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맞춤형학과 속속 등장...산학연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최상의 ‘윈윈 파트너’를 꼽으라면 대학과 기업만한 파트너 조합이 또 있을까? 대학과 기업은 산학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윈윈 게임’의 모범 사례로 간주된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맞춤형 교육과정에 이어 기업맞춤형 학과까지 등장, 대학과 기업의 파트너십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연구비 지원에서 맞춤형 학과까지, 산학 협력의 진화

대학과 기업 간 산학 협력도 시대와 환경 변화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산학 협력은 기업이 대학에 연구비·기부금 등을 지원하고 대학이 기업에 지식·기술을 제공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대학과 기업을 둘러싼 외부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산학 협력도 보다 다양화되고 긴밀해지기 시작했다. 대학으로서도, 기업으로서도 파트너십을 강화할수록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산학 협력은 기업맞춤형 교육과정, 나아가 기업맞춤형 학과(계약학과) 형태까지 발전하고 있다. 

기업맞춤형 학과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제8조)’에 따라 대학과 기업이 계약을 체결, 채용예정자(채용조건형) 또는 재직 근로자(재교육형)의 교육을 위해 설치된 학과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 따르면 현재 ‘채용조건형’ 기업맞춤형 학과는 성균관대와 삼성전자가 공동 개설한 반도체시스템공학전공 등 3개 대학·4개 학과가, ‘재교육형’ 기업맞춤형 학과는 부산대와 LG전자가 만든 냉동공조에너지학과 등 43개 대학·148개 학과가 각각 운영되고 있다. 기업맞춤형 교육과정의 경우 기업맞춤형 학과보다 설치 및 운영이 수월하다는 점에서 보다 많은 대학에 설치돼 있다.

왜 기업맞춤형 학과인가?

기업맞춤형 학과가 개설된 이유는 대학에서 배출된 인력들이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인재상과 차이가 커 일선 기업에서 별도의 재교육을 실시하는 등 문제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학과 기업은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교과목을 중심으로 전문기술 및 실무교육을 하는 맞춤형 학과를 통해 문제해결에 나서게 됐다.

  ▶최근 대학과 기업 간 산학 협력이 보다 긴밀해지면서 기업맞춤형 학과가 각광받고 있다. 부산대 기업맞춤형 학과 가운데 하나인 발전연소전공 수업에서 해외 석학 교수가 특강을 하고 있다.

기업맞춤형 학과는 대학과 기업의 ‘윈윈 게임’을 가능하게 한다. 먼저 기업의 경우 재교육 비용을 대폭 절감하면서 임직원들이 신기술과 신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대학의 경우 비용은 기업과 수업 당사자들이 부담하기 때문에 새로운 수익모델로 기업맞춤형 학과를 활용할 수 있다. 기업맞춤형 학과를 통해 대학이 해당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을 경우 정부의 각종 산학 협력 지원 사업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것도 기업맞춤형 학과의 장점이다. 

김화영 부산대 산학협력단 산학교육부장 교수는 “기업 자체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단기 교육과정이라 해도 교수 인력 확보 등 비용 부담이 커 사실상 어렵다”면서 “대학의 맞춤형(계약형) 학과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지향하기 때문에 기업의 수요에 맞는 지식을 제공, 기업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정부 사업들이 산업체와 연계된 사업이 많은데 맞춤형(계약형) 학과로 맺어진 산업체와 사업에 참여하면 도움이 된다”며 “많은 대학에서 맞춤형(계약형) 학과를 운영하는 목적 가운데 하나는 맞춤형(계약형) 학과가 대학의 새로운 수익 창출구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채용조건형 기업맞춤형 학과의 경우 요즘의 취업난·입학자원 감소 시대에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돼 대학으로서는 취업률 향상은 물론 우수 신입생 유치까지 가능하고 기업으로서는 미래의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표적인 채용조건형 기업맞춤형 학과인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전공의 경우 지난해 입시에서 민족사관고 출신이 입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업맞춤형 학과, ‘붐’ 예고

기업맞춤형 학과는 분명 대학과 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제도적 규제 때문에 기업맞춤형 학과는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 기업맞춤형 학과를 설치할 때 대학은 교원·교사(校舍)·교지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고 기업은 운영비 부담 외에도 직원의 수업참여로 인한 근무손실 우려 등의 부담을 져야 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맞춤형 학과 설립 활성화를 위한 정책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지난해 4·9월에 이어 최근 제3차 서비스산업 부양책을 발표하고 기업맞춤형 학과 설립 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에 따라 대학은 추가로 교원·교사·교지를 확보할 필요가 없어졌다. 또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의 경우 기업이 교육비의 100%를 부담해야 했지만 2010년부터 50~100% 범위 내에서 부담비율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업의 부담도 대폭 줄어들었다.

교과부는 “이번 개선 방안을 담은 계약학과 운영요령(지침)을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할 예정”이라며 “정원 자율화 조치는 대학설립·운영규정이 개정·공포되는 3월 이후 적용 가능하고, 기업의 교육비 부담 비율 완화는 관련 법령 개정을 거쳐 2010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학연, 중소기업 경쟁력의 힘

“중소 제조업체는 R&D기술 개발활동에 있어 가장 큰 장애요인인 전문 연구인력과 연구 장비 부족 문제를 해당 지역의 대학 및 연구기관과 산학연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이재의 산학연전국협의회장)

대학과 기업 그리고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산학연은 기업체, 특히 중소기업체 경쟁력에 기여하며 그 중요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자본·인력·시설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산학연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중소기업청은 전국 242개 대학·연구기관과 공동 연구개발을 수행할 1439개의 중소기업체를 선정하고 749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혀, 산학연 협력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중소기업청은 “고려대·서울대·KAIST 등 전국 242개 대학·연구기관(전국 공과대학 및 연구기관의 54.3%)과 교수·연구원 1500여 명이 중소기업들의 기술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발 벗고 나서기로 했다”면서 “환율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대학 운영' 긍정적 효과

 최근 대기업의 대학 운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대기업의 대학 운영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기업이 대학을 운영하면서 대학 발전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을 새 재단으로 영입한 대학들의 경우 이전보다 확연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중앙대가 두산을 새 재단으로 영입한 데 이어 광운대 등 일부 대학들도 대기업을 새 재단으로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대기업이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성균관대를 비롯해 인하대(한진그룹)·울산대(현대중공업)·중앙대(두산)·포스텍(포스코) 등이다. 전문대의 경우 천안 연암대학(LG그룹)이 대표적이다.

 대기업이 대학을 운영할 경우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적극적인 재정지원이다. 대부분 대학들의 경우 등록금 의존도가 높고 재단 전입금이 미미한 현실임을 감안할 때 대기업의 투자는 해당 대학들로서는 최대의 혜택인 셈이다. 실제 삼성그룹은 2007년 1000억원 상당을 성균관대에 투자했다. 울산대는 1970년 설립된 뒤 현대중공업그룹의 탄탄한 지원에 힘입어 현재 12개 단과대학·6개 대학원(교수 1000여 명·재학생 1만 4000여 명)을 갖춘 대학으로 성장했다.

 대기업의 후광효과를 통해 우수 신입생 유치와 취업률 향상을 꾀할 수 있다는 것도 대기업의 대학 운영 시 장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앙대다. 중앙대는 두산을 새 재단으로 영입한 후 이번 정시모집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상승하는 등 두산 효과를 톡톡히 봤다.

 물론 대기업의 대학 운영이 반드시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이 부도를 맞거나 경영이 어려워질 경우 그 여파가 대학에 고스란히 미치기 때문이다. 대우학원이 운영하던 아주대는 대우그룹 부도 전인 1999년까지는 국내 대학평가에서 상위 10위권 내에 속했지만 1999년 이후 순위가 추락하기도 했다. 또한 대기업의 경쟁논리식 마인드가 대학에 적용됨에 따라 인문학·기초학문 등 비인기 학과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점도 기업의 대학 운영 시 지적되는 문제점이다.

 하지만 대학 발전에 있어 재정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대기업에 대한 대학의 러브콜은 늘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광운대가 유진그룹과의 재단인수 협상이 결렬된 뒤 효자그룹 유상식 회장을 재단인수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에 따라 대학 관계자들은 “대학과 기업이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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