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상담사라는 직업으로 살다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심리상담은 과연 효과가 있나요?’와 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 심리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요구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요즘 이러한 궁금증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방면에서 답이 가능하겠지만 이는 《심리치료의 비밀》이라는 도서를 통해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가장 먼저 진화의 관점에서 심리치료의 효과성을 말해주고 있다. 인간의 뇌가 현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계획을 세우고 무언가 창조할 수 있는 정도로 진화하는 데에는 최소 5만년 정도는 걸렸다. 이처럼 지나치게 복잡한 구조로 진화한 뇌는 사고와 판단의 오류 등을 일으키기 쉬운 취약성을 가지게 됐다고 말한다. 즉 각기 다른 단계에 진화된 뇌의 체계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처리돼 진실이라고 믿는 잘못된 인식과 정보를 수정할 수 있도록 심리치료라는 장치를 통해 의식적으로 자각하는 안전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심리상담이란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가 스스로에게 필요해서 만들어낸 발명품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점차 인간으로서 생존하기 위해 심리건강을 지키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대학의 상담소에서는 이미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심리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상근 상담인력들은 심리상담 관련 전문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고 각종 심리검사는 표준화된 전문적인 도구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미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이용과 민감도가 높은 학생들이 교내 상담소에서 제공하는 심리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이용할 때에는 신청에서부터 서비스를 받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절차까지도 복잡하다고 생각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제는 인터넷상에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심리건강 관련 콘텐츠를 바로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받는 약은 그 이름만 검색해도 효과와 주의사항까지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담에 참여하는 여러 학생들은 상담에 오기 전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서 심리적 어려움의 원인을 찾고 싶어서 이미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심리 관련 콘텐츠를 봤다고 하는 일들이 꽤 많다. 인터넷에는 심리검사, 정신장애, 어떤 성격적 특징을 보이는 사람들, 우울, 불안, 공황, 스트레스 대처, 대인관계 등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론 인터넷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훌륭한 자료를 빠르고 쉽게 볼 수 있는 이점도 있지만 잘못된 정보가 섞인 자극적인 자료들도 한꺼번에 뒤섞여 있어 알고리즘에 잘못 빠지면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지속적으로 노출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학생들 역시 자신의 생존과 자기보호를 위해 직접 기회를 마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신에게 필요해 보이는 자료를 찾고 스스로를 재학습시키고 감동을 얻기도 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마음을 돌보기 위한 나름의 노력과 방법을 찾는 셈이다. 

각 대학이 현재의 인적, 물적 자원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속도와 양만큼 심리건강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5분, 10분, 30분, 50분 등 단계별로 다양한 유형의 심리건강 교육 콘텐츠를 각자의 상황에 맞춰 대학 내에 누적될 수 있도록 하고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그 전문성을 바탕으로 심리건강교육 프로그램들이 교내에 상시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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