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S, 대학 원격교육 우수사례 29개 선정
실습수업에 게임 방식 적용한 건국대 사례 ‘최우수상’
메타버스로 상호작용 극대화…가상 캠퍼스에서 교류하는 학생들
원격 캠프, 메타버스 활용 사례들 우수상 올라
원격교육으로 지역사회 교류 실천한 학생팀 사례 수상 영예

20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제1회 대학 원격교육 우수 사례 발표회 및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KERIS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 허지은 기자)
20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제1회 대학 원격교육 우수 사례 발표회 및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KERIS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 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 건국대는 ‘초지 및 사료작물학 수업’에 게임에서나 볼법한 ‘퀘스트’ 방식을 적용했다. 학생들이 게임을 즐기듯 수업에 참여하도록 해 대면 수업 수준의 만족도와 몰입감을 갖도록 강의를 설계했다.

# 가천대는 대면으로 하던 캠프를 비대면으로 전환하면서 오히려 수업 효과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냈다.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도 크게 상승했다.

# 전주비전대는 구강해부학 수업에서 VR을 활용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구강의 해부학적 위치를 VR 콘텐츠로 시각화한 것이다. 3D 입체로 구현된 VR 강의 자료 덕분에 학습역량이 향상됐다.

대학들이 원격수업으로 학생 몰입도를 높이고 새로운 교육 방식을 시도하며 교육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비대면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20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제1회 대학 원격교육 우수 사례 발표회 및 시상식’을 개최하고 대학 원격교육 우수사례를 발굴해 성과를 공유했다.

■ “게임이야, 수업이야?” = 건국대 동물자원과학과의 게임 시스템 활용 사례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최우수상을 받았다. 나영준 건국대 동물자원과학과 교수는 전공 수업인 ‘초지 및 사료작물학’ 강의에 게임 시스템을 접목했다. 초지 및 사료작물학 수업은 이론과 실습이 결합된 강의다. 소들이 먹는 풀 사료에 대해 배우고 사료작물 재배를 실습한다.

게임에서 ‘퀘스트(과제)’가 주어지면 이용자가 이를 해결하며 보상을 획득하는 시스템이 수업에 그대로 적용됐다. 사료를 일정량 이상 수확할 경우, 씨앗 100개를 채종한 경우 등 실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를 퀘스트로 설정했다. 학생들은 퀘스트를 해결할 때마다 점수를 획득할 수 있고 이 점수는 성적에 15% 반영함으로써 퀘스트 참여도를 높였다. 퀘스트 참여도는 곧장 수업 몰입도와 연결됐다. 수업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 위해 실습장 보물찾기, 마피아게임 등 추가적인 퀘스트도 진행됐다.

학생들 간 협업이 필요한 과정에서 협업 도구 ‘Slack(슬랙)’을 활용한 점도 주목을 받았다. 학생들이 퀘스트를 수행할 경우 이곳에 인증샷을 올려 공유하고 이를 즉각 점수에 반영했다. 교수자는 물론 학생들도 다른 학생이 올린 인증샷에 피드백을 함으로써 성과를 공유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권숙진 국제사이버대 교수는 “슬랙을 활용해 학생 참여를 높인 것은 좋은 시도로 보인다. LMS를 활용하는 수업의 경우 학습과정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고 평가했다.

넓은 범위의 실습장에서 진행되는 수업이라는 점에서 원격수업의 장점을 극대화 했다. 기존 대면 실습 수업 상황에서는 학생과 물리적 거리가 학습 효과를 떨어트렸지만 원격 실습 수업을 하면서 물리적 거리를 극복할 수 있었다. 나영준 교수는 “오히려 50명 가량 되는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좁은 초지단(실습장)에서 다같이 설명을 하는 것보다 원격 실습 방식으로 하니 소외되는 학생이 없이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업을 게임처럼 느낄 수 있는 보조적 장치들도 활용됐다. 강의 성격과 유사한 유명 농장 RPG 게임인 ‘스타듀 밸리’의 도입 부분을 패러디한 강의 초대 영상을 만들어 활용한 것이다.

나영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로 비대면 강의로 전환되면서 학생들의 학업성취에 대한 동기부여 저하가 걱정됐다”며 “학습동기를 고취시키고 학과 소속감을 느껴볼 수 있는 비대면 강의를 만들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정상 실습장 방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NPC(Non-Player Character,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와 같이 과제 운영 역할을 맡겼다. 덕분에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몰입감을 높이는 동시에 수업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보강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에 대해 조은순 목원대 교수(전 한국교육공학회장)는 “학습자가 직접 활동을 조직하는 ‘활동중심 교육과정’은 교육공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인데 학생들이 NPC로 수업을 운영하는 데 참여시켜 이를 자연스럽게 실현했다”고 평했다.

■ 코로나19로 중단된 대면 캠프, 원격으로 운영하니 효과↑ = 가천대는 집단 캠프를 원격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며 더 높은 학습 성과를 거둬 우수상에 선정됐다.

가천대는 그간 무박 2일로 진행해왔던 신입생 적응 프로그램 ‘창의 NTree’를 원격 캠프로 방식을 전환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규모 대면 캠프를 운영하는 데 제한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면에서 원격으로 캠프 운영 방법을 바꾸자 오히려 학생 참여율과 만족도가 향상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기존 방식대로 대면 집단 캠프였던 2019년 당시에는 학생 참여율이 87.87%(2998명), 만족도가 5점 만점에 3.81점으로 나타난 데 비해 처음 원격 캠프로 전환한 2020년에는 참여율 92%(2941명), 만족도는 4.05점으로 모두 올라갔다. 두 번째 원격캠프였던 올해 1학기에는 참여율 97%(1932명), 만족도 4.21점으로 한층 더 상승했다.

캠프를 통해 향상을 목표했던 역량의 성취 효과도 원격 캠프에서 보다 높게 나타났다. 가천대는 캠프의 핵심 역량으로 △혁신성 △진취성 △위험감수성 △자기효능감 △문제해결 △협업 능력 등을 설정했고 모든 영역에서 2019년보다 2020년 이후 더 높은 역량향상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캠프 진행 과정에서 적재적소에 원격 플랫폼을 활용한 덕분이었다. 가천대는 조별 토의 과정에 온라인 미팅 솔루션 ‘웹엑스(Webex)’를 활용했다. 참여자들이 원격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결론을 도출했다. 최회명 가천대 교육혁신원 원격교육운영지원센터장은 “파일을 공유하고 협업 도구를 활용해 학생들끼리 손쉽게 의견을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수 역시 온라인 협업도구를 활용해 화상으로 직접 코칭했다”고 설명했다.

원격 캠프로 변경하면서 플립 러닝도 활용했다. 학생들이 먼저 기초지식을 동영상 강의로 듣고 사전 과제를 수행한 뒤 캠프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실습 교육도 원격으로 실시하면서 인문사회 계열은 앱 기반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이공계는 코딩과 메이커스 기반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특히 가천대가 진행 방식을 원격으로 변경하면서 기존보다 많은 인력을 투입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최회명 센터장은 “캠프를 대면에서 원격으로 바꾸면서 운영 비용은 10분의 1로 감소했지만 운영교수와 조교 숫자 등 운영에 참여하는 인원이 3배 정도 늘어났다”며 “원격 프로그램은 대면 프로그램보다 세밀하게 관리해줘야 비로소 그 효과가 나타난다”고 이야기했다.

■ 시신 해부 대신 VR 해부학 수업… 실감나는 수업에 흥미까지 ‘1석 2조’ = 시신 해부를 해야 했던 해부학 수업에 VR 콘텐츠를 활용해서 학생들의 흥미를 높인 전주비전대는 장려상을 수상하며 전문대 중 유일하게 본상 수상에 성공했다.

전주비전대는 치위생과 구강해부학 수업을 하며 VR로 제작한 구강 해부 콘텐츠를 사용했다. 구강 구조 해부 수업은 그동안 시신을 해부해 직접 구조를 보는 방법으로 진행돼왔다. 하지만 실습용 시신을 구하기 쉽지 않은데다 코로나19로 해부실습이 중단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부용 VR 콘텐츠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다. 먼저 학생들은 수업 전에 VR 구강해부학 콘텐츠를 접해 선행학습을 하고 수업 이후 복습도 실시했다. 실제 수업 상황에서는 학생들이 VR장비를 장착하고 AR로 구현된 구강 해부도를 보고 만지며 구조를 익혔다.

이처럼 VR 콘텐츠를 활용해 수업을 실시한 결과 이전에 비해 학생 성취도가 16% 가량 높아졌다. 학생들은 공간적 제약 없이 상시로 해부 실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VR 기반 해부 실습 수업에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김미정 전주비전대 치위생과 교수는 “VR 기반 실감형 원격수업을 통해 교수자 중심이 아닌 학생 주도적 수업이 가능했다”며 “학생 입장에서 어렵게 느끼는 해부학 수업에 대한 학습자의 흥미도를 높일 수 있어 학습자가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주비전대가 활용한 VR 수업 방식과 콘텐츠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전문대가 함께 개발했다. 전주비전대뿐만 아니라 의료 보건계열 학과를 가진 대학들이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부실습 교육용 VR‧AR 수업과정 개발은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창의융합콘텐츠개발원이 기획 총괄을 맡고 전주비전대를 비롯해 광주보건대‧대구보건대‧대전과학기술대‧삼육보건대‧춘해보건대‧한림성심대‧한양여대 등 8개 대학 교수들이 함께 했다. 또한 인덕대 교수팀이 VR‧AR 콘텐츠를 제작했다. 콘텐츠는 사전강의녹화는 물론 학생의 휴대폰 등 여러 도구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제작돼 활용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실제 인체 해부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실감나게 제작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권숙진 교수는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수업에 적절하게 VR 기술을 활용한 사례”라며 “특히 이러닝 콘텐츠를 대학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점이 모범적이다. 대학들이 이를 개발할 비용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 개발하고 공유하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 비대면 수업 피로감, 메타버스로 해결 = 울산대는 메타버스를 수업에 활용해 현장성을 높였다. 비대면 수업의 취약점인 상호작용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교육 과정과 학생 지도 등에 널리 메타버스를 활용한 울산대에는 우수상이 주어졌다.

울산대는 많은 기업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재택근무와 설명회 등을 실시하는 것에 주목했다. 특히 사용자가 마음껏 강의실을 제작할 수 있고 실시간 화면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게더 타운(Gather Town)’을 사용했다.

게더 타운은 비교과 프로그램과 학생 상담에 활용됐다. 일부 정규 수업에 한해 시범사업도 실시됐다. 수업 전과 후에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로비 공간과 집단 상담 공간, 비교과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위한 공간을 울산대 게더 타운 안에 만들었다. 현재 울산대는 총 28개 강좌를 메타버스에서 실시하고 있다.

메타버스 활용의 가능성을 본 울산대는 교육 이외 영역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학생 창업기업과 동아리 등을 메타버스에 입주시켜 코로나19 상황에서 줄어든 캠퍼스 활동을 보완하기로 한 것이다.

이용성 울산대 원격교육지원센터 차장은 “운영 결과 메타버스 기반 수업은 대체적으로 학습자의 흥미와 몰입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토론과 팀 프로젝트에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장상현 KERIS 대학학술본부장은 “이번 우수사례 시상을 통해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된 원격교육의 우수한 경험을 발굴하고 대학들의 노하우 널리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대학 원격교육 활성화와 질 제고를 도모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