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의 올바른 개념·경영 가치·교육 중요성 등 ‘미래 먹거리와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는 점 밝혀
해외 진출을 위한 기업경영의 중요한 화두로 부각, MSCI 지표에 맞춰 경영 체질 개선 필요
구성원에 대한 책임감도 놓쳐선 안 돼… E, S, G 순위화 하는 시도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
E, S, G를 이해·융합할 수 있는 역량 갖춘 인재 양성에 방점
교양 필수 교과목 설정 등 모든 학생 대상으로 한 보편교육이 돼야
1월 중『대한민국 ESG 교과서』(가제) 출간 예정, ESG 정보 제공용 포털사이트 구상 계획

문형남 국가ESG연구원장(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은 ESG 경영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활동을 하는 한편, ESG라는 기준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의미있는 작업들을 해나가면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 = 허지은 기자)
문형남 국가ESG연구원장(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은 ESG 경영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활동을 하는 한편, ESG라는 기준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의미있는 작업들을 해나가면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 = 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기업은 물론 대학 역시 최근 ESG에 주목하고 있다. ESG 전문 인재 양성에 나서는가 하면, ESG 경영을 대학 경영 방침으로 선포하기도 한다. 문형남 국가ESG연구원장은 이런 현상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신자유주의 흐름처럼 사회와 삶을 바꿀 거대한 변화라고 보고 있다. 지금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시작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ESG에 대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을까. ‘탄소 중립’ ‘업사이클링’ ‘제로 웨이스트’로 이해되고 있는 개념들은 사실 ESG 경영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국가ESG연구원이 설립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형남 원장은 ESG에 대한 개념을 바로잡고, ESG 경영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ESG 경영의 바른 의미는 무엇이고, 국가ESG연구원은 어떤 곳인지 지난 23일 문형남 원장을 직접 만나 들어봤다.

- 국가ESG연구원은 지속가능과학회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곳인가.
“ESG 경영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제대로 된 개념을 알리기 위해 조직됐다. 국가ESG연구원의 모태는 지속가능과학회다. 2010년 우리나라 최초로 지속가능과학을 연구하는 학회인 ‘사단법인 지속가능과학회’가 만들어졌다. 2011년 지속가능과학회 2대 회장을 맡았다. ESG는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렇기에 ESG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먼저 지속가능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문제는 지금 지속가능성, ESG 경영에 대해 잘못된 이해가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속가능과학회에서 ESG 경영을 더욱 깊숙이 연구하는 국가ESG연구원을 2021년 1월 만들었다. 연구원에는 지속가능과학회의 멤버 500여 명 중 핵심 인력 5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연구원의 인력을 더 늘려 활동 폭을 확대하려 한다.”

- 해외의 지속가능성 연구 동향은 어떤가.
“2010년 당시 학회를 설립할 당시, 해외에서는 지속가능과학을 교육하는 학과도 여러 대학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ESG 경영이 트렌드로 여겨지며 지속가능성과 ESG에 대한 교육 과정이 대학에 설립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지속가능성, ESG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단체는 많지 않다.”

- 우리나라는 왜 그간 지속가능성, ESG 경영 연구의 불모지였나.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 중에 있는 곳이기에 그런 것 같다. 사실 ESG 경영은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는 관심을 갖기 어려운 주제다. 일정 수준 이상 성장을 한 기업들이 사회적인 책임감을 갖고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쏟으며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이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은 아니었으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단계에 있어 지속가능성, ESG 경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 그러나 이제는 선진국으로 향해 가는 과정에서 관심이 더 높아졌고, 연구도 필요한 때가 됐다. 정부부처에서도 ESG 경영에 관심을 갖고 있다. 환경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ESG 경영을 연구·지원하는 활동들을 하고 있다.”

- 국가ESG연구원은 ESG에 대한 잘못된 개념을 바로잡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무엇이 잘못된 개념이고, 어떤 것이 바른 이해일까.
“흔히들 ESG를 ‘환경(E)‧사회(S)‧지배구조(G)’로 해석하는데, 정확히는 친환경‧사회적 책임‧투명경영(준법경영)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즉 친환경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거나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생산하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공헌활동을 하고, 경영을 하는 과정에서 법과 질서를 준수하는 것이다. 그래서 ESG는 ‘환경(E)‧책임(S)‧투명경영(G)’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기업인이 개인으로서 환경 보호를 위한 활동을 하는게 ESG 경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모 기업인이 쓰레기 줍기 활동한 것을 SNS에 올렸고, 그 기업은 ESG 경영을 실천한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이는 엄밀히 보면 ESG 경영은 아니다. 기업 구성원들이 함께 쓰레기를 줍는다 해도 달라지진 않는다. 환경보호 활동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ESG 활동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기업의 역할과 기능으로서 ESG 정신을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

사회적 책임에 대해 기업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기업 구성원에 대한 책임감이다. 경영학 전문가로서 나는 기업의 중요한 두 고객이 있다고 본다. 외부고객과 내부고객이다. 내부고객은 바로 기업의 임직원들이다. 많은 기업이 내부고객에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 가치를 실현할 내부고객에 신경써야, 그 기업의 경쟁력도 향상된다. 내부고객에 대한 책임감 역시 사회적 책임의 하나다.

E, S, G의 중요성을 순위화 하는 시도도 ESG 경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행위다. ESG 경영은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필요한 세 축이다. 어느 한 축이라도 기울어지면 두 개의 다리를 가진 상이 흔들리는 것처럼 기업의 기속가능 경영은 불가능해진다. 세 다리 중 어느 하나가 더 길어도 마찬가지다. E, S, G는 각각 동일한 중요성을 갖는다. 최근 ESG 경영 사례를 보면 G에 비해 E나 S가 더 강조되는 측면이 있지만 이는 오해의 소치다.”

- 세계 최대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가 ‘ESG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할 만큼, ESG 경영은 기업 경영의 큰 화두가 됐다.
“이제 ESG 경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됐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유치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유수의 투자회사들이 이제는 ESG 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에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ESG 경영을 해야 투자 유치가 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해외 각국에서 ESG와 관련된 규제도 늘고 있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기업의 방향을 ESG에 둬야 한다.”

- ESG 경영이라는 개념이 회자되는 정도에 비해 실제로 어떤 활동을 해야 ESG 경영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개념이 모호한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정답은 이미 있다.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에서 만든 ESG 평가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의 지표에 맞춰 체질을 바꾸는 것이 지금으로서 가장 정확한 ESG 경영의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대기업용과 중소기업용에서 이와 유사한 한국형 ESG(K-ESG) 경영 평가 지표를 개발하고 있지만, 투자 유치가 중요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세계에서 통용되고 인정받는 기준인 MSCI 기준을 맞춰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더 중요하다.”

- ESG 경영이 사회적으로 갖는 가치와 의미는 무엇인가.
“이제 경제 전체의 흐름이 바뀐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자본주의 4.0이나 4차 산업혁명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흐름이다. 경영 철학의 패러다임이 ESG 경영으로 옮겨가고 있다. 물론 아직 그 영향력에 대해 각자 느끼는 수준에는 차이가 있다. 대기업은 이미 그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고, 중소기업은 그보다 작게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개인은 아직 그 개념도 모호하게 느끼고 있고 중요성도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만큼 크게 느끼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곧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중소기업에서 개인으로 그 중요성에 대한 전이가 일어날 것이다.

뉴노멀 시대가 되며, 기업은 물론 국가도 ‘미래 먹거리’를 찾는데 혈안이 돼 있다. 많은 이들이 미래 먹거리를 4차 산업혁명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이미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도 ‘구닥다리’가 됐다. ESG 경영에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ESG에 신산업과 관련한 답이 있다. 그리고 무궁무진하다.

일례로 최근 한 기업이 물을 채워놓으면 알아서 식물에 물을 주는 화분을 개발했다. 식물을 기르는 데 노력을 기울이기 어려운 사람도 이 화분으로 얼마든지 식물을 기를 수 있고 그 활동 자체만으로도 환경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 판매가 잘 되고 있다고 한다. 버려진 현수막으로 에코백을 만드는 학생 창업가들도 ESG 경영에서 먹거리를 찾은 사례라 할 수 있다. ESG 경영을 하는 곳에 투자도 모일뿐더러, 소비자들의 관심도 ESG에 가치를 두고 있기에 수요는 ESG 경영을 하는 기업, ESG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곳에 몰릴 것이다.”

- ESG 경영이 그저 마케팅 전략에 그치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실제로는 환경(Green)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면서도 마치 환경을 위하는 경영을 하거나 제품을 생산하는 것처럼 허위로 광고함으로써(Washing) 이익을 보는 행위다. 제품을 잘 팔기 위해 ESG 경영을 추구하는 척만 한다면 오히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 이를 깨닫지 못하고 그린워싱을 하는 기업이 몇몇 보이는데, 무척 우려스럽다. 그 자체로 ESG 경영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인데다가, 그런 기업은 오래 갈 수도 없다. 실제로 최근 국내 유명 기업이 그린워싱을 시도했다가 역풍을 맞은 사례가 있다. 이곳은 제품 용기를 플라스틱에서 모두 종이로 바꿨다고 선전했다. 환경단체에서 사실은 겉은 종이 용기인데, 안에는 플라스틱 용기인 것을 밝혀냈다. 눈속임은 오래가지 못한다.”

- 한국 대학들도 ESG 경영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긍정적인 일이다. 대학 경영 전면에 ESG를 내세운 대학들도 보이는데 매우 고무적이다. 그 대학의 발전이 기대된다. 한편으로 ESG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는 것은 앞으로 ESG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 예상되는 것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그러나 ESG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면, 그 핵심은 E와 S, G에 대한 각각의 전문가를 기르는 게 아니라 그 셋을 모두 정확히 이해하고 융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

아직까지는 ESG 전문가가 없다. 나 역시 ESG 전문가라 자부하진 않는다. 그 이유는 ESG가 통섭, 융합적 분야이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는 있으나 그들은 ESG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정부부처나 주요 공공기관의 의ESG 관련 위원회를 보면 환경 문제 전문가, 사회 문제 전문가, 시민단체, 경영 전문가들이 모여있다. 이들은 각각의 분야에서 전문가임이 틀림없지만, E, S, G를 융합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대학에서 E, S, G에 대한 융합적 역량을 가진 인재를 양성한다면 비로소 우리 사회에도 ESG 전문가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ESG 교육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대학에서 ESG 관련 인재는 ‘전문인재’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ESG 교육을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ESG 경영은 이미 말했듯 4차 산업혁명과 맞먹는 거대한 흐름이다. 곧 모든 근로자들이 ESG 경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 노동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기에 ESG 교육은 보편교육이 돼야 한다. 대학에서는 교양 필수 교과목으로 설정하고 모든 학생들이 ESG에 대해 바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앞으로 국가ESG연구원은 어떤 일을 하려고 하나.
“ESG 경영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활동을 하는 한편, ESG라는 기준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의미있는 작업들을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 단체들과 협약을 맺었고 또 예정돼 있다.

먼저 2022년 1월 중 ESG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소개하는 책자가 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이 책의 가제는 『대한민국 ESG 교과서』다. 잘못 알려진 ESG에 대한 개념을 바로잡는 책이 될 것이다. 또 같은 목적으로 ESG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사이트도 만들고 있다.

2022년부터 회장으로 활동하게 되는 대한경영학회와의 협업을 통해 국가ESG연구원이 해온 학술활동과 연구활동의 폭을 넓히려고 준비하고 있다. 대한경영학회는 회원이 무려 1만 명에 육박하는 거대 단체다. 이곳의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ESG연구원이 만든 콘텐츠를 확산시키려 한다. 그리고 ESG에 대한 정보를 뉴스레터로 만들어 매주 배포할 계획도 갖고 있다.

또 하나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ESG에 관한 활동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ESG 활동 평가의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빅데이터 분석 업체와 협약이 맺어져 있다. 가장 먼저 지방정부의 ESG 관련 활동을 분석·평가하는 것부터 하려고 한다. 이 모델은 앞으로 기업 활동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이나 국회의원의 활동을 평가하는 데까지 널리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문형남 원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 경영정보시스템(MIS) 석사,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MIS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학박사과정,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박사과정(북한 IT전공)을 수료했다.

동서경제연구소에서 5년간 선임연구원(애널리스트)으로, 매일경제신문에서 7년간 경영·IT 전문 기자로 활동했다. 2000년 숙명여대 정보통신대학원 전자상거래전공 주임교수로 임용됐으며, 정책산업대학원 IT융합비즈니스전공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숙명여대 내 벤처기업인 웹발전연구소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사)한국생산성학회와 (사)지속가능과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1만 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사)대한경영학회 회장, (사)지속가능과학회 공동회장, (사)4차산업혁명실천연합 공동대표, 인공지능국민운동본부 공동의장, (사)구매조달학회 부회장, (사)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 부회장, (사)산업클러스터학회 부회장, (사)제품안전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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