 진학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 같다.”

- 전문대를 지원하는 수험생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동안 수험생들은 합격선을 제일 궁금해했다. 왜 전문대학에 지원하냐고 물어보면 성적 때문에 할 수 없이 지원한다는 식의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입학자원 급감으로 웬만한 일반대학도 원서접수만 하면 합격하는 시대다. 합격선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또 대학 졸업장이 취업을 보장해주는 시대도 결코 아니다.

이런 시점에서 수험생들은 ‘대학은 왜 진학해야 할까?’나 ‘일반대학 졸업자들은 왜 전문대학에 유턴 입학할까?’, ‘희망 전공은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정말 맞는지’ 등을 궁금해하고 질문하면 좋겠다. 전문대학에 대한 궁금증은 대교협의 상담센터보다는 아무래도 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로진학지원센터에 문의하면 전문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다.”

 - 마지막으로 향후 목표는.
“지금까지는 교육의 세 주체 중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전문대학 제대로 알기’에 역점을 둬 왔다. 이제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전문대학을 알리고 싶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하는 시대 에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학의 특장점을 알리는 것이 목표다. 전문대학이 고3 학생보다 일반대학 졸업자들에게 왜 인기가 있는지도 안내하고 싶다. 단순 대학 입학에 대한 정보보다 대학 생활에 적응하고 졸업 후 취업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 궁극적으로 자녀가 전문대학을 선택할 때 학부모들이 흔쾌히 동의할 수 있다면 바랄 게 없겠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나 평생학습 기관에서 주관하는 각종 학부모 교실 등을 조사해 진로진학지원센터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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