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해명 급급...교과부 '나 몰라라'...대교협 시간끌기

고려대 수시2-2 모집에 지원한 외고생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합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의혹은 가중되는 반면, 고려대측의 해명이나 대교협의 조사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입시가 치러지는 동안 문제 제기를 잠시 보류하겠다고 밝힌 진학교사들도 고려대의 선발방식 공개를 다시 촉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3일 서울진학교사협의회(이하 서울진협) 조효완 회장(은광여고 교사)은 “최근 고려대로부터 해명성 메일을 받았지만 의혹을 풀지 못한 상태”라며 “고교 교사들과 고려대측, 제3의 기관이 참여해 고려대 선발방식을 시뮬레이션 해보자는 요구를 마지막으로 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려대는 지난달 20일경 서울진협측에 보낸 메일에서 “수시 2-2 전형은 모집요강대로 치러졌으며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은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어쨌든 이번 수시모집에서 오해를 산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일선 고교와 연계성을 갖고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혹을 풀지 못한 서울진협은 이달 중 고려대에 입학 사정방식 공개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낼 예정이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땐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은 “마지막으로 고려대에 사정방식 공개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겠다”라며 “우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고려대측은 공식적인 해명은 대교협을 통해서만 하겠다는 입장이다. 입학처 관계자는 “이미 대교협을 통해 1차적인 해명을 한 상태”라며 “해명서가 미흡하다고 한다면 추적인 해명서는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교협은 “입학전형 일정이 끝나는 2월 말에 대학윤리위원회를 개최해 종합적인 조사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대학총장들의 협의기구인 대교협 조사결과가 진실에 얼마나 근접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교육과학기술부도 ‘대학 자율’을 내세워 이번 논란에 직접 개입을 꺼리고 있다. 논란은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조사나 해명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고려대 수시 2-2 일반전형에 대한 고교등급제 적용과 선발오류 가능성에 대한 의혹은 커지고 있다. 그간 높은 내신등급의 일반고 학생이 떨어지고, 등급이 낮은 특목고 수험생이 합격했다는 풍문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울러 동일한 고교에서도 지원자 간 내신 점수 차가 뒤집혔다는 주장도 다시 나오고 있어 ‘선발 오류’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조사 결과 2009학년도 고려대 수시 2-2 일반전형 1단계에 전국 26개 외고 학생 4295명이 지원했으며, 이 가운데 58.4%(2508명)가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대 수시2-2 일반전형 1단계는 학생부(교과 90%, 비비교과 10%)로 모집인원의 17배수를 선발했다. 내신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외고생에게 불리할 것이란 예측에도 불구하고, 외고생 합격자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특히 수도권 외고의 합격자 비율이 월등하게 높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대원외고는 지원자의 89.6%가, 경기 안양외고는 지원자의 88.7%가, 한국외대부속외고는 지원자의 84.6%가 합격했다.

지난해 11월 진학교사협의회가 공개한 자료에선 같은 고교 내에서도 ‘내신 뒤집기’ 사례가 공개됐다. 서울 S여고 A학생은 교과성적 등급평균이 1.43임에도 불합격한 반면 1.68인 B학생은 합격했다. 공인영어 성적으로 제출한 텝스(TEPS)는 A학생이 746점으로 B학생(735점)보다 높았고, 교내 수상 실적도 A학생이 35회로 B학생(18회) 보다 많았다. 고려대 입학처는 “수험생들이 몰린 인기학과의 경우 오히려 비교과영역에서 변별력이 커겼다”고 해명해 왔으나, 일선 교사들은 교과·비교과영역 성적이 모두 앞선 학생이 떨어진 사례를 제시, 이를 반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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